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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앨 Jul 02. 2021

네덜란드 안의 또 다른 네덜란드 프리즐란드

네덜란드 여행


우중충한 여름날씨로 답답해 하던 어느 토요일에 그냥 무작정 네덜란드의 가장 북쪽 지방인 프리즐란드에 가기로 했어. 한 시간 반 정도 차를 타면 프리즐란드의 수도인 레우와든이거든. 주변 경치를 바꿀겸, 매일 가는 공원 대신 레우와든을 둘러보고 근처 도시인 드라크텐의 로열베이커리에 가기로 했지.  

레우와든 중심가

프리즐란드는 네덜란드 안에서도 특별한 곳이야. 나름의 역사가 있어서 네덜란드에 통일 된지는 겨우 19세기 후라고 하네 (17세기에도 네덜란드의 일부였지만). 그들만의 말이 있는데, 학교에서는 프리즐란드 말과 네덜란드 표준어를 같이 가르친다고 하더라. 프리즐란드 사람이 아니면, 그들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그래. 제주도 방언 같은 것인가 싶어. 그리고 푯말도 네덜란드어와 프리즐란드 말, 2개 국어로 적혀져 있어.  


프리즐란드는 멀다는 점에서, 그리고 여름철 휴가지로 제격인 아름다운 섬들이 있다는 점에서 좀 더 자연과 가까운 청정지역이라는 인상이 있어. 그리고 내가 네덜란드의 지역기 중에 가장 좋아하는 빨간연잎과 하늘색 대각선이 그려진 예쁜 상징도 있지. 그들 나름의 음식 중에는 건강에 좋은 프리즐란드 스타일 시큼한 냄새가 나는 호밀빵 (Roggebrood 로흐브로드/라이브레드), 아니스를 넣어 달콤함과 함께 살짝 약재 맛이 나는 둠카스 쿠키, 그리고 무엇보다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유제품 브랜드/회사인 프리즐란드 캄피나 제품들이 유명해. 

프리즐란드 지역기

예전에 다니던 회사의 공장하고 기술팀이 드라크텐에 있어서 암스테르담에서 가려면 카풀로 아침 6시에 출발해서 차를 타고 가는 길에 동녁이 트던 게 생각나더라.  


암스테르담에서 레우와든에 가기 위해 신랑이 선택한 길은 Afsluitdijk 아프슬라우트 다이크(둑길/제방)를 지나가는 거였어. 네덜란드 땅의 대부분이 해수면 아래 위치한 거, 알지? (국제공항인 스키폴도 해수면 아래에 있어.) 그래서 항상 바다와 물과 싸워야했다네. 홍수나 범람으로 사람들이 목숨을 잃거나, 가축과 농경지가 침몰되는 경우가 많았대. 그래서 전통적으로 둑과 제방을 만들고 물을 메꾸어 땅을 만들었어. 하지만 노드 홀란드와 프리즐란드 사이에는 바다가 있었는데, 그 게 너무 커서 아무도 제방을 만들 엄두나, 승인을 내지 못했다고 해. 

파란색 점이 아프슬라우트 다이크 들어가는 시점이야. A7이라는 표지가 있는곳이 바로 제방

결국 네덜란드 정부는 그 두 지역을 연결하는 제방 겸 다리를 놓기로 하지. 그래서 바다의 일부를 막아서 물을 제압할 뿐 아니라 그에 따라 바다의 일부는  큰 호수 (Ijsselmeer, 아이슬미어)가 되었고, 바다에 속했던 땅은 육지가 되어 농경지로 쓰이고 있어.  32키로미터에 90미터 너비의 제방이니, 사실 고속도로처럼 보이고 또 고속도로로 쓰이지. 

제방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즐기는 (?) 네덜란드식 피크닉.. 흑..너무 공감된다.

