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육아
우리가 사는 암스테르담 근교 42채의 신단지에는 십 대 아이들이 있는 집이 두 집, 손주 봐주는 노부부가 사는 집이 두 집, 그리고는 모두 저학년 이하의 아이들이 있는 가족들이 살고 있다. 돌아다니면 4-5살 아이들이 제일 많은 것 같다. 그리고 아이가 넷인 우리 옆 집, 아이가 셋인 우리 뒷 집부터 시작해 대부분 아이가 셋이다. 적으면 둘이다.
나도, 남편도 삼남매이고 동네에서 보이는 게 이런 대가족(?)이니 몇 년 전부터 아이 셋을 낳는 것이 바라는 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왠 걸, 한국에 있을 때 나의 부모님부터 사주 보는 아저씨까지 (남편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해 재미 삼아, 문화 경험 차
봐봤다) 세 자녀를 두는 걸 반대하는 게 아닌가.
셋째라니 도리도리! 너무 힘들다. 그땐 어쩔 수 없이 셋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건 자기 자신, 아이를 기르기 위해 그걸 포기하지 말아라. 도대체 요새 누가 셋을 낳더냐…
이런 말을 자꾸 듣고, 아들이 둘이면 셋 째도 아들일 확률이 70%라는 네덜란드 조산사의 말까지 더해 (실제 주변에 아들-아들-또 아들이 마지막에 딸인 경우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내가 과연 아들 셋 육아를 할 수 있을까 싶어졌다. 그래선지 한 때는 확신했던 마음이 좀 수그러들기도 했다.
그러다가 궁금해지는 게 아닌가. 여기서는 왜 애들을 셋 씩 낳을까? 아들 셋 육아는 여기도 힘들지 않을까?
장 보고 집에 가는 길에 필드하키를 치고 친구와 자전거를 타고 돌아가는 여자아이를
보며 단순한 비밀을 문득 알 것 같았다.
자전거가 주는 자유로움, 그리고 독립적으로 키우는 육아관. 이거 두 개가 아닐까 싶다.
10살도 안 되어 아이 혼자 자전거를 타고 친구네, 학교, 방과 후 활동까지 다니는 건 네덜란드라 가능한 것 같다. 자전거 인프라가 잘 되어 있고, 네 살이면 부모님과 자전거를 타고 차도를 가르고, 학교에서도 자전거 교통 수업을 받고 하는 나라다. 그러니 아이가 좀 크면 아이들 셋을 차를 타고 실어 날라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다. 비슷한 연장선에서 볼 때 아이를 내놓고 키운다. 보호자 없이 어린애들끼리 놀고 있거나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한다. 자전거 타고 혼자 쏘다니는 것처럼 말이다. 좋게 말하면 자유로운 유년시절이고, 안 좋게 말하면 자유방임이다. 유원지에서 혼자 돌아다니는 어린아이들도 종종 볼 수 있다. 내가 더 걱정이 될 때도 있다. 우리나라도 옛날에는 동네에서 이웃집이며 친형제 자매들끼리 놀면서 다니며 컸다는데… 그래서 칠남매도 오남매도 가능했을까?
이곳 대부분의 가정은 맞벌이다. 그래서 아기가 3개월이 되면 산휴가 끝남과 동시에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학교가 일찍 끝나는 수요일이나 금요일에는 어리기로는 만 4살 아이들을 학교에서 6시까지 놀린다 (아이들을 관찰하는 사람은 있지만 프로그램은 따로 없다). 그러고 나서 아이를 픽업한다. 아니면 부부가 돌아가면서 4일씩 일해 일하지 않는 날 아이를 방과 후에 데리고 온다. 여유가 있는 집은 상주 보모(오페어)를 쓰는데, 그러면 보모가 아이들
픽업하는 일 등을 한다. 필리핀에서 많이 오는지 금발의 아이들을 자전거로 태우고 다니는 아이들 체구만 한 아시안의 얼굴이 종종 보인다. 보모의 비용(일반 비용 외에도 독립된 방을 주어야 해서 아이가
셋이라면 이 동네 집은 방을 만드는 집수리도 해야 한다)도 높으니 맞벌이가
(혹은 특별한 경우) 아니라면 경제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부부 모두 일하는 것이 전제, 그다음 거기에 육아를 어떻게 끼워 맞추느냐이다. 독립적이고 개인적인
사회이니, 결론은 자연스럽게도 아이들도 스스로 자라게 하는 쪽으로 가는 것 같다. 부모와 아이가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있지만 그 많음의 정의가 다른가 보다.
*네덜란드도 아이가 좀 더 어릴 때 부모가 나서서 기른다는 마음이 있다면 한 사람이 일을 그만두지 않는 이상 둘은 기르기 어렵고 셋은 더 어렵다 (실제 네덜란드 출산율은 2022년 기준 여성 한 명당 1.49로 가장 낮은 수준까지 왔다. 출처: CBS.n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