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그 사람이 풀려났다.

결국 오고야 말았다.

by 마로

이 글은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판단하기 위한 글이 아닙니다.

과거의 한 시기를 통과하며 내 안에 남겨진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 실화 기반의 에세이입니다.



그가 풀려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거짓말처럼 빨리 지나간 3년이었다.

갑작스럽지도 전혀 예상 못 한 것도 아니었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몸은 아주 선명하게 반응했다.


밤이면 다시 잠이 오지 않았고

문득 현관문을 두 번, 세 번 확인했다.

밖에 나가기가 어려웠고

낯선 남자와 마주칠 일이 있는 날이면

그때처럼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불안은 다시 시작됐다.

‘끝났다고 생각했던 것이 진짜 끝난 적은 없었구나’ 하는 걸.


나는 여전히 누군가 뒤에서 내 이름을 부르면

어깨가 먼저 움찔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느리게 열리는 것도 싫었다.

누군가 그 안에 있을까 봐.

누군가가 그사람 일까 봐.


그런데

이번엔 예전과는 달랐다.


예전의 나는

이런 불안이 다시 밀려오면

그 감정에 휩쓸려 끝까지 무너졌었다.

‘괜찮다’는 거짓말을 반복했고

그 말 안에서 혼자 고립됐고

아무도 모르게 망가졌다.


하지만 지금은

“나는 불안하다”는 걸

숨기지 않고 인정할 수 있었다.


나오자마자 나를 죽이겠다 했다더라…
역시 반성은 없네.
더 살다 왔음 좋았을걸,
아니, 평생 살지 그랬어
거기서 평생 맞다가 죽어버리지


나는 그때보다 훨씬 멀리 나아가 있었다.


그게 전부는 아니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내가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 곳에 있다는 걸

조금은 알 수 있었다.


나는 상담실에서

다시 그 이야기를 꺼냈다.

불안이 커졌다고

그 사람이 출소한 걸 알았다고

그래서 며칠째 잠을 못 잤다고.


선생님은

그 말을 듣고도 조용히 기다려줬다.

내 감정이 말이 되기를 기다려줬다.


나는 아직 무섭다.

어쩌면 앞으로도 계속 무서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예전처럼

그 공포에 붙잡혀 끝없이 가라앉는 일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

감정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니까.


회복은 다시 무너졌을 때

예전처럼 끝까지 가라앉지 않는 거였다.


그 사람이 다시 세상 밖에 나왔을 때

나는 다시 무서워졌지만

이번엔

내가 나를 붙잡을 수 있었다.


무섭고 두려운 날들이 지나간 건 아니지만

그 안에도 웃음이 있고

그 안에도 온기가 있다.

그리고 그 안에

내가 다시 살아가기로 한 이유가 있다.
이전 05화5. 재판은 끝났지만 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