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에는 레컬(lekker)이라는 표현이 있는데요. 일반적으로 음식이 맛있을 때 레컬~~ 하는 감탄사로 많이 들리죠. 메뉴판을 읽으며 이 것도 저 것도 다 맛있어 보이면 “음~ 레컬, 음~ 레컬~“ 하는지 이런 소리도 자주 들립니다.
그런데 이 맛있다라는 표현이 이제 더 확장되어서 쓰여요. 뭐든 기분을 좋게 하는 것에 다 붙여 버리는 것 같은데요. 제가 들어본 표현만 해도 이렇습니다.
맛있게 산책해~
날씨가 참 맛있어~
오 그 책 참 맛있는데!
난 집에 맛있게 있는 게 좋아~
새로 맛있는 스웨터 샀구나!
아직 들어 보지는 못했지만 비꼴 때도 쓴다고 하네요.
참 맛있게 바쁘기도 하겠어~
ㅎㅎ 어쩌다 음식이 주는 즐거움을 표현하는 말이 이렇게 확장된 의미를 가져다주었을까요?
요새는 계절이 차가워지는 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늦여름 햇살이 가득 채우고 하늘이 푸르고 기온이 선선한데요. 이곳의 가을은
보통 비와 추위를 동반하고 이런 날씨는 “인디언 써머”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딱 한국의 가을 날씨예요. 운동회가
떠오르고 발밑 낙엽소리 들리는 너무 기분 좋은 날씨.
방학이 끝나고 학기가 시작 될 즈음입니다. 교외에서 살다보니 이 맘 때면 또 동네에 같은 도로명에 사는 집들끼리 모이더군요. 애들은 출장짐볼에서 놀리고 엄빠들은 집밖에서 바베큐를 하며 친목을 도모합니다.
제가 운동회가 떠오르듯, 이 곳의 아이들은 이 날씨가 돌아올 때면 스트릿 바베큐가 떠오르려나요?
눈꺼풀로, 손으로, 햇살을 느끼면, 어쩐지 날씨도 맛있다는 말이 이해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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