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의외로 별거 아닌 것들

by 기글지니

안개가 자욱한 아침이었습니다.

거실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낯설어 평소보다 더 오래 바깥 풍경을 보게 되는 아침이었어요.

둘째가 부시시 일어나 쇼파에 다시 눕습니다.


"창 밖 좀 봐봐. 안개가 엄청 많이 끼었네."

"와, 정말이네."

창밖을 내다보고 쇼파에서 잠깐 뒹굴하던 녀석이 낯선 풍경만큼 낯선 제안을 합니다.

"엄마, 우리 밖에 나가자."

잉?? 집 밖으로 나가는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집돌이' 입에서 나온 뜻밖의 말에 흠짓 놀랐습니다.

'오늘 해가 서쪽에서 떴나?'

뭔일인가 싶었지만 이런 일이 자주 있는 일이 아니라 서둘러 옷을 챙겨입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2월 초의 공기가 서늘하게 볼을 스쳤습니다.


"에이, 뭐야... 너무 잘 보이는데."

밖으로 나간 아이의 입에서 튀어나온 첫마디 였습니다.

일단 나온 후에 왜 나오고 싶었는지 물어보자하고 궁금증를 참고 있었는데, 묻기도 전에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왜? 너무 잘 보여서 실망했어?"

"응, 안에서 볼 때랑 달라. 나오면 뭉실뭉실한 구름처럼 안개가 잡힐 줄 알았는데......"

"아... 정말 그러네. 생각이랑 많이 다르다.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잘 보여. ㅎ"


실망도 잠시, 아이는 사뭇 달라진 풍경에 다른 세계에라도 여행을 온 것처럼 신나하며 앞으로 달음박질을 했습니다.

아이의 모습이 점점 흐릿해졌습니다.




코 앞에 닥친 고통과 시련도 안개와 같을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날 아침, 갑자기 창 밖에 펼쳐진 풍경처럼 뿌옇고 익숙하지 않은 낯선 손님같은 삶의 문제들.

그것의 정체가 뭔지, 어디에서 왔는지 몰라 순간 멈칫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모른척 하거나 슬쩍 피하고 보는 것들이 켜켜이 쌓여 갑니다.


그런데, 일단 뛰어들어 보면 의외로 별 것 아닌 것들이 많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그 정체를 알 수 있는 문제들도 있고,

큰 문제도 아닌데 괜시레 겁을 집어 먹고 불안해 했던 순간들도 많습니다.


앞에 펼쳐진 세상이 흐릿하게 보일 때 '풍덩' 뛰어들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단지 그런 순간에는, 좀더 잘 살피거나 그저 좀 느리게 걸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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