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살, 이대로는 안된다. 돌파구가 필요하다.
2019년 가을, 26살이 저물어갈 즈음 기나긴 학생 신분을 끝마치고 처음으로 사회에 내던져졌다. 꿈꾸던 모습과는 다르게 생각보다 나는 별 볼일 없는 사람1 이 되었을 뿐. 종이 한 장의 졸업장만 지닌채 공허한 나날을 보내기 부지기수였다. 나는 졸업 후 꽤나 오랜 시간동안 목적지가 없는 배 위에서 파도가 오면 오는 대로 맞고 때로는 잠잠했다가 다시 큰 파도가 치면 전복을 하며 끝없는 멀미를 했다. 향하고 싶은 목적지도 없었고 배를 저을 노 또한 없었다. 눈앞엔 온통 해무가 껴서 잔뜩 눈을 찡그려도 어느 하나 보이지 않고 팔을 휘적여도 안개는 걷히지 않았다. 해무를 걷어낼 방법은 없을까?
20대 초, 중, 후반의 시선
갓 20살이 되었을 때 맞이하는 세상은 짜릿하다. 마치 유아기 때 모든 사물들이 신기해서 만지고 뜯고 입으로 갖다 넣는 것처럼. 유아기를 지나 유치원을 졸업하면 대개 12년 동안 학교가 만들어 놓은 규칙 안에서 학생의 신분을 지키며 미래에 멋있는 어른이 될 자신을 마음껏 상상한다. 무언가 나를 옭아맬 때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욕망은 점점 더 커진다. 그리고 그 욕망이 실현되면 또 다른 욕망을 갈구한다. 조금씩 세상의 것들을 흡수하며 우리의 시선에는 익숙하고 당연함이 늘어나고 흥미를 유발하는 새로운 존재를 발견하는 횟수가 적어지면서 하루가 짧아지고 1년은 순식간에 흘러간다.
내 삶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말 것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어떻게 보면 일반적인 이야기다. 나는 이 세상에 흘러 넘치는 정보에 허덕이며 세상의 기준을 따라가기 바빴고, 남들이 짜놓은 판에 가차 없이 휘둘리는 사람이었다. 예컨대 가장 흔하게는 SNS의 부작용이 가장 컸다. 동료들과 멀어지지 않기 위해, 소속감이라는 안정감을 느끼기 위해 소통의 창구로 SNS는 필수불가결적인 수단이다. 더구나 예술 계통에서 활동을 한다면 SNS만큼 퍼스널 브랜딩을 하기 좋은 플랫폼도 없다. 중요한 건 SNS를 유용하게 활용하는 생산자의 입장에서는 SNS의 순기능이 활약하지만 나는 그저 소비자일뿐이다. 무자비하게 노출되는 광고들, 교훈도 의미도 없는 1회성 영상들, 타인의 삶을 관찰하며 너도 나도 따라 하는 소비문화, 겉만 번지르르 사실은 속 빈 강정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허황된 자본주의의 산물이구나 하고 경각심을 느끼면서 조금씩 사용 자제를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완전히 자유롭진 못한 것 같다. 그래도 작은 노력이라면 최대한 자기 계발이나 동기부여 소스를 많이 얻을 수 있는 인플루언서들의 콘텐츠를 많이 본다는 것이랄까.
최근 어느 유튜브 채널에서 SNS 중독은 마약 중독과 같다는 주제를 다룬 영상을 시청했는데, 자극적인 콘텐츠를 쉼 없이 보는 것도 마약에 중독된 형태와 비슷하다고 한다. 자극적인 영상들은 도파민을 발생시키고 내성이 생겨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원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우리가 반복적인 일상을 지속하는 힘이 부족한 것은 이런 자극에 쉽게 노출이 되어 일상 속에서 새로운 것들을 주체적으로 발견하고 느끼지 못하는 이유가 있지는 않은가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내 삶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선 세상의 흐름에 떠밀려가지 않도록 돌파해야 한다. 지금의 일상이 지루하다면 어느정도 루틴을 깨트려야 한다. 나는 반 강제로 서울살이를 접게 된 이후, 완전히 뒤바뀐 삶을 살게 되었다. 내가 시도한 것들은 무엇일까?
나의 삶을 변화시켜 준 5가지 도구
I want to say I love my life !
작년 5월 이후 본가로 내려오며 나는 아주 천천히 변화를 시도했다. 아주 다른 사람으로 변해야지!라고 마음먹은 것은 아니었지만 답답한 삶을 살고 있는 내게 "I love my life!"라고 당당하게 외칠 수 있는 확실한 돌파구가 필요했다. 나는 이 과정을 통해 속에 쌓인 불순물을 하나씩 제거하고 거짓 없는 나를 드러내기 위해 여전히 정진 중이다. 그리고 드디어 해무가 조금씩 걷어진다!
독서, 무계획, 고독, 기록, 합리적 소비
삶의 흐름에 큰 영향을 준 5가지. 쓰다보니 길어져서 포스팅 하나당 하나씩 풀어나가보겠습니다.
1. 독서
21살 때 같이 음악을 공부하는 언니로부터 하루빨리 책을 읽기 시작하라는 조언을 들었다. 당시 언니의 나이는 27살. 당시의 나는 "그러게요. 책 읽어야 하는데 하하. 언젠가 읽겠죠." 하고 넘겨버렸다. 악보 아니면 손도 안 대던 책에 맛을 들이기 시작한 내 나이는 26살 막바지. 한창 즐거운 20대 초반을 보내고 나면 외적으로 채울 수 없는 공허함을 내면에서 채워야 한다고 비로소 느낀다. 읽는 속도가 더디긴 했지만 차분하게 나만의 속도로 점차 늘려나갔다. 그리고 28살, 처음으로 자영업을 시작하게 된 나에게 아빠는 출근길에 정신 바짝 차리라는 듯 이야기했다.
