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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에나 Sep 25. 2019

빙글빙글 미식회

세상에는 빙글빙글하면서 맛있는 것들이 너~무 많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 중에는 빙글빙글하면서 맛있는 것들이 정말 많다. 어쩜 동그랗고 귀엽게 생겨가지고, 맛까지 있는 것일까? 분명 이 음식들은 전생에 덕을 많이 쌓은 것이다. 전생에 이어 이번 생에서도 사람들의 눈과 입을 즐겁게 해주니 필시, 다음 생에서도 복을 가지고 태어날 것이다…는 너무 투머치한 상상일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빙글빙글한 맛은 내가 좋아하는 디저트중 하나인 시나몬롤이다.(문득 떠오르는 레드벨벳 케이크에게 심심한 사과의 말을.) 시나몬 롤은 집근처에 위치한 P바게트 빵집에서 살 수 있다.


 이곳의 시나몬롤은 크림치즈와 연유가 섞인 새하얀 시럽이 뿌려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돌돌말린 빵의 단면이 가운데로 갈수록 점점 높아지면서 정중앙이 솟아있다. 마치 시나몬 나라의 산꼭대기를 보는 것 같다.

 시나몬의 쌉쌀하면서도 따뜻한 향과 입안에 설탕 눈이 내리는 것처럼 달콤하고 끈끈하게 혀끝을 휘감는 크림치즈의 맛이 조화롭다. 물론 이 둘의 맛이 충분히 느껴지도록 뒷받침해주는 쫄깃하면서도 보드라운 빵의 역할도 중요하다.





 시나몬 롤을 맛있게 먹으려면 아메리카노를 꼭 곁들인다.(중요한 건, 뜨겁거나 차가운 온도가 아니라 아메리카노의 쓴 맛이다. 온도 선택은 각자 개인의 취향을 존중한다.)


 포장지에 크림치즈를 최대한 뺏기지 않고 벗긴 뒤, 한입 크게 앙- 하고 베어 먹는다. 시나몬 가루의 풍성한 향과 크림치즈 시럽의 달콤함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이렇게 개시한 시나몬 롤은 가장 겉 부분의 돌돌 말린 빵 끝을 잡고 휴지처럼 살살 풀어내서 마저 먹는다. 다이어트를 할 때 즐겨 써먹는 방법이다. 천천히 오랫동안 맛을 음미하며 즐길 수 있다. 물론 하루 동안 이 빵 하나만 먹는다고 스스로와 약속한 뒤 아껴먹을 때에만 그 간절함으로 속도 조절이 가능하다. (보통 이 약속은 잘 깨졌다.)




시나본의 2018년 크리스마스 에디션

 그대가 찾기 쉬운 시나몬 롤을 권하느라 우리 주변의 빵집을 소개했지만, 진정한 시나몬 롤을 맛보고 싶다면 추천하는 곳이 따로 있다. 강남고속터미널 근처의 S백화점 지하 식품관의 ‘시나본’이라는 곳을 꼭 가보길 바란다. 그곳에는 기본 클래식 시나몬롤 뿐만 아니라, 견과류나 초코시럽, 베리믹스 시럽 등을 곁들인 다양한 맛의 시나몬롤이 있다. 대중소의 사이즈와 낱개나 세트 판매 등의 옵션을 제공해서 선택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다음 빙글빙글 미식탐험은 조금 멀리 가야한다. 그곳은 명동이다. 이 음식은 외국인 관광객이나 중학생들 사이에서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맛볼 수 있다. 이것은 빙글빙글 돌아간 채 탑으로 쌓이는 30cm 바닐라 아이스크림이다.


소프트아이스크림은 젤라또와는 또다른 맛이다!


바닐라 맛 외에도 초코나 딸기 등을 선택하거나 맛을 믹스할 수도 있지만, 나는 바닐라맛의 깔끔한 단맛을 선호한다. 가까운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점의 소프트 콘은 따라잡을 수 없는 높이의 아이스크림을 손에 들면, 한입 베어 먹기도 전에 마음이 뿌듯해진다. 이 어마어마한 양의 아이스크림은 마음만 먹으면 혼자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배탈의 위험과 친구와 나눠먹을 때 더 재밌고, 맛있다. 서로 네가 많이 먹었다는 둥의 경쟁을 하면서 싸우듯 먹다보면 아이스크림은 금방 입속으로 사라져버린다.







 아이스크림을 먹어서 추워졌다고? 그렇담 다시 따뜻한 음식으로 몸을 보전해야한다. 이번 빙글빙글 먹거리 대탐험은 집 앞 편의점으로 갈 것이다. 컵라면 진열 코너의 동그랗고 키가 작은 N사 ‘육개장 사발면’을 하나 사 먹어보자.


 이 동그랗고 작은 컵라면은 짭짤하면서도 진하고 구수한 국물 맛으로 나의 사랑을 듬뿍 받아왔다. 다른 컵라면에 비해 얇고 부들부들한 면도 특유의 매력이 있다. 게다가 이 라면은 밥을 말아 먹기에 국물 맛이 유독 좋다. 이런! 라면 맛에 푹 빠져 오늘의 주제인 빙글빙글 미식여행을 못할 뻔했다.


 사실 이 육개장사발면의 묘미는 핑크색으로 지그재그, 빙글빙글한 모양이 살아있는 꽃 어묵이다. 그 어떤 컵라면들 중에서도 이 꽃 어묵처럼 이미지 포지셔닝이 확실한 건더기는 없을 것이다.

 꼬꼬마 시절에는 이 빙글빙글한 꽃 어묵에 반해서, 언니와 나란히 앉아 누구의 컵라면에 꽃 어묵이 더 많이 들어있는지 세어보기도 했었다. 라면이 익는 3분을 채 기다리지 못하고, 종이 뚜껑을 살짝 열어 꽃 어묵을 하나 꺼내서 딱딱하면서도 빠삭한 맛을 오독오독 씹어 먹으며 기다리기도 했었다. 빙글빙글한 꽃 어묵은 익으면 특유의 물먹은 스펀지를 씹는 듯한, 부드러우면서 쫄깃쫄깃하게 씹히는 맛도 좋다.


 이렇게 우리의 주위에는 빙글빙글하면서 다양한 맛으로 눈과 입을 즐겁게 해주는 음식들이 참 많다. 이들의 은혜로 우리는 둥근 지구 위에서 오늘도 둥글게 살아갈 수 있는 건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나의 빙글빙글 미식회는 계속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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