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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에나 Mar 29. 2020

'달고나 커피'가 코로나19에 처한 우리에게 던진 질문

당신은 당신만의 '여가 생활'이 있습니까?






 '코로나19'라는 단어가 이제는 두려운 수준을 넘어 익숙해지다 못해 지겹다는 생각이 든다.

몇몇 안일한 생각의 슈퍼전파자에 의해 전국민적인 고난을 겪고있으니 억울하다는 마음도 들고, 무엇보다도 일상을 빼앗겼다는 점이 분하다. 지금 쯤이면 서서히 피어난 산천의 봄을 맞으러 가벼운 차림으로 꽃나들이라도 갔을텐데.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 가?' 라는 시가 문득 떠올라, 검색을 했더니. 나만 그런 것이 아니더라. 다들 봄과 평범한 일상을 빼앗겼다고 울분을 터트리고 있었다.



뉴욕 타임즈 '사회적 거리두기'




 매주 주말이 고비니 사회적 거리를 지키기위해 외출이나 모임을 자제하자는 언론의 경고도 자극이 없어진지 오래다. 이제 나다닐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부지런히 쏘다니며,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드라이브나 산보코스로 유명한 자연경관지는 버스가 아닌 각종 자가용들의 행렬로 평소보다 교통체증이 더 심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빛나는 시민의식으로 오늘도 홈지박령이 된 사람들의 일상에 재밌는식문화(食文化)가 떠올랐다.

SNS를 타고 유행하는 '달고나 커피'다.




달고나 커피는 믹스커피나 커피가루에 같은 비율의 설탕과 뜨거운 물을 넣어(1:1:1이 보통 비율) 일명 400번 저어 달고나와 비슷한 색과 형태의 거품을 만들어 시원한 우유에 얹어 모양을 즐긴 뒤, 다시 섞어 부드러운 풍미를 즐기는 커피다. 



 

 처음에는 SNS의 수많은 사진을 보며 '과연 저게 될까? 맛있나?'싶은 호기심에 만들어 먹었고, 400번이 아니라 적어도 4,000번 혹은 40,000번은 저어야 뒤집어도 무너지지 않는 진정한 달고나 베이스가 완성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문제는 팔과 손목을 몇 번이고 재물로 바칠 정도로 정도로 맛있었다. '아니 이게 뭐라고 이렇게 맛있을 작정이지.' 싶었다. 그리고 찬장구석에 처박아둔 싸구려 미니휘핑기가 생각나고 말았다. 그렇게 내 삶의 한 귀퉁이에 달고나커피를 들이기 시작했다.




 주말 아침 일찍 깨어난 김에 심심한 기분도 들고, '커피를 하루를 한번 시작해볼까?'라는 마음에 내 소울메이트 미니휘핑기와 미니카누 2봉/ 설탕 / 뜨거운 물을 준비해 달고나 베이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제는 요령이 생겨 어느 타이밍이 되면 온도가 낮아져 거품이 잘 생기지 않는지 통달한 정도다. 이때의 방법은 달고나 베이스를 전자렌지에 10~15초쯤 돌려서 온도를 높이고, 다시 휘핑하는 것이다. 문득 멍을 때리며 거품을 내고 있는데, '아 나.. 왜 이러고 있지?'라는 자문이 들었다. 심심하면 다른 무언가를 즐기면 될 것인데, 왜 이러고 있냐....

동시에 나만 이런 것인지 궁금해졌다.



일각에서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코로나19로 강제 칩거에 들어간 한국인들이 무료함을 달래기위해 4,000번이나 저어야하는 달고나 커피를 즐긴다고 말한다. 달고나커피 퀘스트를 달성한 사람의 다음 행보는 1,000번 저어 만드는 수플레 달걀후라이라며 새로운 미션을 던지기도 한다. 나의 모습과 인터넷 속 사람들의 대화를 보고 있으니 다시 궁금해진다. 우리 왜 이러고 있을까? 아무리 워커홀릭의 피가 이 땅을 밟고 살아온 사람들의 종특이라고는 하지만.. 갑자기 할일이 없어지니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할지 잘 모르는 거 아닐까?





난 이쯤에서 당신에게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질문을 던지겠다.


당신은 당신만의 '여가 생활'이 있습니까?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여가 생활이라 함은 '일이 없어 남는 시간에 취미활동 따위를 하는 생활'을 말한다.  


다시 묻겠다.

코로나19로 지금처럼 강제 집순돌이가 되는 상황에서 정말 기다렸다는 듯이 즐길 취미활동이 있냐는 말이다.


경제적인 활동이나 공부를 제외한 내가 순수하게 재미를 느끼고, 스트레스를 풀며 마음의 여유 혹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어떤 활동이 있냐는 말이다.


집안이건 집 밖이건 당신이 즐길 취미가 있는지 탐구해본적이 있는가? 지금 당장이야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 거리를 두며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외출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점차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그라들고 종식되면 우리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때에도 스스로 찾아서 안정과 즐거움을 찾을 활동이 있는지 묻는 것이다.



잠시나마 냉정하게 고민해보시길 바란다.

이건 당신의 남은 삶의 질을 위해서 라도 한번쯤 스스로에게 던져봐야하는 아주 중요한 질문이다.









 솔직하게 말해서 나는 없는 기분이다. 난 취미라고 할만한 몇가지가 있음에도, 정작 심심할때 이것들을 찾지는 않았다. 그동안 취미라고 생각해온 것들은 그저 자기소개서의 빈칸 채우기에 적절한 활동들이었다. 이 깨달음이 달고나 거품을 내고 있는 내 뒤통수를 가격했다. 집순이인데, 집안에서 즐길 여가가 없어서 달고나 커피를 타고있다니.....평소에는 뭘 했냐.

 


 좀더 세밀히 관찰하면 여가생활의 여유도 제대로 즐길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코로나19가 강제적인 여유 시간을 만들어주었음에도.. 진정한 취미가 없었을 뿐더러 여가생활을 즐기지도 못하는 사람이었다. 취미라기보다는 시간 때우기에 가까운 정도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흐름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고민해보길 바란다.

스스로 확신할만한 취미가 있다면, 정말 그 취미와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인가?



난 얼얼한 뒤통수를 문지르며 앞으로 내 취미와 여가 생활에 대해 한번쯤 진지하게 고민해봐야겠다. 진짜 미치게 재밌고 짜릿해서 평소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삶의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그런 것이 무엇이 있을지 찾아볼 것이다. 나와 비슷한 분이 계시다면, 한번쯤 스스로에게 질문 던져 보시기를.





나는 나만의 '여가 생활'이 있나?

진정한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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