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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seok Nov 17. 2020

기록하는 습관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흩어진 기록을 모아 디지털로 전환시키는 방법

기록하는 습관이 중요하다는 건, 굳이 손정의 회장 이야기까지 가지 않아도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일 거다. 머릿속에서 떠오른 생각이든, 함께 대화하는 사람에게서 얻은 인사이트이든, 책에서 본 좋은 구절이든, 어딘가에 남겨두는 기록 습관은 많은 이들이 수년간 중요하다 말해왔다. 그런데 일단 적기만 하면 다 되는 걸까? 물론 일단 적어두면 절반은 간다. 나중을 위해 최소한의 정보를 남겨두는 것이니까. 하지만 그대로 두면 절반의 성공이다. 기록을 나만의 기준으로 분류하고 해석해 나의 이야기로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다.


어떻게 하면 기록을 나의 이야기로 만들 수 있을까? 방법은 간단하다. 흩어져있는 기록 조각을 한데 모으고, 기준을 세워 분류하고, 인사이트를 찾아 나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 말이 쉽지. 여기저기 흩어진 조각을 모으는 것부터가 일이다. 또 그걸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분류할 것이며, 인사이트는 뚝딱 나오지도 않는다. 나는 투머치 기록 인간이었다. 여기저기 노트와 메모지에 쓴 기록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블로그는 왜 그렇게 온갖 플랫폼에 만드는지.


노다메에게 치아키 센빠이가 있었다면 나에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기록이 흩어질수록, 내 삶은 점점 정신없어졌다. 티스토리, 이글루스, 네이버 블로그, 브런치에 글을 쓰고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를 했다. 불렛 저널, 기본 노트, 1/4 다이어리 등 한 해에 쓰는 노트와 메모지만 수십 장이었다. 나의 기록들은 노다메의 방처럼 뭐가 있는지는 알지만 어디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많은 걸 쌓아두고 있지만, 그 속에서 나의 것이라고 할 만한 것들을 건져내긴 힘들었다. 정리 정돈이 필요했다.


책상을 치우고 방을 치우듯 내가 쌓아둔 기록을 치우고 제자리에 두어 나만의 공간을 찾고 싶었다.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나 <신박한 정리>에서 하는 것처럼, 일단 모든 기록을  꺼내놓는 일부터 시작했다. 쓰고 있는 노트들, 연결되어 있는 메모 앱, 기록이 보관되는 드라이브, 책상 구석에 쌓인 메모지들까지. 다 모아서 보이는 곳에 펼쳤다. 이 조각들을 어떤 기준으로 분류할지, 어떤 툴이 적합할지 생각했다. 기록을 적합한 자리에 배치하고 생태계를 작동시켰다. 몇 번 이 일을 반복하다 보니 나만의 몇 가지 원칙이 생겼다.


기록 정리도 물건 정리와 똑같다. 일단 다 꺼내고 보자.


나는 이것을 기록하는 습관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 부른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클라우드 컴퓨팅을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소유 중인 하드웨어 사용자에 대한 의존성을 줄이되, 구독 기반 클라우드 서비스에 의존성을 증가시키는 것을 말한다.(출처 : 위키백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영화를 다운로드하는 대신, 넷플릭스를 이용하고, 음악 파일을 다운로드하지 않고 스트리밍을 쓰는 것 모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기록하는 습관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했다는 것은, 모든 기록을 클라우드 플랫폼(노션, 구글 드라이브 등)으로 옮겨 하드웨어(노트, 메모지, 로컬 드라이브 등)에 대한 의존성을 줄이고 언제나 검색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언제 어디서든 나의 기록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으며 이 시스템은 한번 만들어진 뒤 그대로 멈춰있는 것이 아니라 순환하는 생태계처럼 작동한다. 나의 필요와 외부의 변수에 의해 언제나 변경 가능하며 개선할 수 있다.


이렇게 살아 숨 쉬는 디지털 기록 생태계를 위해 내가 세운 세 가지의 원칙이 있다.


1. 플랫폼과 기기 제약 없이 계정 정보만으로 기록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

2. 모든 기록은 검색될 수 있도록 태그와 키워드로 분류할 것.

3. 일정한 주기로 기록을 재분류하고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것.


앞으로 각 원칙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기록 툴은 어떤 것이 좋은지, 클라우드 계정 관리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태깅하고 분류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 기록하는 습관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적어볼 예정이다.


덧붙여, 혼자 시작하기에는 너무 막막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워크숍도 열어보려고 한다. (가제 : 나 조각모음 워크샵)

함께 기록을 다 꺼내보고, 무슨 사연이 있는지 듣고, 기록을 다시 분류하여 각자의 기록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돕고 싶다. 워크숍은 차차 이야기해보는 것으로 하고. 오늘의 프롤로그는 여기서 마치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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