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숨은 쉼터 찾기, 종달리에서
시골의 정겨움이 가득한 '종달리' 그리고 '뚜르드제주'
나의 두 번째 목표인 '한 곳에서 오래 머물기'를 위해 숙소를 정하기로 했다. 지난번 내려왔을 땐 주로 서쪽에서 머물렀다. 서쪽과 동쪽은 같으면서도 다른 느낌을 준다. 물론 북쪽과 남쪽도 다르다. 개인적으로 동쪽에 대한 호기심이 강했다. 스쳐 지난 기억만 있을 뿐 머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은 오로지 나만을 위한 쉼을 선택했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 숙소가 중요했다. 우선 나에겐 조건에 맞는 지역이 필요했다. 첫 번째 조건은 '동쪽'이어야 한다는 것, 두 번째 조건은 '바다'와 가까워야 한다는 것, 마지막으로 세 번째 조건은 '개발이 덜 된 곳'이어야 한다.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곳 몇 곳을 선택했다. 그중 첫날의 행선지인 우도와 가장 가까운 '종달리'로 결정했다. 이 곳은 올레길 하면 가장 먼저 지나는 곳이다. 또한 이 곳의 매력은 민가와 자연이 어우러져 있다는 것이다. 근처엔 오름, 숲길, 바다, 농지들이 잘 분포되어 있다. 무엇보다 자전거로 반나절만에 다 둘러보고 올 수 있을 정도로 길도 잘 정비되어 있다. 나의 선택은 '종달리'에서 이틀을 머무는 것이다.
이곳에 머물기 위해선 숙소가 필요했다.
수많은 게스트 하우스 중 1인실이 있는 곳을 선택했다. 여러 명이 함께 쓰는 도미토리는 싫었다. 사람들과의 왕래가 싫은 게 아니라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서울에서도 혼자 산다. 하지만 서울과 제주도의 하루는 다르다. 가까운 거리에 바다와 들판이 있다. 실컷 밖에서 자연을 두 눈 가득 담아 돌아오면 차분하게 감상할 수 있다. 아직 비수기라 1인실이 보기보다 많았다. 이왕이면 자전거 렌탈이 가능한 곳을 골랐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뚜르드제주'
골목길 투어를 위해 자전거가 필요했다.
'종달리'에는 제주에서 가장 규모의 전동스쿠터 렌탈 업체가 있다. 스쿠터뿐만 아니라 전동 킥보드, 일반 스쿠터 등 근거리에 여행으로 다녀올 만한 탈 것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지금 나에겐 자전거가 가성비로 최고다. 제주도는 평지가 많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건 이번 여행에서 나에겐 빠른 이동수단이 필요하지 않다. 물론 자전거를 타기 위해선 어느 정도 사전에 허벅지 단련이 필요하다. 평소에 스쿼트로 잘 다져진 허벅지가 있어 안심이다.(엉덩이가 아팠던 건 안 비밀) '뚜르드제주'에선 자전거를 빌려준다.(대여 기종은 미니벨로) 추후 일정은 다음 날부터 자전거로 동쪽 해안을 따라 누비며 여유를 즐기는 것이다.
드디어 숙소에 도착했다.
일단 짐을 풀고(17시 입실) 제주 가정식으로 된 저녁밥을 찾으러 나갔다. 제주도를 많이 와본 사람들을 알겠지만, 번화가가 아니면 오후 7시 이전에 가게는 모두 문을 닫는다. 특히 시골마을일수록 편의점도 없기 때문에 빠른 판단과 행동이 필요하다.(강제 다이어트하기 싫다면 말이다) 근처에 종달리를 대표하는 가정식 식당이 있다. '순희 밥상' 메뉴는 단출하다. 순희 가정식(2인 이상), 성게 미역국, 소 불고기, 갈치조림 정식, 고등어구이정식이다. 모든 반찬은 매일 교체된다고 한다. 여행객들을 위한 밥상이라기보다 동네 주민들의 사랑방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바다 일을 끝내고 온 해녀 할머니, 밭일을 마치고 온 동네 이웃 등 매일 보는 주민들도 자주 애용하는 곳이다.(물론 주민들에겐 '주민 할인'을 해줄 것이다) 밥 먹는 사이, 많은 주민들이 들락날락한다. "오늘 일은 어땠어요?", "내가 어제 당근 한 상자를 받았는데 이따 조금 가져가", "내일 장에 나가야 되는데..." 소소한 이야기들과 늘 먹던 밥상 메뉴가 한데 어우러져 정겨움으로 배를 채웠다.
하루를 급하게 마무리하고 다음 일정에 대한 계획을 잡았다.
한 곳에 오래 머물다 보면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것들이 선명해질 때가 있다. 다시 말해, 달리 보면 소중해 보이는 것들이다. 3박 4일 동안 제주도를 서둘러 다녀보고 싶지 않았다. 오로지 나만을 위한 시간이니 하루 종일 해변가에서 음악 들으며 누워만 있어도 그만이다. 자전거를 빌렸으니 동쪽 해안가를 따라서 동네 구경을 좀 다닐 것이다.
PS. 뚜르드제주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은 깔끔하신 분이다. 모든 것은 사용매뉴얼에 들어있으니 참고하라고 한다. 실제로 매뉴얼에는 따로 질문을 할 필요 없을 정도로 정보가 가득했다. 아마도 매일 오는 여행객들의 똑같은 질문에 지친 듯하다. 하지만 그만큼 간섭 또한 없다. 오히려 적절한 긴장감이 서로에게 여유를 더 만끽하게 해줄 수 있다는 걸 아는 것 같았다. 보이지 않는 친절함이 가득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