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해피아워(HAPPY HOUR)
[ 출처 : brighton and Hove news / 작가 : Frank le Duc ]
집으로 들어왔다. 손에 꼭 쥔 종이 한 장은 아직 그대로다.
[010-0112-XXXX]
방금 다녀온 경찰서 입구를 나설 때 무슨 일이 더 생기면 연락을 주라던 경찰과에게서 받은 쪽지였다 괜히 기분이 무겁다. 어쩐 일인지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했는데, 결국 아무것도 한 것이 없었다. 반쯤 체념한 채 수리를 맡겼던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당분간 꺼 놓기로 한다.
그렇게 하는 수 없이 침대에 쭈그리고 앉는다. 경찰서에 다녀온 후, 처음 알았다.
‘사실’을 ‘사실’이라고 말하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그리고 손해를 입고도 마음 편히 지내지 못하는 탓에 속을 분노가 차오르다 우울함이 넘치게 된다는 걸. 가장 안전하다고 믿었던 것이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배신을 당하는 일이 눈 뜨고 일어났음에도 그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던 터였다. 그래서 말 그대로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버렸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아무것도.”
넘쳐오는 공허함을 달래러 집 앞 카페로 나간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나를 발견한 그녀가 묻는다.
“무슨 일이야?”
카페에서 알바하는 그녀를 보러 왔다. 멀리서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익숙한 모습이 두 눈에 들어오자 나는 뿌옇게 눈앞이 흐려졌다.
“나… 해킹당했어.”
“뭐? 해킹?”
*
카페 안, 손님이 없는 시간.
“나 오늘 경찰서 갔다. 왔어.”
“왜? 누가 그랬는데?”
“나 공모전 낸다고 쓴 글. 그거 개새끼들이 훔쳐서 보고 감상문 썼어. SNS에.”
“아니 어떻게..?”
더 이상 말이 나오지 않는 것인지. 그녀는 말을 내뱉다 너무 놀란 표정으로 얼어 버렸다. 상상도 못 할 일이니까.
그동안 며칠 동안 힘들게 준비했다는 걸 옆에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그녀였다. 놀란 얼굴에서 금세 굳은 표정으로 바뀌었다.
“내 휴대폰이랑 컴퓨터에 있는 사진 가져가서 나인척하고 여기저기 뿌리고 다녔어.”
“뭐??!!!”
“내가 SNS 들어갈 때 내 주변 지인들이 내가 찍은 사진이랑 같은 포즈로 계속 사진이 올라와.”
“그게 무슨 말이야?”
“이번에 여행 갔을 때 찍은 사진. 내가 찍은 사진은 나만 알아보니까. 그 사진에 내가 한 포즈로 똑같이 찍어서 걔랑 나랑 같이 아는 주변 지인들 몇 명이 한꺼번에 올렸다고. 나만 알아보게.”
“미친 거 아니야? 왜? 그러는 거야? 누가 그랬는데?”
“이송이. 근데 혼자 한 건 아닌 거 같아.”
“경찰에서는 뭐라고 해?
나는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금세 나의 기분을 알아챈 그녀 앞에서 눈물이 와르르 쏟아졌다.
“그리고 누가 내 SNS 아이디 썼어. 그런데 그걸 내가 기사를 보고 알았어.”
“기사? 신문 기사?”
“그 사진. 사진 보고 알았어. 그 사람들이 내 컴퓨터에서 가져간 사진.”
“어떻게 알았어?”
“내 계정을 사용한 날짜 첫날부터 마지막 날이 그 기사에 올라온 계정이 활동 날짜랑 일치해. 그 계정에 연동된 메일로 사용한 날짜가 찍혀 있었어. 사용하고 삭제한 흔적도 있어.”
“누군데? 그게.”
“그게.. 누구냐면.”
나의 말을 듣고 놀람과 동시에 믿을 수 없어 하는 표정을 지었다.
“누구냐니까?”
다음 편. EPISODE 2 [스토커] 계속 ☞
도망자가 발견한 보이지 않는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