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처럼 글이 편하게 써지지 않는다.
마음이 소란하다. 글에 집중할 여력이 없다. 인생은 정말 산너머 산인건지. 하나의 일을 해결하면, 또 다른 일이 터지고. 이 사람과의 관계가 괜찮아지면, 저 사람과의 관계가 어그러졌다.
일과 집안의 대소사, 사람들과의 관계 같은 일상의 기본적인 일들을 돌보느라 분주한 날들이였다.
글을 쓰는 것은 호사라고 느껴질만큼 여유가 없었다. 시간은 넘치는 데, 글쓰기에 집중할 마음의 여유와 여력이 없었다. 내가 게으른 것이라고 스스로를 힐난하며 지쳐가다가 아예 그것마저 외면해버렸다.
이른 퇴근후 가족들이 돌아오는 저녁시간 전까지 오후 시간 내내 침대에 누워 방전된 나를 충전하기 바빴다. 그렇다고 지친 마음과 바닥난 체력이 충전되는 것도 아니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점장이라는 허울이 가진 책임감은 무거웠다. 주중 내가 할일만 끝내면 주말은 OFF할수 있는 입장에서 이제는 주말에도 언제나 ON이었다. 주말이라고 특별하게 늦잠을 자지는 않았지만, 점장이 된 후로는 다섯시 반이면 눈이 번쩍 뜨였다. 언제 올지도 모를 전화를 기다리며, 전화가 안오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전화가 오지 않았다고 편한 주말이 이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월요일 출근을 준비하며, 오늘은 또 뭐가 안되어있을까. 왜 말을 해도 똑같지. 차라리 알바생을 다시 뽑아야하나. 미리 스트레스를 받으며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나자신을 끌었다.
꾸역꾸역 출근한 나에게 함부로 행동하는 손님들을 겪으면 그냥 다 포기하고 싶었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린다고 여기서 이러고 있는걸까. 이런 상황이 예상돼서 남자친구의 부모님은 다른 일을 알아보라고 권유하시는 걸까...
난 왜 이렇게 약해 빠진걸까. 다른 사람들은 나보다도 더한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잘 지내던데.
나도 잘하고 싶다. 상처도 덜 받고 싶고, 덜 주고. 해야할 일하면서, 하고싶은 일도 해 나가던데.
난 왜 이정도 밖에 안되는 거지.
큰 긴장 없이 편안한 하루를 보내고 싶다.
눈치보지 않고, 마음 불편하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