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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에나 Oct 18. 2019

안녕하세요, 건어물녀입니다.

입맛의 취향 #3. 나에게로 와서 건어물녀는 조금 다른 의미로 해석된다




 남몰래 고백하지만 나에게는 조금 쿰쿰하고 비릿한 냄새가 나는 취향이 있다. 나의 취향을 알고 있는 몇몇 친구들은 맥주를 마실 때면 나를 ‘건어물녀’라고 부르기도 한다.  





나에게 ‘건어물녀’는 조금 다른 의미로 해석된다.

‘건어물’과 ‘녀’자 사이에 ‘과자’라는 단어를 추가한다. 즉 친구들이 나를 건어물녀라 부를 때는 ‘건어물과자녀’의 의미인 것이다.



 왜 건어물 자체가 아니고, 건어물맛 과자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과자도 좋아하고 해산물과 건어물도 정말 좋아한다. 셋이 만났으니 오죽하겠는가? 오징어, 새우, 꽃게, 문어, 낙지, 참치, 도미 등등 이름만 들어도 비릿한 바다내음 나는 친구들이 밀가루 반죽과 만나서 해산물맛 과자가 되니 아주 사람 환장하게 만든다.


 과자 봉지를 뜯을 때부터 풍겨져 나오는 냄새로 시선을 사로잡고 씹을 때는 빠삭빠삭 세상을 다 뿌셔버릴 정도로 경쾌한 소리를 내면서, 단짠단짠한 맛으로 한 몸 희생하며 목구멍 너머로 사라지면 혀끝에는 짭잘한 아쉬움만 남는다. (나는 당장 집 앞 편의점으로 달려 갈 기세다.)


 해산물 과자의 진정한 묘미는 과자를 다 먹은 다음에야 맛볼 수 있다. 첫 번째 묘미는 빈 과자봉지 바닥에 남은 과자 부스러기를 털어먹는 맛이다. 두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짠 맛과 몇 배는 농축된 진한 해산물의 맛을 볼 수 있다. 두 번째 묘미는 과자를 집어먹으며 엄지와 집게손가락에 묻은 양념을 닦기 위해 손끝을 빨아먹는 맛이다. 더럽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어느새 빨고 있을 만큼 매력적이다. 이 두 가지 묘미는 약간의 부끄러움쯤은 감수해야지만 맛볼 수 있는 맛이다.



 고전 해산물과자의 정석인 새우깡, 오징어땅콩, 자갈치, 고래밥, 꽃게랑, 알새우칩, 오징어집, 오잉 부터 최근 등장한 빠새, 오징어다리, 타코야끼볼, 구운새우칩까지. 해산물과자는 뷔페를 차려도 될 만큼 다양하다.



 이 중에서 최애를 뽑는다면, 단연코 ‘오잉’이다. 해산물 과자의 단골 재료인 오징어와 새우가 합쳐져 극강의 맛을 낸다. 진하게 풍겨오는 해산물 냄새와 달달하면서도 짭짤한 맛과 바삭한 식감이 그 어떤 해산물 과자에 뒤지지 않는다.


 해산물 과자를 먹다보면 문득 바다가 생각난다. 나를 속속들이 잘 아는 오래된 친구와 함께 바다에 가고 싶어진다. 강릉 주문진 해수욕장 모래사장에 앉아 시원한 파도소리를 들으며 짭짤한 과자에 서로의 흑역사를 안주삼아 맥주를 마시며 수다 떨고 싶어진다. 그런 날에는 바닷물의 비릿한 냄새까지도 설레임으로 느껴질 것 이다. 아주 오랜만에 친구에게 한번 전화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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