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뮌헨 탐방기(Automatica)

DAY2 - (1)

by G 독자

눈을 뜨니 아직 밖이 어두웠다. 알람을 듣고 깬 것은 아니라 대충 이른 시간이라는 짐작이 들었다. 휴대폰 화면에 보이는 시간은 4시 3분. 자기 전에 마지막으로 본 시간은 00시 35분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조식을 6시 30분부터 먹을 수 있다고 해서 목표 기상시간은 6시로 하고 알람도 그즈음으로 해서 맞춰놓았다. 그런데 그보다 2시간이나 먼저 눈이 떠질 것이라고는 예상 못했다. 어제저녁식사의 메뉴가, 늦은 시간에 먹은 것치곤 가볍진 않았기 때문에 일부러 바로 자지 않고 충분히 빈둥대다 잠자리에 들었는데 이러면 매우 곤란한 상황이다. 다시 잠을 청하려고 했지만, 온전히 시작하는 독일의 첫날 아침이어서인지 아니면 아직 시차적응이 잘 되지 않고 있어서인지 눈을 감아도 다시 잠이 오지 않는다. 10분을 그렇게 버팅기다 그냥 불을 켜고 침대에 앉았다. 사실 불을 켠다 해도 그다지 밝다는 느낌은 없었고 간접조명 같은 은은한 밝기의 조명불빛만이 방을 어설프게 채우고 있었다. 침대에 걸터앉아 잠깐 휴대폰을 만지다 자연스럽게 뒤로 누워 천장을 보았다. 오늘 하루가 어떻게 흘러갈진 모르겠지만 그냥 지금 이 순간이 너무 달콤하다. 익숙한 장소도 아니고, 친근한 냄새도 나지 않고, 하다 못해 근방 수 km 내에 아는 사람이라곤 없는 외톨이 상태지만 눈을 깜빡일 때마다 심장도 같이 호응하듯이 두근대는 것은 내가 아직은, 동심이 조금은 남아있다는 뜻이 아닐까. 적게 먹은 나이는 아니지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조차 동심이 있었다는 흔적이라도 되는 것 같아 속으로 한번 웃었다. 이곳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겉으로든 속으로든 웃을 일이 많아 참 감사하다.

6시 30분. 지하 1층에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이 있다고 한 것 같다. 방을 나서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내가 묵고 있는 방은 3층인데 엘리베이터의 버튼은 올라가는 버튼, 내려가는 버튼이 구분되어 있지 않고 그냥 위아래 화살표가 합쳐져 있는 하나의 버튼으로 운영된다. 그래서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나서 사람이 타면 그다음 층을 고르고 출발하는 식이다. 근데 위아래 층 동시에 누르면 어디로 갈라나. 엘리베이터가 마침 도착했다. 같이 탄 사람에게 이상한 동양인과 한 숙소에 묵었다는 추억을 남겨주고 싶지 않아 다음 혼자 탈 때 시도하는 것으로 잠깐만 미루기로 했다.

소시지의 나라답게 고를 수 있는 소시지의 종류가 아주 다양했다. 모두가 먹어보고 싶도록 생기진 않았지만 개중 몇몇은 적당한 기름기에 이름도 어디서 들어본 익숙한 느낌에 편하게 고를 수 있었다. 치즈도 여러 종류가 있었는데 일단 괜찮아 보이는 종류 두세 개를 대충 조금씩 잘라 그릇에 담았다. 먹어보고 입맛에 맞는 것으로 두 번째 그릇에도 담아볼 생각이다. 그리고 대망의 주인공은 스크램블에그다. 고기와 함께 조리된 것도 있었고 고기 없이 달걀만으로 만든 2가지 종류가 있었다. 소시지와 치즈를 그릇 바깥쪽으로 밀고 가운데 달걀만으로 된 스크램블에그를 담뿍 담았다.

원래 집에서 귀찮기도 하고 아침에 출근하기 바빠서 아침식사를 챙겨 먹고 있지 않는다. 하지만 호텔 아침 조식은 거르는 게 아니라고 누가 명언처럼 해준 얘기가 있어서 부지런히 접시를 수차례 채웠다. 하지만 아침부터 과식을 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3 접시나 가득 담아 먹는 바람에 배가 빵빵해졌다. 안 그래도 불러있는 배가 공기채운 풍선마냥 빵빵해졌다. 점심은 걸러야겠다고 다짐했다.


전시장 가는길에 만난 중절모 멋쟁이


전시회장 메쎄 뮌헨은 숙소에서 차를 타고 40분 정도 떨어져 있다. 첫날은 조금 일찍 가서 참관을 시작한다고 해서 아침준비를 부랴부랴 서둘렀다. 가이드분은 9시에 시작한다고 했지만 8시에 출발해서 요금 여유롭게 주차까지 마칠 예정이셨나 보다. 가는 길은 출근 시간대라 쭉쭉 달리진 못했다. 하지만 맞은편에서 보이는 방향(뮌헨 시내로 들어오는)은 지금 우리가 가고 있는 방향과 비교해 굉장히 빽빽하게 차들이 줄지어 있었고 마치 평일 출근시간대의 서서울 톨게이트 지옥을 보는 듯했다(한 번씩 지나갈 일이 있을 때마다 20여 년 전의 귀향길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도착해서 주차를 하는데 주차장을 따로 잘 관리하는 듯한 환경은 아니었다. 일반 흙과 자갈이 있는 노지 같은 곳이었고 곳곳에 번호가 붙은 팻말이 꽂혀 대략적인 위치를 알려주고 있는 주차장이었다. 한국이었으면 주차장을 이모양으로 해서 참관객들을 오게 할 수 있겠나라는 불평불만을 늘어놓았을 수도 있겠지만 이곳 독일에서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을 보았을 때, 어처구니없게도 무슨 큰 대의가 있겠거니 싶어 그냥 가볍게 넘길 수 있었다. 딱히 어떤 것이 정답이고 옮다고 정할 수는 없겠지만 이미지 같은 것이, 어떤 주제나 사건에 대해 판단하거나 고민할 때에 작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것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무의식 중에 아주 빠르게 일어나는 현상인 것 같았다. 좋게 표현하면 이미지, 좀 다른 표현으로는 색안경이 있겠다. 나도 눈에 안경이 아니라 독일 국기로 그려진 색안경을 끼고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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