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생활팁
무례하기로 소문난 (?) 네덜란드 사람들이지만, 사실 살다 보면 그게 아니라는 걸 알 거야. 세계 어디를 가든 부대끼며 다른 사람들과 사는 이상, 서로 지켜야 할 '규칙'이 있는 건 가봐. 네덜란드도 알게 모르게 예의, 예절과 사회적 신호를 중요시해. 뭐 단순한 예를 든다면 자전거 타고 커브를 돌 때 손으로 어느 방향으로 간다고 뒤 사람에게 신호하는 게 있어. 그 외에도 여느 사회처럼, 네덜란드 사람들만의 특이한 에티켓이나 예절 공식이 있지.
어느 날 대만 친구가 특이하다고 나한테 이야기한 어른들과 술을 마실 때 몸을 틀어 마시는 우리나라의 예법 (?)처럼, 알려주지 않으면 모르는 것들이지.
생각나는 대로 내가 '발견'해온 네덜란드의 예절 상식 공유할게.
1. 뺨에 3번씩 하는 뽀뽀 인사
이제 코로나 때문에 이 인사 문화도 사라지지 않을까 싶지만, 악수와 포옹이 아무렇지 않던 시절에는 네덜란드만의 인사문화가 있었어. 매일 만나는 직장동료나 친구 사이보다는, 누군가의 집에 방문했을 때, 처음 만났을 때, 오랜만에 만났을 때 하는 인사야. 성별 구조에 따라 방법이 달라져.
남자-남자: 악수하면서 인사하기
남자-여자: 3번 반대쪽 뺨을 가까이하거나 맞대며 뽀뽀하듯이 '쪽' 소리 내기
여자-여자: 3번 반대쪽 뺨을 가까이하거나 맞대며 뽀뽀하듯이 '쪽' 소리 내기
진짜 뽀뽀를 하는 사람도 있는데 대부분 그냥 입술로 소리만 내구. 뭐 뽀뽀를 직접 한다고 저의가 있는 건 아니야. 그리고 그렇게 인사하는 도중에 "잘 지냈어요?" "얼굴 좋아 보이네요" 같은 말들을 섞어 이야기해. 아주 정신없고 바쁘지 ㅎㅎ 거기에 프랑스처럼 대부분의 서유럽 국가들이 2번인데 네덜란드는 3번이라서 헷갈리는 외국 사람들은 인사가 더 정신없는 거 같아. 가끔 진짜 입술에 뽀뽀가 되기도 한다니까!
2. 축하 인사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모두에게도
결혼이나, 생일, 혹은 중요한 축하의 순간, 그 축하 인사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당사자와 가까운 사람에게도 돌아가. 예를 들어 생일에 가족들이 다 모였다고 하자. 그러면 당사자만 "축하해!"라는 말을 받는 게 아니라, 서로서로 인사말처럼, "축하한다"라고 해.
"축하합니다. (뽀뽀 세 번이나 악수) 잘 지냈어요?"가 인사가 되더라고. 어리둥절할지도 몰라. 처음에는 말이지.
3. 안부 묻고 답하기는 민감한 습관
누구를 만났을 때, 그 만난 상대뿐만 아니라, 그 상대의 가족, 부모님, 같이 아는 지인 등 맥락에 적절한 사람들의 안부를 물어보는 상황이야.
"친구야, 부모님은 잘 계시고?"
"응, 잘 계셔."
"그래, 다행이다. " 그리고 안부를 전해달라고 부탁해. "잘 지내시라고 전해줘".
사실 여기까지는 별로 특이하지 않지?
그래서 네가 그런 안부 부탁을 받았다고 해보자. 그러면, 그 안부를 전해줘야 해.
"부모님, 친구 00이 안부를 전해달라고 했어요."
여기서 특이한 점 - 안부를 받는 사람도 다시 안부를 전해줘야 해.
"아 고맙다." "그럼 친구 00한테도 안부를 전해주렴".
만약 안부를 전해주라는 부모님의 부탁이 없었다면, 당사자는 친구 00을 다시 만나도, 안부를 전해주지 않을 거야. 아주 안부 묻기의 서클이야. 나도 이제 이게 익숙해졌는지, 안부 전달 요청을 안 받으면 대신해서 안부 전해달랬다고 하기 좀 껄끄럽던걸?
4. 내 생일 케이크는 내가 준비한다.
