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원석 Jun 23. 2022

신입들아! 멀티프로필 설정은 혁명이다!

인사발령을 받고 약 6개월째. 서먹했던 시간을 지나, 봄이 오니 슬슬 다들 마음이 몽글몽글 해지는 시기가 왔나 보다. 나 역시 그랬다. 괜히 외롭고, 코로나가 슬슬 풀리는 시점이라 약속도 늘어나며 활기찬 시간들을 보냈다.


문제는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나 보다. 부서 사람들도 봄이 오며 말로 설명하기 힘든 간지러움이 올랐는지는 몰라도, 그 무렵부터 나의 사생활에 관심이 많아졌다.


한주임! 한주임은 왜 연애를 안 해?

(반차를 내면) 어디 놀러 가~? 누구랑 놀러 가?

(여친이 없다고 하면) 넌 네 청춘을 왜 낭비하니? 젊었을 때 연애 많이 해!!


이주일에 한 번은 듣던 게, 점점 일주일에 한 번으로, 일주일에 3번으로.. 빈도가 늘어나면서, 나는 내 입을 닫았다. 내가 사생활을 공개하는 순간 부서는 물론 타 부서에게 퍼지는 건 십 시간이겠구나. 회사에서는 사생활 공유를 조심하라고 하던데 그것이 정말 사실임을 체감한 순간이었다.


그때부터 내 모토는, "여자 친구가 있어도 없고 없어도 없는 것"으로 되었다. 있다고 솔직하게 오픈하는 순간, 연애에 머무르지 않고 결혼부터 오만가지를 다 물을 걸 알기 때문이다. 신입의 사생활은, 그저 가십거리에 속한다.


그래서 그동안 귀찮다고 미뤘던 카카오톡 멀티프로필 설정을 해놓기 시작했다. 사실 친구들의 프로필 사진을 보면 나 역시 멀티프로필 대상자가 되었는지 아닌지 알 수 있는 노릇이었다. 평상시 사진을 한 번도 내리지 않았던 친구가 갑자기 사진 없음으로 해놓았을 때, 아- 역시 직장인이 되면 다들 달라지는구나. 를 여실히 깨닫게 된다. 친구도 어쩔 수 없는 직장인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나처럼.


 



카카오톡 멀티프로필 설정은 두 가지 방법이 있다.


1. 회사 사람들 번호 등록을 다 해서 멀티로 돌리는 방법

2. 기존에 쓰던 본인 프로필을 전부 다 날리고, 멀티로 소수의 인원(친한 친구, 가족 등..)만 설정하는 방법


원래 2번 방법을 할까 생각했었는데, 아직 디지털 디톡스가 안 된 건지 그간 카카오톡에 사진과 배경을 설정하면서 기록이 주르륵 남아있어 전부 삭제하기가 아까웠다. 비공개로 돌리는 방법도 있지만,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공개해놓은 사진이나 배경을 누군가가 봐줬으면 하는 마음에 그러지는 못했다. (여기서 누군가는 당연컨대 회사 사람은 절대 아니다)


그래서 하나하나 일일이 거래처와 직장 사람들 번호를 저장해 멀티로 돌리는 수고로움을 하고 있다. 여간 귀찮은 게 아니긴 하다. 하지만, 심적으로는 정말 편하다.






그렇다면 회사 내 모든 사람들과 벽을 쌓아야 한다면, 또 그건 아니다. 회사 사람들과 얘기할 주제들은 정해져 있다. 처음에는 일로 시작해서, 자연스럽게 시간이 지나다 보면 사생활을 얘기하게 되고 서로에 대해 더 깊게 알게 되는 것이다. 이걸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모든 관계는 일방적으로 한 사람만이 그 거리를 좁히려고 다가갈 때는 유지되지 않는다. 상호가 다가가고, 손을 내밀어야 이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입의 경우는 조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마치 적은 1개의 패를 보여주고, 나는 10개의 패를 보여주는 것과 같다. 이 애가 어떤 앤지 궁금해서 다가와서 이것저것 묻는데, 난 내 모든 걸 나도 모르게 알려주는 것과 같다. 또한, 그 이야기가 'A'를 얘기했다면 나중에 내가 듣는 나의 이야기가 'A'일지 장담할 수 없다. 'A+'면 양반이고, 'B', 'C'등 온갖 루머가 퍼지기 때문이다.


나중에 그 시절을 지나 누군가 더 관심을 끄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그때는 사생활을 얘기하는 게 조금은 더 편해질지 모르겠다. 나 좀 봐주세요!!라고 아무리 외쳐봐야, 이제는 그냥 회사 구성원으로서 자리 잡았을 때라 내게 관심 있는 소수의 사람만 이야기를 듣고, 상호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이전글 회사가 내 전부가 되지 않는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