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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에나 Oct 17. 2019

깊고도 오묘한 입맛의 취향

입맛의 취향 #2. 음식만큼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취향도 없다.



 새로운 사람과 가까워지며 가장 쉽게 수집할 수 있는 정보는 식성이다. 음식만큼 노골적으로 호불호가 드러나는 취향은 없다.  밥을 몇 번 같이 먹다보면 서로의 입맛 탐색이 가능하다.

 한식을 좋아하는 지 양식을 좋아하는지, 간의 세기는 싱겁게 먹는지 짜게 먹는지,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지 아니면 아예 먹지 못하는지 알 수 있다.


 이때 식성이 잘 맞지 않거나 상반된다면, 친구나 지인은 그럭저럭 넘어가도 커플의 경우는 때때로 위기에 처할지도 모른다. 먹는 문제는 아주 사소하지만 매우 중요하고, 예민하다. 처음 몇 개월은 배려하며 서로 맞춰줄 수 있어도, 연애가 장기화 될수록 본성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동안 나와 연애를 했던 이들이 다소 힘들었을 지도 모른다.






 나의 식성은 좀처럼 쉽게 종잡을 수 없다. 가리는 음식 몇 가지를 빼고는 잘 먹는 편인데, 안 먹는 음식의 경계가 좀 애매하고 변덕스럽다. 좋아하는 음식들은 다음 글에서 소개될 테니, 내가 안 먹거나 막 먹기 시작한 음식(이유식이 떠오른다.)을 공유해보려 한다.


 대표적으로 안 먹는 음식은 돼지소의 부속물이다. 위, 간, 허파, 염통, 대장, 소장, 선지 등등. 두 동물의 고기를 제외한 모든 건 못 먹는다고 보면 이해가 빠르다.


 화사의 먹방 이후, 몇 년이 지났지만 곱창의 인기는 꾸준하다. 그럼에도 난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맛이 궁금한 마음에 시도는 해봤지만 실패였다. 입안에 들어오면 풍기는 특유의 누린내가 입맛을 확 떨어트린다. 냄새를 참고 먹을 정도로 나에게 매력적이지 않았다. 냄새를 잘 잡은 맛집을 찾아도, 좋아하는 식감이 아니기 때문이다.



 난 물컹거리고 질겅질겅 씹히는 식감에 질색한다. 고무관을 씹는 느낌인 것 같아서 싫다. 씹다보면 입안에 고소한 기름 맛이 난다고 하는데 잘 모르겠다. 느끼하기만 하다. ‘고기도 많은데 굳이 장기까지 먹어야하나?’는 생각도 든다. 물론 이건 내 입맛이고 취향이다.



 한참을 먹지 않다가 서른쯤에야 숨겨진 매력을 발견한 음식도 있다. 바로 녹차를 활용한 식품들로 초콜릿, 아이스크림, 라떼나 프라푸치노 같은 것이다. 친구들이 녹차 변형 식품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볼 때마다 이해하기 어려웠다. 녹차가 달콤하다니, 생경하게 느껴졌다. 녹차의 쓰고 떫은맛에 대한 고정관념이 확고했다. ‘녹차가 써야지. 무슨 단 맛이야?’라며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이 선입견이 와장창 뿌셔지는 건 정말 쉬웠다. 그린티프라푸치노를 너무 행복하게 먹는 친구의 모습을 가만히 보는 데, 갑자기 먹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맛있어? 어쩜 그렇게 맛있게 먹냐? 나도 한입만 줘봐. 먹어볼래”

“너 이런 녹차 맛은 싫어하잖아. 쓴 녹차만 먹잖아.”

“어어..그런데, 한입만 먹어보게. 궁금해.”

“너 한입만 먹어야 된다!”

“아~알았어!! 알겠다고!”


 그렇게 나는 달콤한 녹차의 세계로 입장하게 되었다.

‘으, 뭐야 역시, 단맛은... 엇! 어라 쌉쌀하네.’ 녹차의 단맛에 내 두 동공은 확 커졌고, 고정관념도 박살났다.

 한번 발을 들여놓은 달달한 녹차의 세상은 달콤 쌉싸름하면서도 은은한 녹차의 향기가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후 이따금씩 녹차 라떼나 녹차 프라푸치노를 즐기고는 한다.



 단연코 NO.1 녹차 변형식품은 녹차맛 아몬드 초콜릿이다. 아몬드를 녹차맛 초콜릿으로 도톰하게 코팅한 것인데 로이스의 제품을 선호한다.


 손가락 한 마디만한 크기의 아몬드 알 초콜릿을 입안에 넣고 오독오독 씹으면, 혀 위에서 녹차와 아몬드가 손을 잡고 왈츠를 추기 시작한다. 둘의 맛이 하나가 되어 천천히 펼쳐진다. 달콤하면서 쌉쌀한 녹차 맛을 베이스로 아몬드의 부드러운 고소한 향이 미각을 휘어잡는다. 봉지를 뜯으면 내 의지로는 멈추기 힘들 정도다. 뒤늦게 눈 뜬 취향을 정신없이 탐닉중이다.






 나는 좋아하는 음식이 많은 만큼, 싫어하는 음식도 많다. 위에서 언급한 대표적인 음식 외에도 닭발, 토종 순대, 내장이 들어 간 순댓국, 돼지 국밥, 개고기 등을 좋아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싫어하는 음식을 말하자면 끝도 없다.



 여기서 분명히 하고 싶은 말은, 음식을 비하하거나 타인의 취향을 비판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는 점이다. 난 나의 취향을 존중받고 싶은 만큼, 상대의 취향도 존중하고 싶다. 위의 음식들은 단지 나의 취향이 아니고 내가 먹지 않을 뿐이다. 이 글과는 상관없이 드셨던 분들은 계속해서 맛있게 즐기시면 되고, 드시지 않으셨던 분들은 앞으로도 본인의 가치관을 따르면 된다.


 좀 더 목소리를 높여 말하고 싶은 것은 '취향 존중’에 대한 논의다. 앞서 말했듯 입맛이나 식성은 그 어떤 종류의 취향보다 주관적이고 까다로운 문제다.

 한 때 프랑스인 여배우가 우리나라의 개고기 취식 문화를 비판한 적이 있었다. 이는 옳지 않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범법행위가 아닌 한, 모든 개인의 취향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본인의 취향과 잣대를 가지고, 타인의 취향을 폄하하거나 비난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나 역시도 입맛의 취향에 있어 새로운 맛에 대한 권유는 좋아도 강요는 사절하겠다. 타인에게 역시 강요 하지 않겠다.



PS. 취향을 강권하는 타인에게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라는 정중한 협박은 하고 싶지 않다. 우리 모두 취향 존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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