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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앨 Sep 30. 2024

네덜란드의 행복 육아책

소확행 육아 (The Happies Kids in the World)

아기가 태어나고 처음으로 한국에 왔다. 한국의 모든 것을 그리워하는 네덜란드 남편도, 휴가가 너무 그리웠던 나도 고대하던 시간이다.

지난 한 달간 19개월 아기는 한국말이 폭발적으로 늘고, 고기며 김, 밥 같은 음식을 예전과는 비할 바 없이 잘 먹어주고 있다. 시차적응도 아기들은 빠르고 먹는 것도 한국 음식이 네덜란드 음식보다 더 맛있어서 걱정할 게 없다더니 정말이었다.

네덜란드에 돌아갈 때 조금 염려되는 건 잠자는 문제다. 두 돌 아기 침대며 안전장치가 없는 친정집에서 지내다 보니 자기 방에서 혼자 재울 수가 없어 옆에서 같이 자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장난감이 옆의 거실에 있으니 자는 방 문을 열어젖히고 놀러 나가 (우리 네덜란드 집의 모든 장난감은 침대방의 위층이나 아래층에 있다) 네덜란드 식으로 자기 방에서 혼자 곤히 잠에 드는 일을 해낼 수 있기를 바라볼 뿐이다.


한국에서 아기를 잠시나마 기르고 둘째를 임신한 상태니 네덜란드와의 육아 차이를 생각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한국에서 느끼는 네덜란드의 육아는 어떨까 책을 찾아보았다. 요새 나온 책은 네덜란드에 사는 미국, 영국인이 쓴 육아서적이라 한국인의 시점은 아니지만 리뷰를 읽어보니 글쓴이들의 본래 육아 문화에 한국 사람의 감정도 이입이 된다는 추세였다. 경쟁적이고 교육에 올인하고 완벽한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 말이다.

소확행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육아라는 제목의 이 책은 네덜란드 육아에 대한 좋은 점을 중심으로 과연 문화의 무엇이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는지 적혀 있다. 아무래도 원제 (The Happiest Kids in the World)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네덜란드 아이들이 왜 행복한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책이기 때문일 거다. 그리고 네덜란드에 사는 외국인으로 집필해 팔리는 책이니 네덜란드 육아에 대해 비판하지는 않는다.

나는 좀 더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시선이 아쉬웠다. 교육이나 육아에는 정답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아기를 성인으로 기르는 과정의 목표도 개인마다 다르다. 아이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이 목표일 수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행복보다는 성공을 목표로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네덜란드의 육아를 단편적으로 획일화시키는 부분도 있다. 많은 부분이 내가 아는 것과 다르기도 하고 남편이 공감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그럼에도 네덜란드의 특별한 자유방임 육아를 잘 요약한 책이라 대안적인 육아의 형태가 궁금하다면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나 또한 요새 교육의 목적에 대해 생각해 본다. 한국에 와서 영어유치원이 얼마고 영어유치원에서 수학을 영어로 가르치고 영재 교육이 더 일찍 시작하고 등 말을 들어서다. 이런 교육은 결국 교육의 목적이 좋은 학교에 가서 좋은 직업을 갖는 것, 궁극적으로는 그를 통해 경쟁사회에서 돈을 많이 버는 것이라 (벌 기회를 갖는 것이라) 그런 것 같다.

어린이집만 해도 한국은 프로그램이 아주 다양하다. 외부 강사가 와서 인형극이나 영어 노래 수업을 진행하고, 체험활동도 많다. 프로그램이 다양하고 잘 짜인 것 같다. 놀면서도 배우는 것 같지만 무엇보다 다양한 경험과 놀이를 체험하기 때문에 좋아 보인다. 네덜란드의 어린이집은 말도 못 하게 비싼데 (우리나라가 전액 무료인데 비해 네덜란드는 하루에 이십만 원 정도이고 일부는 나라에서 소득 수준에 따라 지원한다) 프로그램이 있다고 해도 만들기나 그림 그리는 정도이고 대부분의 시간을 놀면서 보낸다. 유치원대신 만 4살에 시작하는 초등학교 (Basisschool)도 6살 때까지는 놀이 위주이고 읽기 쓰기는 나중에 시작한다. 그리고 고학년에 올라가도 그 교육 수준도 우리에 비하면 낮다. 공부에 할애하는 시간도 당연히 더 적고 말이다.


