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에서 커피 먹기 힘드네
아메리카노. 에스프레소 1에 뜨거운 물 9를 섞은 미국식 커피가 아메리카노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식후땡으로도 그만, 케이크랑 같이 먹기에도 그만인 가장 인기 많은 커피메뉴죠. 너무 짜거나 달거나 한 맛을 순화해주고 어쩐지 뜨겁고 씁쓸하니 더부룩했던 배도 좀 가라앉는 것 같고 합니다. 저한테 커피는 거의 항상 뜨아입니다.
드립커피가 주 커피였던 미국 사람들이 에스프레소를 물로 희석하고 드립식으로 만든 게 아메리카노라고 합니다. '-노'로 끝을 낸 것이 꼭 이탈리아 말 같죠. 하지만 이탈리아에는 아메리카노가 없습니다. 스타벅스나 대형 커피전문점에서 개발한 메뉴라고 알고 있어요. 한 이탈리아 친구가 제가 마시는 아메리카노를 보고 "커피 차인 거네?"라고 하더군요. 앉아서 오랫동안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요. 서서 홀짝하고 먹어버리는 에스프레소에 비하면 정말 그렇죠.
그리고 그렇게 그리운 게 뜨아입니다. 네덜란드에서 살면서 카페에서 제대로 된 아메리카노를 먹어본 적이 드물어요. 요새는 미국 사람들이 많이 이주를 하면서 커피 문화가 달라지고 있지만, 암스테르담 같은 대도시가 아니면 아메리카노는 절대 마실 수가 없습니다.
이곳에도 다양한 커피메뉴가 많습니다. "잘 못 된 커피 (Koffie Verkeerd 코피 벌키어드)"는 카페오레처럼 커피에 뜨거운 우유를 부은 것이고요. 아이스커피는 보통 얼음을 갈고 우유와 시럽 에스프레소를 섞은 달콤한 커피입니다. 그리고 커피+물인 가장 본연의 커피는 "Koffie (코피)" 혹은 "Zwarte Koffie (즈와트 코피, 블랙커피)"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막상 "커피"를 시키면 정말 쪼그만 찻잔에 엄청 쓴 커피가 나옵니다. 이탈리아의 룽고처럼, 에스프레소를 더 많은 물과 오랫동안 추출해 양을 늘린 건데요. 에스프레소 따로, 물 따로 따라 섞는 것과는 맛이 참 다릅니다. 맛은 그렇다 쳐도 그 양이 성에 안 차요.
남편이 먹는 카푸치노도 그렇습니다. 누구 코에 같다 붙여~~~ 싶을 정도로 조그만 찻잔에 나와요.
그래서 어느 날은 회사 근처 카페에서 가장 큰 사이즈의 컵에 커피를 주문하니, 에스프레소 샷 6 (!!!)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주더군요. 생각지도 않게 일주일치 카페인을 한 번에 다 먹어버렸습니다. 그래서 그다음에는 에스프레소 하나에 뜨거운 물을 부어달라니, 뜨거운 물을 컵의 반만 부어줍니다. 그래서 뜨거운 물을 더~~~ 컵의 끝~~~ 까지 부어달라고 했죠. 아무래도 이곳 사람들이 아주 쓰고 진한 커피맛에 익숙해져, 이런 밍밍한 (?) 뜨아의 매력을 모르나 봅니다.
테이크어웨이 커피는 그렇게 먹습니다만, 카페에서 앉아 커피를 마실 때는 또 다릅니다. 일단 그 커다란 종이컵 사이즈에 맞는 커피 컵이 없어요. 그래서 네덜란드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는 셀프입니다.
"커피랑요. 뜨거운 물 주세요"
그러면 조그만 커피랑 뜨거운 물이 담긴 물 잔이 나옵니다. 커피를 뜨거운 물에 퐁당, 섞으면, 뜨아 완성!
뜨거운 물을 시키는 것도 힘듭니다. 뜨거운 물을 마시는 사람이 별로 없거든요. 못 알아들어서 번거롭지만 가끔 마음의 여력이 있을 때 시도해 봅니다.
“커피랑요. 다른 컵에 뜨거운 물 주세요.”
어렵게 만들어 먹는 뜨아인만큼, 함께 나오는 공짜 쿠키랑 맛있게 먹어줘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