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항상 장보기 앱 피크닉(Picnic)을 통해 거의 비슷한 채소를 사는데 어느 날 내가 매일 습관적으로 사는 제품들 말고는 뭐가 있나 궁금해졌어. 그래서 아마 수천 개는 될 제품 목록을 뒤져보기 시작했지ㅎㅎ.
슈퍼마켓 구경이 취미라 아마 내가 모르는 건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몰랐던 물건들이 많더라고. 그래서 네덜란드 문화를 반영하고, 저렴하고, 너무 건강에 나쁘지 않은 몇 개 제품을 위주로 골라서 한 번 사봤지. 이렇게 또 네덜란드 사람들을 알아가게 되는구나~ 뭐 이런 동기로!
그 후기를 공유할게. 한 번 주의를 기울이고 나니, 예전에는 안 보이던 음식들이 어느 슈퍼마켓에 가도 보이더라고. 역시 사람은 보는 것만 보고, 아는 것만 아나 봐.
종목 1. 듣도 보도 못했던 네덜란드만의 음식들 (중 우리 식성을 고려해 그나마 시도해볼 만하다고 해서 고른 것)
아래 사진의 왼쪽부터
- 시나몬 과자 토핑 (스후드바우켸스 스페큘라스, Schuddebuikjes speculaas)
- 아니스 (향료) 인스턴트 차 (아나이스 스타아폐스, Anijs staafjes)
- 스튜 파우더 (하셰, Hachee)
- 세몰리나 (노란 빛의 거친 밀가루) 죽 (흐리스메일 팝, Griesmeel pap)
종목 2. 고메 식품
- 네덜란드 모래언덕의 야생화 헤더꽃에서 벌들이 힘들게 기른 꿀 (하이드호닝, Heidehoning)- 이런 건 사줘야지!
종목 3. 유제품 대용 제품
- 두유로 만든 크와크 (식물성 크왘, Plantaardige Kwark)
- 빵에 올려먹는 코코넛 슬라이스 (코코스브로드, Kokosbrood) - 올드치즈처럼 생겼지?
별점 (5별 만점)& 후기
별 ***** 스후드바우켸스 (시나몬 과자) 토핑: 너무 재밌는 과자야. 11월에 많이 파는 동그란 시나몬 과자 (페퍼노튼 Pepernoten)의 맛으로 계피맛 과자인데, 더 달고 계피맛은 그 보다 약해. 우유곽에 2/3 정도 들어있어서 흔들면 달그락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나서 마치 너무 재밌어서 깔깔 웃을 때 배에서 나는 소리 같다고 그런 뜻의 '스후드바우켸스' 라는 상표명을 달았다나. 하지만 그 생김새는 꼭 개밥... 같아. 그리고 먹어도 먹어도 줄지가 않아서 살찌기 쉽겠더라. 이걸 맨 빵에 올려 먹거나, 요거트에 얹어 먹는대. 심심하면 시도해봐도 좋겠더라.
별 **** 세몰리나 (노란빛의 거친 밀가루) 죽: 달달한 죽인데, 약간 커스터드 같아. 사진에 있는 건 아몬드 에센스를 넣었는지 향신료 맛이 났어. 라이스 푸딩도 이런 맛이야. 유기농에 더 비싼 세몰리나 팝도 사 먹어보니 훨씬 크리미하고 맛있더라. 달콤한 아침 대용으로 나쁘지 않음!
별 *** 네덜란드 모래언덕의 야생화 헤더 꽃에서 벌들이 힘들게 기른 꿀: 일반 꿀보다 더 진하고 건강한 맛이랄까, 약간 더 풀 맛이 강한 것 같아. 요리에 쓰기는 아깝고, 그냥 먹기에는 좀 진한 맛? 벌들아 미안.
별 *** 빵에 올려먹는 코코넛 슬라이스: 왜 이런 걸 만들을까 싶었는데. 코코넛 맛이 강하고 씹는 맛도 있어. 그래서 가끔 단 게 당길 때 조각조각 떼먹었어. 그래도 코코넛보다는 하우다 치즈랑 같이 먹는 빵이 더 맛있고, 치즈를 올려먹는 빵보다는 버터를 올려먹는 빵이 더 맛있더라.
별 ** 두유로 만든 크와크 (kwark): 좀 두유 젤라틴처럼 별로였어. 유제품 버전이 훨씬 낫더라.
별 ***** 사실 이번 슈퍼마켓 보물 찾기의 가장 보물은... 네덜란드에서 자란 제철 과일 자두야. 그냥 장보는 중에 할인이길래 한 주 먹을 과일로 샀는데, 정말 달고, 과즙이 꽉 차 있고, 맛있더라.
아직 아니스 차랑 하셰는 먹어보지 않았지만. 별 기대는 하지 않아. 올드스쿨 더치 음식이고 요새는 먹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아. 정말 맛있다면, 후기를 수정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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