화장품 BM 회고록 #3 내가 만든 룩북 허니멜로우

이게 바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맛이구나

by Mia Kim


2020 S/S 룩북 팔레트 허니 멜로우

"말린 노랑 빛으로 물든 빈티지 피크닉 감성"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데이지 꽃밭 위 나른한 피크닉 감성을
하나의 북에 담아낸 아이&치크 팔레트

출시: 2020년 3월




기획 배경


컬러 트렌드: 태양광과 같은 옐로우~코랄톤 중심으로 흐르며 채도 빠진 부드러운 그레이시 톤이 조화를 이루었다.


런웨이 트렌드: 아이/치크에 꽃을 연상시키는 비비드한 컬러를 활용하면서 립 컬러가 절제되었고, 붉은 기가 빠진 옐로우 / 다홍색을 다양하게 활용했다.


리얼웨이 메이크업 트렌드: 존재감 있는 '햇살광'으로 건강미를 과시하며 햇빛을 따라 흐르는 내추럴 글로우 빔을 연출하되, 립은 반톤 다운된 안정적인 중채도 누디 코랄톤으로 연출했다.


시장 트렌드: 글로시에가 이끈 밀레니얼 핑크 트렌드가, Gen Z 옐로우로 옮겨간다고 예측했다. 옐로우는 Equality의 대명사같은 컬러로 젠더 구별 없이 즐길 수 있는 컬러를 상징했다. 특히 핫한 글로벌 브랜드 중심으로 옐로우톤 팔레트가 강세를 이루었다.

비주얼 트렌드: 내가 찾아낸 키 포인트 중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비주얼 트렌드 상 1년마다 10년 주기의 복고 트렌드의 사이클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기획 과정


"말린 노랑빛으로 물든 빈티지 동화 감성" 으로 메인 스토리를 잡고, 여기에 맞는 비주얼, 컨셉 무드보드를 잡았다. '빈티지'에서 연상되는 무드는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모두가 같은 이미지를 연상할 수 있도록 다양한 컨텐츠 / 작품들을 동원했다.


이 때 기획안을 꺼내보면 지금 봐도 정말 내 맘에 쏙 드는 무드가 펼쳐져 있다.



영감은 내가 사랑하는 컨텐츠로부터


총 7번, 4년 가까운 시간동안 매 시즌마다 룩북 팔레트를 기획했는데 최고의 영감은 내가 사랑하는 컨텐츠들이었다. 허니멜로우 역시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에서 많은 영감을 받아 탄생한 기획이다. 특히, 당시 웨스앤더슨의 <문라이즈 킹덤>을 보고 특유의 물빠진 색감과 감성에 푹 빠졌었다. 이외 옐로우 컬러를 연상시키는 <라라랜드>, <클루리스> 영화의 무드도 많이 활용했다.

<문라이즈 킹덤>


<라라랜드>
<클루리스>


내가 다녀온 여행에서 살 붙이기


미국인 남편의 고향을 방문하기 위해 캘리포니아 여행을 다녀올 기회가 많았는데, 캘리포니아 지역 특유의 건조하면서도 아름다운 느낌을 기억했다. LA에서 즐겼던 피크닉이나 할리우드 무드를 떠올리며 비주얼, 메이크업 방향성의 살을 붙였다.


특히 이 때 나온 네이밍이 정말 사랑스럽다고 생각한다. 캘리포니아 여행에서 피크닉을 하며 낮잠을 자던 모습을 기억하며 지은 '피크닉 냅' 네이밍이 참 마음에 든다.





제형도 네이밍도 컨셉에 맞춰



제품을 개발할 때 사용감, 제품력은 정말 기본적이고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


제형은 전작이었던 <더스티 브릭>이 풍부하고 농밀한 고급스러운 사용감을 선사한다면, <허니 멜로우>는 완성도 높게 스며들듯 물드는 산뜻함을 경험할 수 있다. 모두 컨셉에 맞추어 제형을 설계했다.


컬러는 옐로 컨셉이 어려울 수 있지만 한정판의 소장가치는 살리면서도 예쁘게 손이 갈 수 있는 밸런스를 잡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패션에서 영감을 받은 '룩북' 시리즈의 의도에 맞춰 세로줄을 따라 top - bottom - accessories - perfume 으로 구성된다. 상의부터 하의, 악세사리 순서대로 옷을 입듯 세로줄을 따라 발라주기만 하면 룩에 맞춘 메이크업이 완성된다. 그래서 룩북은 컬러 네이밍을 짓는 재미가 아주 쏠쏠했다.




