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코로나 일상#2] 마스크

나는 누구?

by 기글지니
코로나일상002_마스크02.png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가 생활화 되나보니, 가끔은 마스크 벗은 내 모습이 오히려 낯설어 보일때가 있다.

낯설어 보이는 이유는 굉장히 명확한데,

마스크를 벗는 순간...

못 생겨지기 때문이다;;;


사실, 못 생겨지는건 아니다. 원래 그렇게 생겼던 얼굴이니까. (왠지 더 슬퍼짐 ㅜㅜ)

마스크를 착용하면 화장을 하지 않더라도 얼굴에 있는 잡티며 주름을 감출 수 있는 효과가 있는데

그걸 벗어버리는 순간,

얼굴에 있는 온갖 몹쓸것들(?)이 다 드러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치덕치덕 바르고도 쌩얼'이라고 우길 수 있는 BB크림 조차 바르지 않았다면 더 그렇다.


그래서 외출 후, 거울 앞에서 마스크를 벗다가 흠칫 놀라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너는 누구냐?!'


코로나일상002_마스크01.png

더운 날씨에 마스크 쓰는 것이 꽤나 고역이기도 하지만,

바이러스로부터 나 자신을 보호해 주는 기능 외에도 감추고 싶은 컴플렉스를 가려주는 또 다른 기능으로 활용 가능하다보니, 컴플렉스 응집체인 나로서는 왠지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다. ^^;


내 나름대로 정의한 마스크 착용의 3단계가 있는데 단계별로 그 효능(?)을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1. 마스크 3단계 : 마스크 착용의 정석, 사람들이 밀집된 장소에서는 좀 답답하더라도 준수해야만 하는 착용법.

* 얼굴에 있는 잡티며 주름을 대부분 가릴 수 있는 완벽한 커버 기능.

2. 마스크 2단계 : 사람들의 밀집도가 높지 않고 너무 숨쉬기 힘들 경우, 이렇게 코만 살짝 노출하는 착용법.

* 잡티가 어느 정도 노출되지만 팔자 주름 커버는 가능함.

3. 마스크 1단계 : 인적이 거의 없는 야외에 혼자 있지만, 필요할 땐 언제라도 마스크를 쓸 수 있는 착용법.

* 얼굴의 잡티와 주름을 감출 수는 없지만, 완벽한 V라인 구현 가능.

4. 탈마스크 : 너는 누구?? 안본 눈 사요~~ (하지만 빼박 내 얼굴 ㅜㅜ)



마스크 말고도 이와 비슷한 경험은 많다.

카메라 뽀샵 필터로 찍은 얼굴들, 각종 설정 샷으로 찍은 sns에 넘쳐나는 사진들처럼 단순히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는 목적을 비롯하여, 사랑과 관심이라는 그럴듯한 포장으로 아동학대, 성폭력, 살인 등의 극악무도한 인권유린을 저지르는 무거운 범죄들까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이 마스크를 쓴 것과 같은 얼굴일 때가 많아지는 것 같다.

그럴듯한 마스크를 쓴 모습이 정말 내 모습이라고 착각하며 사는것처럼.


나는 마스크를 어떠한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는가?

나를 보호하기 위해? 남을 속이기 위해?

그리고,

마스크를 벗은 내 모습은 어떤가?

벗은 모습 그대로도 부끄럽지 않은 모습인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코로나 일상#1] 건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