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생활팁
네덜란드에 살면서 가끔 정말로 왜 그렇게 열심히 살았나 싶을 때가 있어… 황당하거나 어이없게도 이렇게 쉬운 게 왜 우리나라에서는 어려웠을까 싶은 게 느껴지면 그래. 오늘도 건조기를 보다가 내가 느낀 열 가지 쉽게 사는 네덜란드스러운 것들에 대해 한 번 적어보기로 한다.
1. 가장 자주 느끼는 건, 빨래가 너무 빨리 마른다는 거야. 여름에는 반나절, 습기 많고 비가 많은 겨울에도 최고 하루 반이면 빨래가 다 말라. 그래서 건조기도 거의 안 써. 이불도 싹 말라버리거든. 쉰 냄새도 없어. 나무랑 벽돌로 지어진 집이라 그런 걸까? 아무튼 편리해.
2. 분리수거도 그래. 얼마 전에 암스테르담 시청에서 편지를 받았는데, 플라스틱 분리수거통을 없앤다는 내용이었어. 플라스틱을 재활용하지 않는다는 건 줄 알고 황당해했는데, 알 보고니 더 효율적이게 쓰레기 처리소에서 할 테니 개인들이 분리수거를 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이었어. 종이, 유리 말고는 이제 분리수거를 안 해도 돼.
3. 식칼을 잘 쓰는 남편을 만나기 전, 혼자 장보고 밥 해 먹을 때 편했던 게, 슈퍼에 다 씻겨서 썰려진 야채들이 싸기도 하고, 종류도 많다는 점이었어. 그냥 봉지 뜯어서 요리만 하면 되거든. 예를 들어 당근하고 양파가 썰려져 있는 봉투는 항상 세일이라 1 유로면 샀는데, 네덜란드 사람들이 좋아하는 훗 스폿 (음식 얘기 찾아봐~) 만들 때 쓰이거든. 난 그냥 볶아서 내 맘대로 음식 하는데 써먹었지. 그리고 샐러드도 미리 만들어져 있고, 아니면 밀키트가 엄청 많아서 그냥 사서 그것만 해 먹는다는 좀 불쌍한 (?) 친구 이야기도 들었지.
4. 물 끓이기의 신세계는 쿠커 (Quokker)야. 요새는 레노베이션할 때 대부분 주방에 쿠커를 다는 것 같아. 수도에 쿠커라는 기계를 달면 (한 우리나라 돈으로 150만 원), 물을 따로 끓이거나 전기주전자를 쓸 필요 없이, 정말 터치 한 번에 뜨거운 물이 바로 나와. 장기적으로 보면 에너지 사용도 덜하겠지만, 우선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게 너무 편해. 그리고 주방도 훨씬 깔끔해지고. 네덜란드에서 개발된 기술이고 브랜드라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먹히지 않을까? 끓인 물 많이 쓰니까. 그리고 탄산수 기능도 있어서, 버튼 한 번에 탄산수도 수도에서 나와.
5. 물 안 사도 되는 것. 네덜란드 전역, 특히 암스테르담 물이 좋다고, 물을 안 사 먹어서 보관하지 않아도 돼서 좋아. 물 병 살 때마다 플라스틱이라고 돈을 더 내 거든. 그거 분리하는 것 도 일인데, 버릴 일도 없지, 돈도 안 들지… 그리고 원하면 수돗물의 성분분석을 할 수 도 있어. 키트를 받아서 구청에 보내면 돼.
6. 자전거!! 처음 네덜란드 와서 한 1년이 넘게는 지하철이나 트램을 타고 다녔거든. 그 작은 암스테르담 (예를 들어 한 5km 가고자 할 때)이라도 차랑 같이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는 게 좀 껄끄럽고 겁이 났었어. 그런데 요새는 자전거 아니면 뭘 타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야. 트램이나 메트로는 코로나 걱정에, 기다려야지, 돈 내야지, 가고자 하는 곳까지 가지도 않지, 갈아타야 하지, 그냥 불편하더라고.
7. 피부관리. 사실 이 부분은 나도 중도를 찾고자 해. 우리나라에서 세안부터 시작해서 몇 단계 절차와 크림을 거친 아침저녁 피부관리 습관이 세계에서 가장 길다는 것 알고 있니? 그만큼 피부가 좋은 게 사실이지만. 아마 네덜란드 사람들은 그 반대일 거야. 토너도 구하기 힘들어. 사실 토너라는 콘셉트도 없어. 요 근래 조금 바뀌는 것 같지만. 잘하면 딱 낮크림, 밤크림 두 개 달랑 쓰면서 살더라.
8. 하이힐 안 신는 것. 난 키가 작고 종아리가 두껍다고 생각해서 항상 하이힐을 신고 다녔어. 그래서 발 모양도 변하고 굳은 살도 많이 생겼고 결국 다리도 더 두꺼워진 것 같은데. 암스테르담 여자들은, 스틸레토 (뾰족구두)나 하이힐은 거의 안 신고 데이트할 때도 운동화를 많이 신어. 뭐 평균 키가 여자 175cm 이상이고 자전거 타야 하는데, 왜 굳이 하이힐을 신겠어? ㅋ
9. 키 크는 것. 정말, 다~ 떠나서 유전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뭘 먹고 자라든 상관이 없나 봐.
10. 공부. 뭐하러 열심히 공부해? 결국 다 비슷하게 사는데.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서 부자 된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아.
마지막으로 11... 인터넷 뱅킹 혹은 전자 금융. 왜인지 정말 궁금한데, 우리나라처럼 뭐 깔으라는 얘기, 인증하라는 얘기가 없어서 너무 편하다.
Work smart, not hard라는 표현이 어쩐지 오늘따라 와닿는다. 이렇게 ‘쉽게 사는’ 게 가능한 이유는 효율성을 중시하는 문화랑 구조, 그리고 사회복지나 기술이 발달해서겠지?
우리나라의 삶의 방식과 대조적인 면에 좀 씁쓸하기도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