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서 이상한 점을 눈치 채는 분이 없을 것으로 안다.
'플로리스트의 식물 공부'
이 말은 화훼계의 언어로 본다면 옳지 않은 문장이다. '플로리스트의 꽃 공부' 또는 '가드너(정원사)의 식물 공부' 라 해야 맞을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플로리스트라고 하면 모든 꽃과 식물에 대해 모두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노노.. 그럴리가.
지구상의 꽃과 식물은 하늘의 별 만큼이나 많아 그걸 모두 꿰차고 있다는건 어불성설이다.
플로리스트는 꽃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폭넓게 통용되는 지칭이다. 뭉뚱그려 플로리스트라 퉁치지만 세부적으로 하나하나 떼어놓고 보면 여러 갈래의 분야들이 있고,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스레 자신의 분야에서 좁고 깊게 들어간다. 때문에 자기의 전문 분야라 할 것엔 빠삭하지만 그외에는 눅진한 정도로 밖에 알지 못하는 것이다.
카테고리로 나누어 본다면 꽃은 뿌리가 없이 잘려진 채로 사용되는 절화, 화분의 형태로 뿌리채 자라나는 분화가 있다. 절화는 그 자체로 생화를 일컬으며 반대의 의미로 조화가 있다. 분화는 주로 꽃을 피우는 식물인 초화가 있고 조경수 등으로 사용되는 수목류가 있다. 그리고 야생화나 희귀식물류 등도 있다.
플로리스트는 흔히 말하는 '꽃집'에서 그 경력을 시작 하지만 차츰 자신의 성향과 적성에 맞는 분야로 나아가게 된다. 꽃집은 물론, 호텔과 웨딩홀, 인테리어 회사, 조경 회사등으로 다양하다.
나 역시 그랬다.
동네 작은 꽃집 부터 시작하여 몇 군데의 호텔, 조경 회사 등을 거쳐 동네 꽃집을 차렸다. 처음엔 여느 꽃집이 그러하듯 주로 꽃다발과 같은 상품 판매와 레슨을 하다가 지금은 웨딩 플라워를 한다.
다시 배워야 한다.
하지만 뭐든 배우는 일은 새롭고 또 두렵다.
꽃다발, 레슨, 웨딩 플라워.
무엇하나 녹록지 않다.
사람들은 꽃을 사지 않고 배우지 않으며 결혼하지 않는다.
이 어마무시한 난국에 대처하기 위해 새로운 개인기를 장착해야 할 때이다. 식물과 조경에 대해 다시, 제대로 공부하고 커리어를 넓혀가려 한다.
간만에 다시 찾은 화훼단지는 따뜻하고 평화로웠다. 전쟁터 야전병원 같은 새벽 꽃시장과는 사뭇다르다.
조경에 쓰이는 장비는 어마무시하다. 생화를 다루는데는 꽃가위 하나면 되는데.
꽃다운(?) 23살에 시작해 2n년이 넘는 시간을 플로리스트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돌이켜보면 지금까지의 시간은 그냥 흘러간 것이 아니라 이 이름을 지키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던 것 같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 이름으로 불릴려면 계속해서 노력해야 한다.
20년 짬바가 그냥 쌓인건 아니겠지.
그만 쫄고, 나를 믿고 고고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