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리에 사는 고양이 이야기 >
점심엔 파스타.
혼자 요리를 해서 거실에 원형 탁자에 하나둘 식사 준비를 하고 있으면 어느샌가 나에게 다가와 테이블 앞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그렇게 테이블 위에 올라온 고양이는 루루다. 그는 갓 만들어 아직 연기가 폴폴 나는 파스타에 관심을 보인다. 그의 호기심은 참을 수 없다. 테이블에 올라온 그는 거침 없이 파스타 접시를 향해 직진한다. 나는 망설임 없이 다가온 루루를 보며 잠시 같이 포크를 들고 파스타 한끼를 하는 상상을 하다가 외친다.
“노오우~”
나의 한마디에 한걸음 물러나고는 그 자리에 주저 앉아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시작된 파스타 먹방 관전.
그렇게 그를 앉히고 나면 어느샌가 발 아래에서 뜨뜻하고 묵직한 무언가의 존재가 느껴진다. 마치 난로를 켜놓은 듯한 기분에 식탁보를 졎혀서 보면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오슬로!”
한번 이름을 부르면 마치 내가 이름을 불러주길 기다렸다는 듯이 이제 본격적으로 내가 앉아 있는 의자 밑에 자리를 잡고 눕는다. 그리고는 사실 햇살이 좋아서 여기에 앉으려고 했다는 듯 무심하게 꼬리를 몇 번 바닥을 향해 ‘탁 탁’ 치면서 딴청을 핀다.
나는 그런 그의 모습에 귀여워 괜히 포크를 내려 놓고 발아래 누어 있는 오슬로에게 손을 뻗어 한번 쓰다 듬고는 다시 식사를 시작한다. 그렇게 그들을 마주보고 나의 포크질 사이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여기, 작은 손난로 같은 천사 둘이 나의 식사시간 내내 온도를 높혀준다. 정말, 그 둘이 사랑스럽지 않을 이유는 없다.
어느듯 두 마리의 작은 생명체와 친해졌을 무렵 캐롤은 휴가를 떠나기로 한다. 사실상 이 작은 생명체를 키우면서는 그들과 떨어진시간을 보낸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대신 이둘을 돌봐주기로 하고 그녀는 짧은 휴가를 다녀오기로 했다.
3박 4일.
나는 처음으로 온전히 그들과 시간을 보내게 된 것에 설레임 반 혹시나 일이 생기면 어쩌지 하는 걱정 반에 그녀가 떠나기전 몇가지 당부를 듣는다.
1. 먹이 통이 비어 있으면 사료를 체우기
2. 물이 떨어진다면 물통 갈아주기
3. 고양이 방 창문은 자주 열어두기
몇가지 당부를 받고 그녀는 그녀의 친구 엘리샤와 근교로 휴가를 떠났다. 그녀가 떠나고 집사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루루는 그녀의 방안으로 들어가 하루종일 나오지 않고 그녀의 침대 위에 돌돌 말아서 누어있었고 오슬로는 이렇게 마음이 아플때면 어디론가 들어가서 나타나지 않는다. 그들은 말하지 않아도 그녀가 떠났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느낀다.
그녀가 떠나기전 걱정을 하던 모습이 그제서야 이해가 갔다. 고양이가 주인을 친구로만 생각 한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누구보다 예민하게 집사를 느끼는 생명체 였다.
* 파리에서 만난 두 귀요운 존재들을 소개 합니다 : D
파리에 살고 있지만 집에만 있는 냥이들은 "여기가 파리인지 알고 있을까요?"
아침에 눈뜨면서 부터 시작되는 그들의 고양이 루틴. 그들에게 배우는 동그란 일상을 보내는 방법. 그들만의 별일 없이 사는 이야기.
"그들의 단순해 보이지만 단단한 하루가 있기에 집으로 돌아오는 집사에게 힘이 되어주는 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