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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ren May 15. 2019

[일기]

2019.05.14

1. 관계, 참을 수 없는 무거움.

나를 안다고 착각하는, 착각을 믿어버리는, 믿음을 내게 되쏟아붇는 몹쓸 오만을 버려주세요. 나는 당신과 그렇게 친하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친할 일은 없습니다. 


상대방에게 개인적인 질문을 하는 것에는 언제나 도가 지나칠 경향이 있지만, 그래도 나는 개인적으로 개인적인 질문을 주고 받는 것을 좋아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호감이 있는 한. 

그러나 끝까지 경계해야 할 것은 그의 대답으로 그를 판단하는 일이다. 그의 대답은 '그 때 유효할 것이고 지금은 틀린 일이 될테니까.' 내 옆에 가장 가까이 있는 이 사람과 시간의 축척과 함께 내 머릿 속에서 판단된 이 사람이 얼마만큼 비슷한 인간일지는 아무로 모른다. 나는 언제나 이 사람에 대한 얼마만큼의 오류에 빚진다.


착각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 착각을 믿어버리는 무지함은 되도록 멀리해야겠다. 질문은 신선하지만 대답은 그것에 무거운 목줄을 매달고 내려앉으려 한다. 대답은 언제나 자신을 정의내리고 싶어하고 좀 더 잘 정의내리고 싶다. 나는 그런 대답들이라도 조금 더 넉넉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였으면, 하고 소원하고 싶지만, 아무래도 그런 대답들은, 자꾸만 자신을 드러내놓고 전시하고 진득한 향수를 마구 뿌려대는 그런 대답들을 쏟아내는 그런 입들은 조심스럽게 매듭짓고 싶어지고 만다. 


그는 내 심리상태까지 판단해버리는 자신의 용감함을 깨닫지 못한다. 나는 그런 종류의 용감함을 가까이에서 겪으며 몇 번 토를 하듯 화를 내고 싶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토를 하든 화를 내든 결국 나는 철저히 왜곡될 것이므로, 대신 영원히 그를 만나지 않기로 했다.


2. 비자.

3주 차이가 무슨 큰 차이라고 400불을 더 낼까. 3주 동안 불안해할 내 마음을 대신하여 나는 400불을 더 지불하기로 했다. 영학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가 계획하는 일을 내버려둔다. 

'400불인데 괜찮겠어?' 

'네가 그렇게하지 않으면 안되잖아.'  

그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기 전에, 나는 내 자신이 그에게 어떻게 비춰질까, 같은 물음을 한동안 물고 있었다.

나는 400불을 내더라도 되도록 '빨리' 이 비자 여정으로부터 해방되고 싶다.

그러나 잠깐, '빨리'라는 내 마음이 무서워져서 이건 정말 다시하고 싶은 일이 못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서는, 그래도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보니까 내가 너무 우스워졌다.


내 노력 여하를 떠나서, 행운을 바라는 일은 사람을 너무 조급하게 우습게 만들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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