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에나 Oct 29. 2019

나의 인생 드라마 <연애시대>

경험의 취향#5.  드라마는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하나의 창문이다.

 




나는 한 가지에 빠지면 그것을 질릴 때까지 탐닉하는 습관이 있다. 좋아하는 드라마 역시 마찬가지다.


마음에 드는 드라마를 발견하면 일단 한번 정주행 한다. 그 후 드라마와 일상생활을 함께한다. 글쓰기와 같이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일이 아닌 이상, 무슨 일을 하던지 드라마를 틀어놓는다.

 수도 없이 반복해서 보니 빨래를 개거나 양파를 썰다가도 다음 장면에서 누가 어떤 대사를 하는지 먼저 말할 수 있을 정도다.




내가 이렇게 드라마를 좋아하게 된 것에는 마땅한 이유가 있다.


 20대 초반의 나는 수줍음이 많고 마음이 여려서 자신감이 부족했었다. 대학입시의 실패로 쭈굴이가 되고, 외모 콤플렉스도 상당히 컸었다.

 타인의 무심한 말을 들으면 혼자 상처받고 집으로 돌아와 펑펑 울고 드라마를 보면서 마음을 풀었다. 이 과정에서 드라마가 점점 좋아졌다.


 드라마 속 다양한 인간의 군상을 보면서 사람과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고, 사랑을 가늠해보기도 했었다.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이상적인 어른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저 나이에 멋진 어른이 될 수 있을까? 라는 상상도 여러 번 해봤다.

 현실에서는 극악무도한 범죄자도 비웃음을 살만큼 시시한 수준의 처벌을 받지만, 드라마에서는 끝까지 따라가 복수하거나 과감하게 죽여 버리는 속 시원한 결말도 좋다.








 나를 울고 웃게 만들었던 수많은 드라마들 중에서나의 인생 드라마는 『연애시대,2006,박연선』다.

 대학교 1학년 때 처음 본 이후 연례행사처럼 보기 시작한지 13년째다. 지금까지 적어도 50번 이상 돌려 봤다.


 드라마의 내용은 헤어지고 시작된 이상한 연애 이야기다. 첫 아이를 유산하면서 남편에 대해 오해를 갖게 된 은호와 그녀를 더 이상 행복하게 해줄 자신이 없는 동진은 이혼한 부부다. 이혼을 했지만 두 사람은 여전히 서로 사랑하고 있다. 자존심이나 주변 사람들, 상황에 대한 오해로 쉽게 재결합하지 못할뿐.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서로에 대한 간절함을 깨닫고 돌아가게 된다.


 최근에도 누군가 “뭐 재밌는 드라마 없어?” 하고 물어보면 난 성실하게 『연애시대』를 선교한다.


 추천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흥미로운 줄거리와 구구절절 공감되는 명대사와 가을, 겨울의 계절감이 잘 느껴진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손예진, 감우성, 공형진, 이하나, 김갑수 등 연기파 배우들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열연에 허구가 아닌 현실 속 누군가의 일상처럼 느껴진다는 점이다.


 『연애시대』를 통해 삶의 여러 의미도 알 수 있었다. 내가 최선을 다해 노력하지 않으면 행복해 질 수 없고, 내가 행복해 져야만 이 세상도 행복해진다는 것과 연애는 어른들에게 내일을 기대하게 만들고 미래를 꿈꾸게 하는 장래희망이라는 사실 말이다.




 우연히 『연애시대』를 처음 본 때는 부모님이 헤어진 사실을 받아들여야하는 때였다. 가장 가까운 친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상처가 생겼고, 억울하지만 받아들여야만 했다.

 엄마와 아빠는 각자의 행복을 위해 헤어졌지만, 나는 더 불행해졌었다. 가정이 깨졌다는 사실에, 힘들고 지쳐도 돌아갈 집이 없어졌다.


 이때 드라마에 기댔다. 『연애시대』를 보면서 기대하고 또 기다리고, 버텼다. 엄마와 아빠는 캠퍼스 커플로 만나, 오랜 기간 연애하고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했다고 들었다. 요란했던 연애의 흔적이 집안 구석구석 남아있었다. 먼지구덩이가 되었지만 버려지지 않은 종이학 천 마리와 아빠의 군 입대시절 주고받은 편지 같은 것들 이었다.

 ‘죽도록 사랑해서 결혼을 했지만, 삶의 무게에 치여서 헤어지고 말았다.’는 내가 기대했던 드라마의 결론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잊지 못한 두 사람은 다시 만나 가끔 서로를 의심하고 미워하면서도 사랑하며 오래오래 살았습니다.’가 내가 원했던 드라마의 결론이었다. 그렇기에 『연애시대』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두 분의 재결합을 바래왔다.


 간절한 진심이 통한 건지 6년여의 시간이 흐르고 두 분은 다시 재결합하셨다. 지금은 서로 주거니 받거니 구박하면서도 잘 지내고 계신다.

 지극히 주관적인 경험이지만, 내게 『연애시대』가 인생드라마일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다. 단순히 이러한 이유 때문만은 아니고, 혹시나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요즘 좀 심심하다 싶으면 한번쯤 볼만하다고 꼭 추천해주고 싶다.


 어린 시절부터 셀 수 없이 많은 드라마를 보며 자랐다. 드라마는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창문이었다. 이 창을 통해 난 여러 가지 변덕스러운 장래희망을 꿈꿔보기도 하고, 멜로 영화 같은 사랑도 상상해봤다. 그 무엇보다도 드라마에 푹 빠져 일상의 고단함을 잊는 것이 가장 달콤했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새로운 드라마가 방영될 것이다. 매 분기 관심을 열어두고 또 다른 나의 인생 드라마를 기대해본다.



PS. 마지막으로 <연애시대> 요약본을 함께 첨부해본다.


https://youtu.be/bxCnhgEPago

유튜브 속 <연애시대> 1회 요약본


이전 04화 우리가 함께하지 않는 날이 와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