이 엄청난 프로젝트가 한 사람의 생각이었다는게 신기해. 코넬리스 렐리 (Cornelis Lely)라는 당시의 정치인이 (Water management 장관) 디자인 한 대로 만든 제방이고, 그가 만들고자 한 계획은 당시 네덜란드 1년 예산에 해당하는 비용이 드는 규모였대. 이  거대한 계획을 위해 섬을 2개를 인공적으로 만들어서 제방을 조금씩 이어가는 방식으로 만들었다니. 네덜란드의 물의 역사와 기술을 느낄 수 있는 곳이야.  지금도 다이크에 가면 렐리의 거대한 조각상이 서 있어. 이에 관한 괜찮은 비디오가 있어서 연결할게! 

https://www.youtube.com/watch?v=OdVEVP9mRRU&t=0s

오른쪽이 구명조끼를 입은 코넬리스 렐리의 조각상.

그렇게 잠깐 멈춰 제방 구경하고 건너면 곧 레우와든이야. 작은 도시라 그냥 발길 닿는 곳으로 걸어다니면서 구경하는게 좋겠어. 남편이 말하기를 프리즐란드 사투리는 잘 안들리고, 관광객이 많은지 오히려 독일어, 벨기에 사투리가 들린다고 하더라. 북적이는 작은 도시를 걷다보니, 코로나는 지난 일인 것만 같아 잠깐 좋더라. 

항상 똑같은 옷가게, 상점들이 있는 도시 중심 말고 이런 저런 골목을 돌다보니 조용하고, 아담하고, 또 흥미로운 레우와든이 보였어.

우리가 가본 곳 중 추천할 만한 곳은 감옥을 개조한 도서관 (dbieb Leeuwarde)그리고 바로 옆에 위치한 아틀리에야 (Blokhuispoort H-Vleugel ateliers en winkels). 감옥이 왜 이렇게 예뻤을까 싶을 정도로 특별한 건축물인데, 예술이 가미 되니 어쩐지  실험적인 느낌도 있어. 아틀리에 거주 작가들은 일반적으로 사회 소외자가 되는 사람들이 예술작품을 만들어 팔아. 마음에 드는 도자기 컵이 있어서 컵 까지 기념품으로 샀네! 

레우와든에서 차를 타고 추억의 드라크텐에 갔어. 드라크텐에 가니까 금발인 사람들도 더 많고, (남편에 의하면) 발음도 다르고 영어도 잘 안 통해서, 레우와든에 비해서는 정말 프리즐란드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사실 작은 도시라 볼 건 없지만, 만약 가게 된다면 제과점인 엠 본스트라 (Banketbakkerij en Chocolaterie M Boonstra) 꼭 가봐. 나름 네덜란드 왕실에 가는 빵들이래. 쉬어 갈겸 커피를 마시기로 하고, 참새 방앗간이라고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여러가지 케잌 중에서 난 크왁케잌을 골라서 먹었어. 요거트 비슷한 유제품 크왁 좋아한다고 얘기했지? 딱 가볍고 산뜻한 케잌이라 흡족하게 잘 먹었어. 그리고 네덜란드에서는 대부분의 음식점에서 커피나 차를 시키면 단 걸 주거든. 작은 초콜렛이나 비스킷 같이. 그 때 함께 나온 작은 케잌은 너무 맛있어서 큰 걸로 사뒀지 (Friesland turf cake 털프 케이크; 계피맛 100x아주 무거워서 마치 떡 같은 케이크).  

그렇게 반나절 당일치기로 프리즐란드에 다녀오니, 마치 휴가갔다 온 것 처럼 즐겁고, 노곤하고, 또 어딘가로 떠나고 싶더라. 만약 너희랑 같이 가게 된다면 레우와든 근처 스네이크 (Sneek)나 프리즐란드의 자랑인 아름다운 섬들에 꼭 가고 싶네! 그렇게 역사도 문화도 조금은 다른 프리즐란드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 


모든 사진의 저작권은 저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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