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껄렁한 일상을 공유하면 생기는 일
코로나 19로 인해 겨울 방학부터 시작된 아이들과의 '밀접 접촉 생활'이 몇 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같은 공간, 같은 사람들, 비슷한 일상들이 이어지다 보니,
지루하게 느껴지는 하루하루가 차곡차곡 쌓여 아이들도 어른들도 지쳐가는 요즘이다.
각자 할 일을 하고 난 후에도 딱히 할 것이 없을 때는
'멍 때리며 널브러져 있는' 행위를 굳이 모여서 하게 되는 의도치 않은 순간들이 있다.
뭐랄까...
'집단 멍 때리기' 시간이라고나 할까.
아... 심심하고 지루하다....
뭐 할거 없나?
동네 산책이나 갈까?
맨날 같은 코스, 가봤던 길... 시시해
여행 가고 싶다. 바다도 가고 싶고, 캠핑도 하고 싶고~~
그러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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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엄마
우리 지금 꼭 건전지 같아. 장난감 속에 들어있는 건전지 말이야.
왜 이런 모양새로 모여서 이러고 있는 걸까 ^^;;
건전지로 전구를 밝히는 경우, 건전지를 하나만 사용할 경우보다는 건전지 여려개를 연결해서 쓰는 것이 빛을 더 밝게 밝힐 수 있거나, 또는 더 오래 밝힐 수 있다.
저렇게라도 연결되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답답한 현실을 가까스로 버텨보고 싶었던 집단 무의식의 발로였던건가 ㅋ
'건전지'라는 말에 빵 터져서 셋이 낄낄거리다 보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그 기세를 몰아 서로 시답지 않은 농담들을 몇차례 더 주고 받다 보니, 기분은 더더욱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건전지 자세'로 멍 때린 효과를 보고 톡톡히 본 것일까? ㅋ
시시껄렁한 일상을 공유하다 보면, 그 안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때가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매일 비슷한 것 같은 일상일지라도, 그것들을 모아 놓으면 다양한 스펙트럼의 '시시껄렁함 덩어리'가 만들어진다.
개개인이 느끼는 '시시껄렁'에 대한 정의가 다르다 보니, 그렇게 모인 것들 중에는 상당히 큰 차이를 보이는 것들이 있을 수 밖에 없고, 그것들이 만나는 지점에서 꽤나 재미있는 일들이 일어나는게 아닌가 싶다.
별것 없다고 생각했던 지루함 속에서 또 다른 다채로움이 만들어지고, 그것은 정체되어 있던 일상에 새로운 움직임을 만들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