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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원석 Jun 12. 2022

회사가 내 전부가 되지 않는 방법

항상 이직을 염두해 두기로 했다 

입사하고부터 좀 싱숭생숭했다. 지금 매출 완전 잘 나오고, 고객도 증가 추세고, 돈도 많아!라고 얘기하는 회사보다는, 비용절감을 외치는 회사가 많을 것이다. 우리 회사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 심각성이 좀 높다는 점 빼고는.


전에도 잠깐 짧게 언급한 적이 있지만, 난 코시국에 입사한 사람이다. 어느 채용이 쉽다마는,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절 취업도 많은 게 바뀌어 말 그대로 '대혼란'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코로나 전에 어디라도 입사해야 했어-라고 자학도 하기도 했고, 근데 서류 100개씩이나 탈락했는데 내가 입사를 안 하고 싶어서 안 한 건가? 못한 거다!라고 답문 하기도 했다.


그렇게 2년간의 취준 생활을 마무리지을 수 있는 건 지금 입사한 회사다. 


처음에는 합격 소식에 마냥 기뻐서, 여기가 내 평생직장이 거야!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이제 취업도 했겠다, 내 미래는 꽃밭일 거라 생각했다. 내가 잘하는 건 '존버'니까, 난 이 직장에서도 버틸 수 있어. 그럴 거야.



하지만 직장관이 생기면서 애증의 관계가 되었다. 원래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고, 회사의 부족한 점만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마냥 나쁜가? 자문하면 친구들의 회사와 비교하면 마냥 나쁜 것도 아니었다. 어디든 그렇다. 100% 만족하는 회사는 없다. (그런 곳은 날 채용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종 '현타'가 왔다. '우리 회사 이러다가 망하는 거 아냐? 신입아 도망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네..' '지금 네가 하고 있는 직무는 물 경력이니까 하루빨리 도망쳐'. 누군가는 웃으면서 장난 삼아, 누군가는 진지하게 얘기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갓 1년 넘은 신입이 들을 소리는 아니었다. 이상했다. 격려를 할 게 아니고 회사가 망하느니, 직무가 별로라느니 충고와 한탄이 비정상이라 생각했다. 나도 애매한 미소를 지으며 화답했다. '하하'


내가 단지 할 수 있는 건 단지 '하하'였다. 사람 면전에 그래요 전 이직을 해야겠어요.라고 얘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분명 입사할 때까지는 복지며 네임밸류며 산업이며 직무며 다 좋아 보였는데, 이젠 먹구름이 낀 것만 같았다. 다시 취업 준비를 하라고 하면 앞이 깜깜했다. 내가 어떻게 고생해서 여길 들어왔는데? 그 개고생을 또 해야만 하다니. 얼마나 힘든지를 알기 때문에 다시 물에 발을 담그기가 세상 어려웠다.



그래서 이직을 하기로 했다.

아 물론 당장은 아니다. 하지만 이직을 염두에 두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로 했다. 



1. 자기계발 하기

배워둔 건 다 언젠간 써먹을 곳이 있다. 그게 사소한 거든 아니든, 한 번 경험해보면 아는 '척'이라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2n년 인생이지만, 이 척이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걸 정말 많이 경험했다.


그래서 자기계발을 하기로 했다. 단순히 친구들을 만나서 술 마시고 대화하는 것도 좋지만, 나 스스로에게 성장의 기회를 주기로 했다. 이게 이직할 때 도움이 될지 안 될지는 모를 일이다. 하지만 좁은 시야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는 충분히 될 거라고 생각했다.


언어를 배워서 한국만이 답이란 걸 깨달을 수 있고, 그림을 배워서 조그마한 파이프라인을 만들 수 있고, 전자책을 내서 내 브랜드를 만들 수 있고, 영상을 만들어 새로운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


뭐든 배우면 남는다. 해봐야 알 수 있다. 이게 수심 10m 바다인지, 아니면 깊게만 보였던 웅덩이였는지.



2. 조그마한 시도를 계속 하기

투잡이라고 하면 되게 거창해 보인다. 친구들도 투잡이라고 얘기하면, 알바 하나를 더 하라는 거냐고 대답하기 기 투성이다. 


내게 투잡이란, 어쨌거나 돈을 벌 수 있는 비상구를 만들어두는 거다. 그래서 거창할 필요가 없다. 블로그를 시작해서, 광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 아이디어스에 입점해 소소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글을 써서 후원을 받을 수 있다. 외주를 받아 커피 한 잔을 얻을 수 있다. 


앞서 위에서 자기계발을 하라고 했다. 자기계발은 배우는 거라면, 조그만 시도는 써먹는 거다. 물에 들어갔으면 무슨 고기라도 잡을 수 있다.


3. 나 알기

취준 시절'나 알기'에 대한 중요성을 어디선가 봤었다. 내 강점은 뭔지, 내가 원하는 산업은 뭔지, 내 성향은 어떤지 등등... 입사하고서도 마찬가지다. 이젠 그래도 회사에 1년은 다녔으니, 나만의 '직장관' 이란 게 생긴다. 월급, 칼퇴, 휴가 사용, 조직문화, 명예, 네임밸류, 직무 등... 따질 게 한 바가지다.


회사 알기도 중요하지만, 내가 여기서 무엇을 포기할 수 있고 포기할 수 없는지 알아가야 한다. 어딜 가든 내가 만족하는 이상적인 회사는 없다. 그렇기에, 어떤 걸 내어주고 난 얻어갈 수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햇병아리 시절과 수탉 시절 선택하는 게 같으면 그것만큼 끔찍한 게 어디 있을까.


4. 그리고, 지원하기

약 1년 반이 지난 지금, 한창 썼던 자기소개서를 보면 어색하기만 하다. 당시에는 자다가도 누가 툭 쳐서 자기소개해봐-라고 물으면 안녕하십니까! ~~~한 한원석입니다.라고 얘기할 만큼 열성적이었다.


그때 열정으로 똘똘 뭉쳐있었던 나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힘이 빠진 것만 같다. 그렇기에 다시 힘을 내려면, 익숙해질 만큼 써봐야 한다. 신입 때 지원했던 것과 똑같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감은 다시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글을 쓰면서 맘이 한 편으로 쓸쓸하지만, 되려 정리되는 느낌도 든다. 결국 선택하는 건 내 몫이다. 더군다나 내 인생이다. 내가 선택해 만들어가는 삶인 만큼,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오늘도 묵묵히 고민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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