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나앨 Mar 19. 2022

쌀에 대한 오픈 마인드

달콤한 크리스마스 쌀 디저트

저희 부부는   좋아해서, 디저트로 3코스 요리도 먹을 수 있을 만큼 맛있는 디저트에 호기심이 많아요. 그래서 지난번 크리스마스 코스 요리를 만들 때에도 어떤 디저트를 만들까 고심이 많았어요.


여러 가지 생각해봐도 정말 만들고 싶었던 , 덴마크의 크리스마스 디저트인 리스알라망 (Risalamande, 영어로는 라이스 푸딩)이었어요. 따땃한 체리 소스를 얹은 차가운 리스알라망은 오래전에 먹어 본 후로 항상 생각나던 디저트였거든요.

 아몬드를 푸딩 안에 숨겨,  아몬드가 걸리는 사람한테 선물을 주는 귀여운 전통도 좋고, 많이 먹은 후에 케이크보다도 살살 녹아 넘어가는 크림이 더 어울리겠다 싶더라고요.

결과 먼저 말하면, 대성공... 정말 너무 맛있어서 앞으로 크리스마스 때마다 만들어 먹기로 했어요.


별다른 크리스마스 전통이 없는 네덜란드 사람과 한국 사람이 만났으니  나라  나라의 전통  우리가 좋아하는 대로 나름의 전통을 만드는 게 재밌네요.


어느 글을 보니 쌀을 우유에 저어 단 죽처럼 만드는 게 거부감이 심하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별생각 없었는데, 누가 "뭐시라, 아플  먹는 쌀죽에 설탕을 넣는다고라"라는 식의 기사를 읽기  까지는 이게 이상할  있겠다는  몰랐어요. 


그러고 보니, 기억이 가물가물하게 어렸을  가끔  밥에 우유를 말아먹었나 요.  번은 그렇게 먹겠다니까,  친척분이 코를 막고 밥그릇에 우유를 부어주며 너무 이상하다  장면이 기억이 요.


특히 먹는 것에 대해, 모든 사람이 자기 취향과 입맛이 최고이고 그게 정답이다라는 주장이 심한 것 같네요. ‘난 이게 너무 이상해, 넌 왜 그렇게 먹니, 이게 훨씬 좋던데...’


쌀죽의 변신에 대한 차별(?) 그런  아닐까요. 그냥 다르면 다른 대로, 담담하게 그러면 그런가 보다, 하면  될까요. 그리고 한 번쯤은 이상하다고 생각한 음식도 시도해보면 좋겠어요.

암스테르담 전통 피클 회사에서 만든 김치. 영국 피클인 피카릴리 옆에 떡하니 있네요. 외국인들이 김치를 이용해 새로운 레시피를 많이 만드는 게 참 신기해요.

라이스 푸딩은 덴마크 식이든 아니든 보통 우유를 30분-1시간 내내 저어 여 만들어요. 정말 정성이 없으면 냄비 태우고 우유 태우는 쉽지만 결코 간단하지않은 요리예요.

먼저 쌀을 넣고 약불에서 졸이다가 바닐라를 넣고 우유가 반으로 줄면 버터을 넣고 휘휘~

그리고 찰기가 없는 쌀을 써요. 보통 리조토를 만드는 쌀을 쓰는데, 제가 찾은 레시피에서는 쌀을 뜨거운 물에 살짝 익혀 찰기를 미리 없애더라두요. 그리고 아주 적은 양만 필요해요. 이렇게 보니 쌀로 밥을 먹는  아니라 식감을 더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리조토에 쓰는 아보리오 쌀. 찰기가 좀 덜하지 모양은 일반쌀하고 비슷해요.

우유에 쌀을 넣어 졸이는 과정에 설탕과 바닐라, 버터를 넣고 식힌 , 먹기 전에 휘핑크림을 (한사발) 넣어 만들어요.  황홀한 바닐라 크림 맛과 알알이 잡히는 쌀알의 식감이 최고예요, 진짜. 쉽게 비교한다면 부드러워서 떠먹을  있는 바닐라 아이스크림 이에요.

냉장고에 졸인 우유죽(?)을 하루동안 차게 식힌 후 휘핑한 크림을 넣어줘요 아몬드 슬라이스를 넣어주거나 올려주면 더 좋아요

크림 덕후인 남편은  라이스 푸딩이 2021 먹었던 (수많은) 디저트 중에 가장 맛있었던 라니, 1시간이 넘게 우유를 저은 보람이 있었네요.

남편거는 체리를 좀 덜 넣어서~

이렇게 쌀을 우유나 크림에 불려서 달게 먹는 음식 네덜란드에도 있어요. 예를 들면 라이스트팝 (Rijstpap)  나라식 라이스 푸딩이에요. 슈퍼마켓에서 50유로 센트면 살 수 있어요. 단팥죽이나 호박죽도 500원에 살 수 있으면 좋겠네요... 팝 (Pap)은 여러 가지 다른 곡물로도 만들어요. 보리, 세몰리나 등 등, 달지 않은 종류도 많아서 정말 죽이나 아기 이유식으로 간단히 먹어도 좋겠어요.

출처: ah.nl

그리고 마스트리흐트가 있는 남쪽의 림버그 지역에서는 라이스트 블라이 (Rijstvlaai)라는 케이크가 있어요. 쌀을 케이크 넣은 진기한 (?) 레시피예요.  맛은 저도 궁금해요.

출처: https://ohmydish.nl/recept/rijstevlaai

크리스마스는 오래 지났지만, 어쩐지 이 쌀죽 푸딩의 경험은 오래가네요. 아직도 가끔 그게 얼마나 맛있었는지 가끔 얘기한답니다... 들어간 정성도 맛도 그렇지만, 우리만의 전통을 만들어 간다는 기분에 더 그런가 봐요.


2022 크리스마스에는 또 어떤 시도를 해볼까요?

대파를 구운 요리
집에서 만들어 먹은 정찬 요리. 짭잘한 포르투칼 와인인 셰리도 처음 시도해보고 성공했어요. 음식하고 궁합이 잘 맞더라구요~


매거진의 이전글 국거리고기로 만든 샌드위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