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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원석 May 08. 2022

신입사원 3·3·3 존버루트

회사 밖은 지옥이라고요? 그렇다면 존버합니다!

축하합니다. 한원석 님은 A회사의 신규채용에 최종 합격하셨습니다.




약 2년간의 취준 생활이 끝났다. 위의 문구를 보고 설렜던 것도 잠시, 난생처음 입사하는 회사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어리바리한 사회생활 초년생 티가 나면 어떡하지? 사회생활은 정말 힘들다던데.. 괜스레 미생의 장그래가 입사해서 우물쭈물하는 모습에 내 모습이 겹쳐 보이는 것만 같았다.  


입사하고 간단한 회사의 전반적인 교육이 약 한달간 이뤄졌다. 그리고 바로 현장 배치를 받았다.  '수습'이라는 딱지가 3개월간 붙었다.


수습사원이라는 방패 아래, OJT라도 이뤄질 줄 알았는데, 웬걸? 그런 게 전혀 없었다. 어쨌거나 이제 입사하고 현장 배치가 되었으니 네 역할 1인분 어치를 하라는 거였다. '이 직무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는데..?'라고 살짝 언질을 줄 틈도 없이, 그렇게 바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직무가 싫어 아쉬운 건 나였다. 어쨌거나 싫으면 나가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난 나갈 깡이 없었다. 어떻게 들어온 회사인데? 내가 2년간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데? 그렇다고 잘 버텨내겠다는 의지가 강하지도 않았다. 이틀 만에 전임자에게 인수인계가 속성으로 이뤄지고3일 차. 본격적으로 내 자리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이때, 부장님이 나를 따로 불러냈다. 당시에는 그냥 가볍게 전하는 조언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메시지가 소위 나를 1년간 버티게 해주는 힘이 되었다. 그리고 나보다 더 늦게 신입사원이 된 지인들에게도 이 말을 전하며 위로를 심심치 않게 전한다.




원석아, 3·3·3의 법칙을 아니?
3일을 버티면, 3주를 버티고
3주를 버티면 3개월을 버틸 수 있어
지금 막 정신이 하나도 없겠지만,
모든 일은 의지에 달린 일이야


막 3일째 되는 날, 따로 날 불러내서 부장님이 하신 말이다. 그때는 그냥 멋모르고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 적었는데, 뭔가 큰 위안이 되었다. 속으로는 그래 오늘 3일 차니까, 이제 3주라는 고비가 나를 기다리고 있겠다 싶었다. 뭔가 하루하루 디데이를 세는 기분으로, 3주는 어떻게 버티나? 하고 걱정도 늘어만 갔다.



3일 존버 루트

3일은 사실 신입사원에게 정말 빠른 시간이다. 3일 만에 회사의 전반적인 면을 알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인수인계를 받고 일에 본격적으로 투입되면 더더욱 쏜살같이 지나간다. 사수가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히 알려주는 걸 메모로 받아 적어도 뒤돌면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는 게 지극히 정상이다. 그러니 힘을 빼자.  


태풍에 단단한 막대보다는,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풀이 더 센 법이다. 처음부터 모든 열정을 쏟는 건 바람직하다. 하지만, 불나방처럼 달려들다간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 그 힘을 다 써버 린다. 주말만 보고 사는 직장인이 되어버린다. 입사해서 신입다운 열정! 패기! 를 강조하는 정글 속에서 모든 '적당함'이 빛을 발할 것이다.  



3주 존버 루트

3주가 지났으면, 대략 분위기 정도는 파악했을 때이다. 그리고 나도 이제 기업을 '평가' 할 수 있는 시점이다. 회사의 문화, 복지 등 직접 듣는 것도 있고, 실제로 느끼며 소위 다른 기업들과 저울질을 할 수 있는 때이다.


이때, 어떻게 하면 존버를 할 수 있는가? 내가 생각했을 때는, 바로 '사람'이다. 동기가 될 수도 있고, 사수가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가 될 수도 있다. 누구든 괜찮다. 말만 통하는 사람만 있다면, 버틸 수 있다


나의 경우는 동기였다. 비록 전부 다 다른 곳에 현장 배치를 받은 데다가, 코시국이라 회식도 쉽지 않아 밥 한 번 같이 먹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단톡에서 서로 무슨 일이 있었다며 힘듦을 공유하는 것이 참이나 위안이 되었다. 동기가 없어도, 같이 일하는 주변 동료나 사수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 나의 힘듦을 공감해주고,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계속 끌어주는 사람이 회사에서 가장 필요한 존재가 아닌가 싶다.  



3달 존버 루트

1개월이 지나고, 업무는 아직도 뭘 해야 하는지 감을 잡으려고만 하면 새로운 게 툭툭 튀어나와 정신이 없을 때다. 그래도 1개월 때보다는 마음이 편해질 시기가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사회생활은 녹록지 않다. 이제 좀 할만하다 싶으면, 각종 구박과 업무 지시와 별의별 사건이 다 터지는 법이니까.  


3주가 지나고 한 달이 지나자 내 마음도 붕 떴다. 회사의 비전, 좋은 사람들, 회사의 복지와 월급 등 전반적으로 따져봤을 때 100%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바로 1개월 다니고 퇴사할 만큼 소위 답이 없는 회사도 아니었다. 그래서 스스로를 더 좀 먹었다. 머릿속에 퇴사해? 존버해? 끊임없이 재고 난리도 아니었다. 스스로 답을 내리지 않으면 끝나지 않을 질문이 나를 24시간 내내 괴롭혔다.


하지만 난 3달을 버텨냈다. 그리고 6개월, 1년을 버텨 소위 '신입'이라는 딱지를 뗐다.


아이러니하게도, 3개월 때 내가 버틸 수 있던 건 바로 마음가짐에 달려있었다. 스스로에게 떳떳할 것. 힘들다고, 잘 모르겠다고 도망치고 싶을 때마다 나를 잡았던 말이다. 3개월은 그래도 일은 해봐야 어디서 일 해봤다고 얘기하지 않을까? 싶었다. 회사마다 다 다르겠지만, 보통 3개월 수습딱지를 다는 건, 적응하는 데도 통상 3개월은 잡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 말이다.  


다들 모두 한 번씩 존버 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주식이나, 코인은 제외하고) 그때 존버 하길 잘했다 라는 경험이 한 번씩 있다면, 지금 내가 전하는 메시지가 공감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존버한다고 모두 성공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존버해서 버텨낸 내 자신은 그 누구보다 더 소중한 자산이 된다. 나에게 100% 맞는 회사는 없다. 그렇다고 회사가 나한테 맞춰줄까? 전혀 아니다. 그렇기에 모든 일은 의지에 따라 달린 일이라는 부장님의 말씀이 더욱 공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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