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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앨 Oct 21. 2023

비전공자로 미니멀 진열장 디자인하기

네덜란드의 우리집

새 집에 산지도 이제 1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그간 살면서 배운 것도 많았고 조금 후회되던 것도 있었어요. 남편과 만약 다시 또 집을 가꾼다면 뭘 어떻게 할지 취미처럼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mydutchhome

오늘은 맞춤진열장을 넣는 날입니다. 처음에는 벽난로와 책장, 앉을 수 있는 낮은 수납장을 생각했는데 견적이 너무 비싸 보류한 항목이었죠. 그리고 아기가 생기니 물휴지며 기저귀 같이 온갖 너저분한 것들이 유리창틀에 가지가지 올라가, 정리를 좋아하는 저희 둘에게는 못 견디겠을 만큼 수납공간이 절실해졌습니다. 깔끔히 수납하고 그동안 구석에 모아둔 마셜 스피커며 기념품이나 추억거리 진열품도 꺼내고 싶었고요.

몇 번의 이사로 아주 까먹고 있던 추억거리들이 이제 나왔습니다~

그래서 다시 디자인부터 하게 되었습니다. 지난번 원목 디바이더를 만들고 설치한 업체가 괜찮아서 이번에도 의뢰했습니다. 믿을만한 데다가 나무색이 통일되니까요.


하지만 역시 디자인을 받는 건 뜬구름을 잡아달라는 것과 같은지, 결국 제가 정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상의해 디테일만 조정하는 방법으로 시안이 결정되었습니다.


조금 조사하고 정리하면 어떤 전문가보다 더 내 마음에 들게 “디자인”을 할 수 있어요. 오늘은 저만의 노하우(?) 적어봅니다.


1. 첫 단계는 구글 이미지 검색입니다. 알맞은 키워드를 찾는 게 중요한데, 검색하다 보면 생각하지 못했던 키워드를 발견하기도 해요. 연관 검색어를 제시해주는 알고리즘덕이겠죠. 제 키워드는 “minimal wall shelf”, “mid centry shelf”였습니다. 자재나 색보다 스타일을 가지고 검색하면 눈이 가는 여러 가지 완성품 예시들을 볼 수 있어요.

2. 그걸 추리면 “미니멀”과 “미드센츄리” 중에서도 내가 뭘 마음에 들어 하는지 대충 패턴이 보입니다.


일직선 플로팅 셸프, 공간 구분이자 장식인 격자, 벽을 다 메꾸지 않고 여백을 주는 것. 내추럴 화이트 우드톤.


3. 그러면 이제 우리가 필요한 것 (로봇청소기가 들어갈 낮은 수납공간, 진열장)과 식사 공간 옆에 위치할 것이라는 점, 진열장이 들어갈 곳의 사이즈, 이 3가지를 감안해 이 것 저 것 스케치해봅니다.

4. 남편에게 보여줍니다 ㅎㅎ (아니면 누구라도) 그리고 여러 가지 상의해 디자인을 간추립니다. 아무래도 몰입해서 계속 디자인 보던 사람보다 새로운 관점으로 솎을 수가 있고요. 또 남편의 안목과 의견이 좋거든요~ ㅎㅎ


5. 디자인 앱은 없어도 나에게는 파워포인트가 있다! (액셀로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펜 하고 종이도 됩니다.) 이제 가안을 좀 더 잘 느껴보게 색깔을 입혀봅니다.

컴퓨터로 하면 자세한 부분을 조금씩 고쳐 대조해 보기가 훨씬 쉽습니다. 괜시리 모르는 프로그램을 찾아 써보기보다 잘 하는 프로그램으로 뚝딱뚝딱 그림을 그려봅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되었다 싶으면, 이 걸 바탕으로 업체랑 의논하기도 좋고요.

6.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전문가가 전문가인 이유는 따로 있죠. ”이렇게 해주세요 “가 아니라 “이걸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물어봅니다.

그런데 디자인이 너무 아름답다며 (ㅋㅋ 너무 쉽게 가십니다) 처음 도안을 거의 가져가되, 수납장 문은 3개에서 4개로 수정했고, 문고리를 부착하는 대신 터치오픈식으로 바꾸었습니다. 하중 때문에 격자의 두께를 조정하기도 했고요.


7. 최종시안 점검하기. 이거야 뭐, 이제

업체에서 어떻게 설치할 건지

자세한 도면을 보내오면 꼼꼼히 확인합니다. 견적도 꼼꼼히 확인합니다. 2번의 수정을 거쳤어요.


8. 드디어 설치. 한 번 설치하면 다시 되돌릴 수 없는 맞춤형 진열장입니다. 벽에 구멍도 뚫고요. 많이 답답해질지, 디자인은 상상한 대로 나올지 좀 걱정도 되죠. 운이 따랐는지 종이 속 디자인이 살아났네요!


네덜란드 설치기사님들은 천천히 꼼꼼히 일합니다

남편은 집에 일하러 오시는 모든 분들께 커피를 타드리고 물을 권합니다. (저한테

비 오는 날 청소아주머니를 픽업하러 차로 데리러 가는 게 어떻겠냐고 물어볼 정도입니다ㅎㅎ).

그리고 틈 날 때마다 구경도 하고 수다도 떨고 설치 과정에 대해 논의합니다. 예를 들어 플로팅 셸프가 벽에서 약간 떨어지는 경우라 그 갭을 키트로 메꿀 건지 물어보고 저희는 안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9. 완성

상상이 실제가 되는 과정이 참 보람차네요! 주방도 이런 식으로 디자인했습니다.

셀프 디자인, 비전공자라도 할 수 있습니다. 그냥 맡기는 것보다 더 재밌고 완성품에

대한 만족이 더 큰 것 같아요.

로봇청소기가 쏙 들어갑니다~ 시원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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