소확행 육아의 저자들은 네덜란드 교육의 목적이 “아이가 한 사람의 개인으로 행복하게 자라도록 이끌어주는 수단”이라고 적었다. 사회적 스킬을 얻게 해주는 과정이 교육이란다. 이 부분에서 좀 동의하기 애매해 남편의 의견을 물어보니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단다. 네덜란드의 초등학교 저학년은 그럴지 몰라도 대학과정을 준비하는 수준의 고등학교 때는 커리큘럼을 잘 따라가느냐가 중요하다 한다. 그리고 한국 사회가 서로서로 더 예의 바르지 않냐며, 선생님 말을 잘 따르고 공손한 동네 어린이들을 보며 자기는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다 한다. 어느 나라를 가든 학교를 통해 사회성을 기르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교육이 수단인 것도 어디나 마찬가지다. 교육 혹은 배움 자체가 목적이라면 모두 학자가 되어야 한다. 무엇을 위한 수단이냐가 다른 것 아닐까. 네덜란드에서는 공부가 다가 아니다. 대학 안 나와도 풍요롭게 살 수 있다. 그러니 구태여 아등바등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에 간다면 선택권이 더 넓어지고 부유해질 기회가 많은 것도 맞다. 네덜란드의 엘리트들 대부분이 더 오래, 더 좋은 교육을 받는다.


산업혁명 시기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일을 시키기보다 학교에 다닐 권리를 주면서 나온 발상은 착취와 빈곤으로부터 그들의 인권을 지키자는 거였다. 아이가 아이답도록, 모든 아이가 배움의 기회를 갖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역설적으로 배움의 기회에 자유와 행복을 “착취” 당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래서 생각해 본다. 부모로서 그런 역설에 지배되지 않는 이상, 아이가 소화할 만큼의 교육, 힘이 닿는 대로 도와주면 되지 않을까.

행복이라는 말은 참 애매하다. 누군가는 찰나의 기분을 행복이라 하고 누군가는 인생의 궁극을 행복이라 여긴다. 네덜란드 사람들이나 아이들이 행복하다면 아마 그들이 “만족하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행복하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현재가 만족스럽기 때문에 그렇다고 대답하는 건 아닐까. 미래를 위해 현재를 갈아 넣지 않고, 완벽하려 하지 않고, 되는대로, 적당히 사는 것이다. “적절하여 마땅하다, 알맞다”라는 뜻처럼 최고도 최선도 아니고 중간까지 가는 마음가짐이 일으키는 삶의 반향은 생각보다 아주 큰지도 모른다.


교육의 목적이 무엇이냐, 내 아이가 행복하려면, 잠재력을 발휘하려면 어찌해야 하는가부터 당장 밥은 어떻게 잘 먹이고 잠은 어떻게 더 쉽게 재우고까지 사람을 키우는 일은 철학적 고민과 현실적 고민의 집체다. 그런 과정이 때로 눈물나게 힘든 것도 네덜란드나 한국이나 마찬가지다. 다르다면 다를까. 하지만 네덜란드 부모들은 자식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헌신하지 않는다.

한국에서의 육아가 좋은 점은 끝도 없이 많다. 해가 좋은 날씨, 키즈카페를 비롯한 어린이 편의시설, 다양하게 판매되는 이유식, 수많은 놀이터, 아기에게 친절한 이웃 주민들, 무료를 넘어 선물에 가까운 각종 국가적 지원, 배려를 가르치는 문화, 깨끗하고 조용한 도서관 어린이 열람실, 야외콘서트 같이 주변에 넘치는 문화 체험 등. 여기서 딱 한 가지, 우리 부부 스스로 “적당히”라는 네덜란드식 마음가짐만 지킬 수 있다면 한국에서의 육아야 말로 가장 멋지지 않을까, 고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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