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사는 고양이 이야기 >
처음 그 존재들을 만난 날을 기억한다. 나는 고양이를 모르는 사람으로서, 파리에서 이사할 집을 처음 방문하던 날 까만 롱코트를 입고 갔었다. 이사 가는 집에 고양이 두 마리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 사실에 그날 옷을 바꿀 정도 중요한 사항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 나는 그 까만 코트를 절 때 꺼내지 않았다. 정말 특별한 이유가 아니고서는 이 존재들과 함께한다면 블랙은 멀리 할 이유가 있다.
집에서 나오는 길에 엘리베이터의 거울을 보며 털 복숭이가 된 나를 발견한 후, 난 그들의 털털함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날 바로 샤틀레 역 근처 한 가게를 방문해서 돌돌이(털 제거 용품)를 리필까지 구입했다. 그렇지만 돌돌이로는 그들의 털털함을 감당하기란 벅찼다.
그렇게 나는 블랙을 포기하고 그 귀여운 존재들과 함께하길 선택했다.
점심을 먹고 오후 언저리. 햇볕이 깊게 들어올 때면 그들은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집사의 동태를 살핀다. 어느 날은 킬링 타임 용 뜨개 가방을 만들고 있던 날이었다. 여느 날과 같이 자연스럽게 열린 방문 틈으로 들어와 주변을 서성이고는 침대 위로 폴짝 올라오는 루루. 뜨개용 실에 관심을 보이는가 싶더니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사실 뜨개를 시작한 이유 중에 냥이들도 있었다. 어디선가 고양이가 실뭉치 가지고 노는 걸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흘려들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날 알았다. 그들은 사실 크게 관심이 없다는 걸 그리고 그 털 뭉치 보단 집사랑 노는 게 더 좋다는 걸.
* 파리에서 만난 두 귀요운 존재들을 소개합니다 : D
파리에 살고 있지만 집에만 있는 냥이들은 "여기가 파리인지 알고 있을까요?"
아침에 눈뜨면서부터 시작되는 그들의 고양이 루틴. 그들에게 배우는 동그란 일상을 보내는 방법. 그들만의 별일 없이 사는 이야기.
"그들의 단순해 보이지만 단단한 하루가 있기에 집으로 돌아오는 집사에게 힘이 되어주는 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