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계는 담당자를 인터뷰하는 것이다. 인터뷰 후에는 업무를 수행하는 화면을 공유하고 로그인 버튼을 클릭하는 것부터 완료 메일 작성까지, 업무의 모든 과정을 함께 따라가 본다. 그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과정을 정리하면 '하나의 프로세스'가 된다.
이렇게 패턴화된 업무를 단계별로 쪼개보면 아무리 에이스라고 소문난 분들도 불분명한 과정이 꼭 있기 마련이다. "ㅇㅇ책임님 이 단계는 왜 필요한거예요?" 라고 물으면 대부분 이렇게 답하신다.
"아, 그냥 원래 그렇게 해왔어요."
질문이 몇 번 이어지면, 결국 스스로 깨닫는다.
"그러게요, 이건 필요 없는 과정인데 왜 하고 있었죠?"
그 순간이 자동화 담당자인 내게는 가장 즐거운 순간이었다. 반복되는 패턴 속에 과몰입해 놓치고 있던 부분을 스스로 알아차리는 순간. 업무를 더 단순하고 가볍게 만드는 해방감.
그래서였을까.
“본인이 진짜 원하는 건 뭐예요?”라는 질문을 받고
"세상은 1아니면 0이에요. 하느냐 하지 않느냐. 왜 안 하고 있어요?"라는 질문을 이어서 받았을 때, 알게됐다.
나는 내 삶을 반복되는 패턴으로만 살고 있었다는 것을.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은, 아직 실행조차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을.
업무 프로세스는 실체가 있다. 컴퓨터로 하는 업무는 입력값 하나하나가 코드로 기록이 되니까 RPA 같은 프로그램으로 자동화 솔루션을 적용할 수 있다.
우리의 삶을 이루는 의사결정과 행동도 데이터처럼 다룰 수 있을까? 단위 별로 쪼갤 수가 있을까? 반복하는 패턴을 분석한다고 해도 어떻게 솔루션을 도입한다는거지? error 로그가 찍히듯 무수히 많은 질문이 떠올랐다.
진짜 효과를 발휘하는, 본질적 힘이 있는 솔루션은 심플하다.
업무자동화 프로그램은 "컴퓨터에서 반복되는 입력값을 패턴화해, SW가 대신 반복하게 합니다." 라고 한 줄로 정리할 수 있는 것처럼 내게 질문을 던져주신 분께서 솔루션으로 말씀하신 온라인 프로그램도 심플했다.
"삶에서 반복되는 선택과 행동 패턴을 분석해, 사용자가 자신의 신념과 생각을 다시 설계할 수 있게 합니다."
배우고 시도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평일 저녁 과정을 신청했다. 첫날, 시작하고 10분이 지나지 않아 엄청 몰입 하게됐다. 마치 내 뇌 속 주름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는 듯했다. 익숙하면서도 낯설었으며, 개운하고 시원했고,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나의 가능성과 실력의 잠금장치가 서서히 풀리고 있다는 것을.
그날 내가 다룬 주제는 크게 두 가지였다.
회사에서 늘 에너지가 소진되는 문제, 그리고 부모님과의 관계.
"회사만 다녀오면 에너지가 다 소진돼서 아무것도 못 하겠어요."
이 한마디에서 시작했다. 얼마나 깊이 들어갔다가 나왔는지 이건 말로 표현 못 한다.
그간 이 문장은 나의 일상이었고, 나 이외의 다른 사람들도 비슷할 거라고, 이게 직장인 삶의 기본값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그냥 내가 인식하지 못한 채 자동 실행되던 ‘신념’이 만들어낸 반복 패턴이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의 인정이 주요 주제였는데, 어렴풋이 느끼고 있던 그 덩어리의 실체를 날 것으로 마주하자,
"뭐야, 이거였어? 어? 아니? 와.."
충격 아닌 충격의 헛웃음과 실마리가 탁 풀린 한숨이 폭 나왔다. 그동안 내 삶을 휘두르던 게 겨우 이 한 줄짜리 신념이었다니.
이어진 테크닉 세션,
그 신념을 하나의 코드, 하나의 데이터 값으로 만들어서 재설계하는 방법과 프로그램 사용법을 배웠다. 수업이 끝나고 현실로 돌아가 언제든지 적용할 수 있도록. '나'라는 생체 컴퓨터를 코딩하는 방법을 배운 듯했다.
개운해서 그런지 그 날 잠을 푹 잤다.
다음날 퇴근 후 집에 왔을 때, 힘이 남아돌았다. 불필요한 업무 반복패턴을 줄이면 시간이 남는 것처럼, 회사에서 반복해서 주의를 쏟던 불필요한 패턴을 지우니까 에너지 소모가 줄어들었다.
그리고 오랜 날 눈물을 쏟았던 부모님과의 관계까지도.
나는 '패턴화해서 재설계하는 일'을 즐겼다. 그리고 그 즐거움을 이제 삶에도 적용할 수 있단 사실을 깨달았다.
매일의 연속인 선택과 행동을 패턴화하고, 불필요한 과정을 지우고, 새로운 신념과 생각으로 재설계하는 것. 회사에서 가장 잘했고, 가장 즐거워했던 일이 이제는 내 삶 전체를 바꾸는 도구가 되었다.
퇴사하고 해외살이를 시작하고 여행을 다니며 사람들을 만나고 내가 원하는 삶을 사는 것. 갑자기 로또 당첨이 되거나 코인 대박이 나야 가능한 개연성의 스토리는 그렇게 시작됐다. 새로 알게 된 프로그램의 도움으로 하나씩 나의 패턴을 들추고 불필요한 과정을 지우며 얻은 결과였다. 이것이 내가 배운 테크닉이자, 나의 잠금장치를 해제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KL에서의 초반,
프로그램으로 몇 개의 잠금장치를 풀었지만, 여전히 새 무대에서는 또 다른 패턴과 마주해야 했다. 특히 어디서든 다시 켜지는 소시민 회사원의 패턴. 그 패턴을 푸는 과정이 다음 여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