디자이너와 케미가 폭발한다면


이때부터야말로 디자이너와 협업하는 재미를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정말 내가 상상한 것 그대로, 아니 그 이상으로 구현해주시는 디자인 시안들... 다 예뻐서 고르기 힘든 행복한 고민들!!!


이후에도 룩북은 늘 나에게 그런 행복과 쾌감을 안겨주는 제품이었다. 나의 상상, 크리에이티브를 동원해 기획한 스토리와 컨셉이 눈에 보이는 매력적인 아이템으로 탄생해가는 과정에서 큰 재미를 느꼈다.



제품이나 상세페이지 등에 들어가는 문안도 모두 직접 작성했다.


" Like a warm sunny daisy

on a dreamy mellow picnic "


"Honey, did you know that

Yellow represents courage?

So say hello to yellow :) "




공주님이 만들어낸 레전드 화보


이후에 우리 브랜드에 입사한 어린 인턴 친구들에게 "조이 하면 떠오르는, 에스쁘아 하면 떠오르는 대표 이미지가 바로 허니멜로우 조이 화보에요" 라는 피드백을 꽤 들었다. 노랑노랑 허니멜로우 컨셉을 찰떡콩떡같이 소화해주신 조이 공주님... 당시 촬영장에서 내가 주접을 하도 떨어서 내 목소리가 박제된채로 조이님 인스타에 노출된 적이 있다 ㅋㅋㅋㅋ 당시 트위터에서 팬 분이 우리 조이 예쁨받는다고 올려주시면서 알티를 타기도 했다.


이 화보가 레전드가 아니라면 무엇인가




내 목소리 담은 상세페이지


제품이 너무너무 내 맘에 쏙 들게 나오면, "내새끼좀 봐주세요!!!!" 하는 마음으로 한땀한땀 모든 매력 포인트를 자랑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상세페이지도 최대한 제품의 매력을 담아낼 수 있게 기획했다. 평소 해오던 템플릿의 관행을 깨고 새로운 배치, 디자인 레이아웃을 기획했다.





내가 배운 건


대중의 눈높이로 갈 것인가, 조금은 아티스틱하지만 브랜드의 목소리를 낼 것인가 사이에서 밸런스를 맞추는 것은 늘 어렵다. 사실 옐로우 컨셉이 분명 새로운 시도였지만, 일반적인 고객에게는 분명 쉽지 않은 컬러였다. 그래서 제품별로 명확한 타겟군을 지정, 제품의 역할을 부여하고 이를 내부적으로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려운 노랑노랑 컨셉을 믿고 컨펌해주신 당시 리더 분들께도 새삼 감사하다.)


허니멜로우는 "완판"을 하지는 못했지만, 그래서 영업팀에서는 분명 다른 제품들보다 셀링이 어려웠을 거다. 그럼에도 나는 BM으로서 이 제품이 브랜드에 명확한 역할을 해주었다고 믿었다.


룩북은 고관여자에게 소장욕을 자극하는 색조브랜드로서의 트렌디한 제품의 역할이었다. 허니멜로우는 할인과 동시에 고관여자 고객들 분들에게 입소문을 탔다. '허멜' 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코덕들만이 알 수 있는 줄임말이 생긴다는건 엄청난거다!!) 아직도 뷰티 커뮤니티에서 종종 거론되며 올라오기도 한다. 이 분들이 앞장서서 룩북의 과몰입 컨셉 + 고퀄리티 제품력을 소문내주신 덕분에 이후 룩북들도 성공적인 브랜드 자산으로 거듭났다고 생각한다.


이 제품부터 특히나 기획자로서 디자이너와 협업하며 제품을 디벨롭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언제나 디자이너님께 최초로 디자인 OT하는 미팅이 설레고 재밌다. 디자이너와 관점을 맞추고, 현실과 이상 사이를 조율하면서 제품을 발전시키는 과정이, 결국은 기획자로서 모든 유관부서와 하는 협업 방식으로 확장되었다.




양산 전 직접 조립했던 샘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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