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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맑음 Dec 08. 2021

그들의 입맛은 미슐랭 ☆☆☆

< 파리에 사는 고양이 이야기 >




#그들에게도 취향이 있다.





분명, 그의 먹이통엔 사료가 한가득이지만 하나도 먹지 않았다. 처음엔 그가 어디가 아픈 줄 알았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숨겨진 사실 하나를 알았다. 그들은 사료를 가린다.


나를 주방으로 불러서는 나를 앞질러 저기 멀리 사료 통 앞에 서더니 그 앞을 뱅그르르 돌고 있었다.

‘이쪽이야’라는 신호를 나에게 보낸다. 그리고는 내가 그의 앞에 올 때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서 있었다. 내가 사료 통 앞으로 다가가니 그제야 나의 다리에 고개를 파묻고는 나의 다리 사이를 왔다 갔다 또다시 신호를 보낸다.     


‘이걸 달라는 거야..?’     


나는 사료 숟가락으로 사료 통에 있는 사료를 한주먹 퍼서는 그의 먹이통에 담아주었다. 그랬더니 그제야 그는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냥 먹는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방금 준 사료와 사료통에 있던 사료의 모양이 달랐다. 그는 방금 퍼진 사료만을 골라서 먹고 있었다. 그 작은 사료들 중 세모 모양의 사료만 쏙쏙 골라 먹고 있었다.      


“이걸 좋아하는구나”     


 신기하게도 어떻게 구별해내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에게 취향이라는 것이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알게 된 것은. 먹이통에 담아 줄 때  바닥에 떨어진 사료는 거쳐다도 안 본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후 그는 식사를 끝낸 건지 주방 밖으로 나가버린다.          


그가 떠난 자리엔 방금 담아준 세모 모양의 사료만 쏙쏙 골라서 사라졌다. 



단순한 듯했지만, 그 속은 나름 섬세한 취향이 있었다.



                                            - 미술랭 레스토랑에 저녁식사를 예약하러 왔네요 -








파리에 사는 고양이 이야기 



* 파리에서 만난 두 귀요운 존재들을 소개합니다 : D


파리에 살고 있지만 집에만 있는 냥이들은 "여기가 파리인지 알고 있을까요?"

아침에 눈뜨면서부터 시작되는 그들의 고양이 루틴. 그들에게 배우는 동그란 일상을 보내는 방법. 그들만의 별일 없이 사는 이야기. 



   "그들의 단순해 보이지만 단단한 하루가 있기에 집으로 돌아오는 집사에게 힘이 되어주는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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