"폰 많이 보지 말고. 장사하지 말고 사업을 해라. 장사한다고 세상 물정 모르고 매장 안에 박혀있으면 안 된다. 아침마다 뉴스도 보고,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잘 보고."
아빠의 말을 듣고 머리가 띵 울렸다. 숨 돌릴 틈 없이 한창 바쁜 시기였지만 이 가게가 영원하지도 않을 거고 언젠가 또 다른 길로 나아갈 텐데 이곳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이 시간과 경험을 토대로 무언가를 준비하지 않으면 내 인생은 물에 젖은 종이 쪼가리처럼 흐지부지 해질 것 같았다. 나는 그 시점으로 한 달에 최소 2권의 책을 읽자는 결심을 하고 우선 마음의 재정비를 위해 정신적인 치유에 도움이 되는 도서로 시작하여 내면에 곪아 있는 것들을 하나씩 걷어냈다. 그 후 이성적인 판단이 가능해질 때 삶에 대한 태도와 좁았던 사고를 넓혀줄 실용적인 도서를 집중적으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글쓰기에 영감을 받기 위해 때때로 소설도 빌려 읽는다.
내 인생 영화 중 하나인 '어바웃 타임' 에서 의외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이 장면이었다.
주인공인 Tim 의 가문 남자들은 대대로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성인이 된 Tim은 아버지로부터 이 비밀을 알게 되고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묻자 아버지는 For me, it's books, books, books.라고 답한다. 그리고 뒤이어 아버지는 읽었던 책을 과거로 돌아가서 3번 더 읽었다고 이야기한다.
성공한 사업가, 사회에 큰 공헌을 한 기업의 대표들, 저명한 지도자들은 공통적으로 다독가라고 이야기한다. 도대체 책은 우리의 삶에 어떤 힘을 주길래 이토록 독서를 하라고 권하는 걸까? 그 정도로 얘기했다면 안 읽을 이유는 없지 않나!
꾸준한 독서를 하며 느낀 것
단순한 소비 행동이 아닌 능동적인 행동으로 얻는 성취감.
글쓰기 재료가 풍성해짐. 문장 구조, 어휘, 여러 가지 주제
전혀 다른 책과 책에서 꼬리를 물고 가는 생각으로 연결점을 찾는 쾌감.
과거를 뉘우치고, 현재를 배우며, 미래를 대비한다.
편협한 사고관에서 점차 넓은 사고관을 가지게 됨.
(대신 지적 허영심을 가지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하기. 길러야하는건 지적 전투력)
세상의 흐름이 보이기 시작, 그리고 생겨나는 다양한 질문들, 그로부터 얻는 통찰력.
인생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의 일생 일대기 꿀팁을 한 권으로 얻을 수 있다.
아직 세상에 재밌는 것들, 알아야 할 것들이 많다는 것. 배움에 욕구를 느끼며 하루하루가 풍요로워짐.
나는 독서를 하며 특히 어린아이들이 하루하루가 재미있듯이 내일 읽을 책 뒷 페이지가 궁금해지고, 이 다음엔 또 어떤 책을 고를지 설레고 두근거린다. 그리고 책 한 권으로 인해 또 나는 어떤 변화를 맞이할지 기대된다. 그리고 학교를 졸업한 후, 배움을 멈추면 나의 지식도 사고도 졸업한 시점에 멈춰있다. 세상의 소음에 물들지 않고 변화를 받아들이고 반문하며 끊임없이 배우는 자세로 주체적인 삶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Notion 활용해서 독서노트 작성하기
시나 소설 같은 경우 독서노트를 쓰지 않아도 무방하다. 시는 그저 음미하고, 흥미로운 소설은 재미 삼아 읽으며 상상력을 자극하고 평범한 일상의 장면들을 또 다른 누군가의 시선으로 비유하는 방법들을 배울 수 있으니 말이다. 그 외 정보나 지식, 기술, 삶에 필요한 지혜 되는 것들은 휘발되지 않게 밑줄을 긋고, 페이지모서리를 세모 모양으로 꼬집어 놓는다. 그리고 완독 후 다시 둘러보며 Notion의 독서노트 형식대로 기록한다. 언제든 그 때의 깨달음을 상기시킬 수 있도록. 그리고 차곡차곡 쌓여가는 독서노트를 보면 희열이 느껴진다.
3가지 책, 추천합니다 : )
아래 언급한 책들은 사고방식에 큰 도움이 되어 일상에 큰 변화를 가져다준 책들입니다. 저자 야마구치 슈의 글은 굉장히 날카롭고 분석적인데 너무 자세해서 다소 피곤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에 대한 여러 가지 시사점을 안겨주는 책입니다. 독학, 철학 모두 정말 정말 강력하게 추천하는 책들입니다. 그리고 애덤 그랜트의 Think Again은 두께가 꽤 있는편이지만 생각한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다시 생각한 것에 대해 또다시 생각하는 습관을 기르며 선택의 오류를 줄여나가는 방법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저 또한 실패라고 할 것까진 없지만, 삶에서 맞닥뜨리는 중요한 선택에서 항상 섣부른 선택을 하여 안 해도 될 고생을 꽤 많이 한 타입이라 이런 어리석은 습관들을 짚어보고 검토하여 개선하는데 큰 도움이 된 책이에요.
독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 야마구치 슈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야마구치 슈
Think Again | Adam Grant
여러분은 독서를 통해 어떤 지혜를 얻고 있나요?
다양한 장르의 책 추천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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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무계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