생일인 당사자를 위해 친구들이나 가족들이나 직장동료들이 케이크나 파티를 마련하지 않고, 생일인 당사자가 그런 걸 준비해. “나 태어났어~!”라고 하는 날이랄까? 어떻게 보면 주체적이고 챙겨주는 누가 없어도 항상 생일파티를 할 수 있다는 (?) 장점이 있는 방법인지도 몰라. 만약 크게 생일 파티를 한다면 자기 돈으로 직접 준비하는데, 이 정도면 초대받은 사람은 선물을 준비해.
하지만 그냥 케이크를 가져가거나, 술 한 잔 쏘는 정도라면, 그냥 생일 축하한다는 말 정도 받는 거니, 선물은 기대하지 않기.
5. 선물 주고받는 방법
여기는 좀 피곤한 게 무슨 선물을 받고 싶은지 리스트를 만들어서 알려줘야 해. 생일이라면 가까운 사람들에게 매 해 생일마다 자기가 갖고 싶은 걸 적어 이메일로 보내고, 안 보내면 무슨 선물 갖고 싶냐고 물어오지.
뭐 필요 없는 걸 사는데 돈 낭비할 걱정에 뭘 사야 할지 모르겠는 마음에 효율적으로 목록 문화가 만들어졌는지도 모르겠지만, 서로를 위해 고민하고 시간을 들이는 ‘마음의 선물’은 없어서 아쉬워. 그리고 막상 필요한 게 있는 성인이 얼마나 되겠어?
이미 다 아는 내용의 선물이라도, 받았다면 바로 열어보고 리액션을 아주 크게 준비해줘야 해. 정말 놀랐다는 듯이. 하나의 쇼 같아 ㅎㅎ 그리고 우리나라는 나중에 선물을 열어보는데 여기는 바로 뜯어본다는 점 중요해.
6.나눠먹을 생각 말고, 나눠 먹을 때 입 댄 거 조심하기
우리나라의 찌개처럼 나눠 먹는 문화는 외식문화에도 이어진 건지, 우리는 항상 뭘 여러 개 시켜서 조금씩 나누어 먹잖아? 그리고 니거, 내 거 구분이 좀 없는 편이지.
하지만 여기는 각자 먹고 싶은 거 주문해서 먹는데, 나눠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으면 더 마음이 편해. 다른 것도 먹어보고 싶다면 미리 좀 나눠 주겠냐고 물어보거나, 조금씩 시켜서 나눠 먹자고 제안을 하는 게 좋아.
가끔 피자집에서 각자 피자 한 판씩 시켜놓고 먹는 여인들을 보는데, 참 재밌어.
그리고 소스를 찍어 먹는 비터볼른, 치즈스틱, 나초 같은 핑거푸드는 소스를 한 번 찍고 먹었다면, 다시 안 찍는 게 예의야 (더블 디피아이라고 하지... 두 번 찍는다고). 침이 한 번 묻은 음식인데, 나눠먹는 소스에 또 찍으면 침이 섞이니 껄끄럽다는 논리야.
7. 단짠의 순서
단 거를 먼저 먹고 짠 거 먹고 하거나, 단 음식과 짠 음식을 번갈아가며 먹는 게 여기서는 이상하게 보여. 흔히 '디저트'라고 간주하는 것과 '메인'이라고 간주하는 것들의 구분이 확실해. (와인과 설탕에 졸인 배를 고기랑 같이 먹는 건 당연하게 여기면서도 말이지.) 자기네들이 익숙하지 않은 방법 혹은 순서로 음식을 먹으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데, 뭐 그럴 수밖에.
우리나라의 한상차림 문화(여러 요리를 한 상에 차려 여러 가지 골라 먹는 것)랑은 다르게 여기는 다른 유럽/미국 국가처럼 코스요리문화라서 나온 경우 같아. 그리고 항상 달콤한 디저트나 디저트 와인이 코스 메뉴의 끝이라, 단 거는 피날레~라는 생각이 있나 싶어. 우리나라는 '식사 메뉴' 다음에 케이크를 먹거나 초콜릿이나 떡을 먹지 않는 대신, 반찬이 달달한 게 많은 것 같아. 콩자반, 감자조림, 뭐 그런 것들. 그래서 더 같이 먹는 게 익숙한 것도 같고.
적고 보니, 끝도 없이 나올 거 같네. 이렇게 보니 서로 살뜰히 챙기고 다정하면서도, 구분이 확실한 게 중요한 네덜란드의 모습이 보이는 거 같다. 너도 모쪼록 이들의 재밌는 모습들 발견해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