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오고야 말았다.
이 글은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판단하기 위한 글이 아닙니다.
과거의 한 시기를 통과하며 내 안에 남겨진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 실화 기반의 에세이입니다.
그가 풀려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거짓말처럼 빨리 지나간 3년이었다.
갑작스럽지도 전혀 예상 못 한 것도 아니었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몸은 아주 선명하게 반응했다.
밤이면 다시 잠이 오지 않았고
문득 현관문을 두 번, 세 번 확인했다.
밖에 나가기가 어려웠고
낯선 남자와 마주칠 일이 있는 날이면
그때처럼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불안은 다시 시작됐다.
‘끝났다고 생각했던 것이 진짜 끝난 적은 없었구나’ 하는 걸.
나는 여전히 누군가 뒤에서 내 이름을 부르면
어깨가 먼저 움찔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느리게 열리는 것도 싫었다.
누군가 그 안에 있을까 봐.
누군가가 그사람 일까 봐.
그런데
이번엔 예전과는 달랐다.
예전의 나는
이런 불안이 다시 밀려오면
그 감정에 휩쓸려 끝까지 무너졌었다.
‘괜찮다’는 거짓말을 반복했고
그 말 안에서 혼자 고립됐고
아무도 모르게 망가졌다.
하지만 지금은
“나는 불안하다”는 걸
숨기지 않고 인정할 수 있었다.
나오자마자 나를 죽이겠다 했다더라…
역시 반성은 없네.
더 살다 왔음 좋았을걸,
아니, 평생 살지 그랬어
거기서 평생 맞다가 죽어버리지
나는 그때보다 훨씬 멀리 나아가 있었다.
그게 전부는 아니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내가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 곳에 있다는 걸
조금은 알 수 있었다.
나는 상담실에서
다시 그 이야기를 꺼냈다.
불안이 커졌다고
그 사람이 출소한 걸 알았다고
그래서 며칠째 잠을 못 잤다고.
선생님은
그 말을 듣고도 조용히 기다려줬다.
내 감정이 말이 되기를 기다려줬다.
나는 아직 무섭다.
어쩌면 앞으로도 계속 무서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예전처럼
그 공포에 붙잡혀 끝없이 가라앉는 일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
감정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니까.
회복은 다시 무너졌을 때
예전처럼 끝까지 가라앉지 않는 거였다.
그 사람이 다시 세상 밖에 나왔을 때
나는 다시 무서워졌지만
이번엔
내가 나를 붙잡을 수 있었다.
무섭고 두려운 날들이 지나간 건 아니지만
그 안에도 웃음이 있고
그 안에도 온기가 있다.
그리고 그 안에
내가 다시 살아가기로 한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