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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원석 May 22. 2022

진정한 워라밸 사수를 위한 전제조건

신입사원 입장에서 생각해보았습니다. 신입이 아니라면...돔황챠!!

최근 중대한 행사를 앞두고 거의 야근이 확정이 돼가고 있다. 게다가 맡은 업무도 막중하여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나름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게 웬걸? 요 며칠 계속 체하고 설사하고 불면증에 난리가 났다. 스스로 이런 개복치 같은 면에 실망하기보다는, 회사에 짜증이 났다. 이런 업무를 준 회사를 퇴사하고만 싶어졌다. 그리고 문득 든 생각,



이거 완전 워라밸 엉망이잖아??





워라밸이란 다들 잘 알다시피,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Work & Life balance)의 줄임말로 MZ세대들은 워라밸을 가장 중시한다고 여기는 요인 중 하나다. (비단 MZ세대들 뿐만은 아닐 것이다)


표면적인 뜻 자체는 그렇지만, 각자 정의하는 워라밸이란 다를 것이다. 내게 있어 워라밸이란 '정시 퇴근'이었다. 현재 근무 중인 회사는 재택근무가 절.대.로 실현될 수 없는 회사이기에, 칼퇴는 바라지도 않거니와 정시퇴근이라도 하면 양반이기 때문이다. 정시퇴근이라도 사수해야 퇴근 후, 여가생활이라든가 내가 계획했던 크고 작은 일을 할 시간이라도 사수할 수 있었다.


다행히도 야근은 지양하는 분위기라 정시퇴근만은 잘 지키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요새 정말 지쳐가고 있었다. 분명 퇴근은 제시간에 하고 있는데, 지칠 대로 지쳐만 갔다. 회사에서 즐거움을 찾는다는 건 퍽이나 어려운 일이지만, 회사와 내 직무에 대한 회의감이 늘어만 갔다. '나..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 내 인생을 내가 망치고 있는 건 아닐까?'

 

이렇다 보니, 지금 내 삶은 워라밸이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다. 퇴근을 하고 나서도 업무와 관련된 일이 내 삶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었다. 다음 날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어떤 일을 우선으로 해야 할지 등... 온전히 쉴 수 있을 때는 금요일 밤부터 토요일 뿐이었다. 금요일 밤부터 토요일에는 내일 출근하지 않으니 일과 관련된 생각 스위치를 잠시 off 상태로 해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해방감을 느끼는 건 채 이틀도 되지 않아, 일요일부터는 또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정시퇴근은 곧 워라밸이 아니다. 누군가는 워라밸이 곧 동료라고 말하기도, 또 다른 누군가는 자율 출퇴근, 복지제도 등등.. 콕 집어 어느 하나 내게 다가온 건 없었다. 자율 출퇴근을 할지라도 퇴근 후에도 일과 관련된 생각이 내 개인적인 생활에 침범하면 그건 진정한 워라밸 일리가 없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은 결국 진정한 워라밸을 이루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귀결되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이건 개인의 역량에 따라 다르다는 결론이 도출되었다.


지금 내가 work 측면에서 이토록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바로 해보지도 않은 일에 겁을 먹고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같은 A 업무를 준다고 했을 때, 신입인 내가 받아들이는 건 A가 아닌 +α+α+α로 다가온다. 하지만 같은 팀의 다른 과장님이 보았을 때는, 귀찮기는 하지만 그냥 하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저 온전히 A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업무다.



해본 것과 해보지 않은 것. 그리고 해본 사람과 해보지 않은 사람. 경험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이 차이가 바로 진정한 워라밸로 가는 전제조건이었다. 결국, 신입인 나로서는 '부딪힘' 이 자체가 전제조건이었다. 즉, 언젠간 넘어야 할 산이었던 것이다.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힘들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언젠간 업무가 쉬워지고 편해지려면, 그렇게 느낄 수 있기 까지의 짧으면 수개월, 길면 수년간의 경험치가 필요하다. 빈 수레가 요란한 법이라고, 난 되려 아는 게 없어 이건 워라밸이 아니야! 내가 힘들잖아! 라고 외친 것만 같다.


사실 이런 결론을 스스로 내면서 명쾌하지는 않다. 결국, 회사가 아니라 개인의 측면으로 '탓'을 해버린 것 같아 찝찝하기 때문이다. 지난번 글처럼, 존버 해!라고 말하는 것만 같아 마음이 편하지 않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되려 마음이 가벼워지기도 했다. 결국 넘어야 할 산이라면, 조금씩 전진하면 되기 때문이었다. 겁을 먹고 나아가지 못하면 같은 상황에서 언제나 난 우울해하고, 스트레스받아하고, 이것밖에 안 되는 건가 하며 스스로를 자책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일단 일을 겪고, 업무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경험치를 쌓아가면 되는 일이다.


그렇게 성장하다 보면 나에게도 언젠간 A가 아닌 B, C라는 업무를 줘도 좀 더 유동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이런 자기 확신이 들 때, 퇴근하고 스스로를 괴롭히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그제야 일과 삶의 다른 부분과 균형을 맞춰 행복한 삶을 영위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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