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관찰일지
요새 자주 끼는 안개처럼 자욱하게 스며들어 사람들을 움츠러들게 만드는 게 뭐게... 바로 네덜란드식 코로나 락다운.
밖에서 식료품 사는 거랑 공원을 걷는 것 말고는 별로 할 게 없는 만큼, 집에 지인을 초대하는 식으로 소셜라이프를 연명(?) 하는 게 요즘이야. 얼마 전에는 이 락다운 생활이 만들어낸 신 풍속이 새삼스럽게 느껴졌어.
다들 그런 건 아니겠지만, 특히 노약자나 임산부, 혹은 아이가 있는 그룹이 모이는 경우 서로서로 '셀프 테스트'를 권장하고 테스트해서 결과를 사진으로 보내준 후 만나나 봐. 뭐 사실 우리도 그랬어.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는 식으로 증상이 없어도 테스트하고 코로나로부터 깨끗하면 보고 아니면 아쉽지만 보지 말자는 거지.
그렇게 몇 번 계속 검사하다 보니까 이제 아예 자가검사키트를 쟁여두고 뭐 일 있을 때마다 꺼내 쓰고 있다. 콧구멍에 직접 면봉 같은 걸 넣어서 용액에 집어넣은 후 한 5분이면 결과가 나오는 편리한 키트야. 그래서 만남을 조심해야 하거나 마음이 찝찝할 때는 간단히 상태를 진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 키트도 하나 당 3유로 정도인데 (4천 원) 슈퍼나 약국에서 살 수 있어.
컨트롤 라인 C만 한 줄이면 바이러스가 확인되지 않은 거고, 테스트 라인 T까지 두 줄이면 확진이야. 뭐 콜라로도 확진이 된다고 신빙성이 없다고도 하는데, 다들 하니까 그냥 하는 거지 뭐...
사실 당연하다면 당연하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 거지만, 또 막상 '검사해 보고 만나자'라는 말을 들으면 서로서로 '아니 우리처럼 조용하게 사는 사람들이 어디 있다고'라는 생각이 안 드는 건 아니지. 그리고 또 그렇게 검사까지 하고 만났는데, 창문이 열려있거나 '너네는 이 자리, 우리는 이 자리' 식으로 의자를 1.5미터 떨어뜨려서 앉으라고 하기도 해. 아니면 아예 문밖에서 만나고 말이지. 뭐랄까, 좀 신중해도 너무 신중해서 기분이 상한달까?
코로나로 지쳐가는 신경쇠약의 문화인 듯하면서도, 마음에 불편한 거 두지 말고 그냥 대놓고 확인받자하는 네덜란드 사람들의 합리주의인 것도 같고, 신중하고 의심이 많은 것의 반영인 것도 같고, 그리고 딱 직계가족이 아니면 일단은 남이라는 핵가족 문화인 것 같고.
그냥 서로의 의견을 존중해 주고 건강과 편의를 도모하는 마음으로, 헤아리고자 할 뿐이지.
아래는 지난 크리스마스 시즌에 나온 네덜란드 기사야. 셀프 테스트하고 만나는 걸 비롯해, 이 변해가는 풍속 - 없어지고 잊었으면 하는 -을 읽어 볼 수 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