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가 끝이 아닌데..

엄마의 진로지도 3

by 수아

오래간만에 머리 파마를 하러 미용실에 갔다. 10년이 넘게 다닌 터라, 직원분도 반갑게 맞이해 주신다. 머리를 하면서 여느 때와 같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직원분이 답답하다는 듯이 하소연을 하신다. 자기 친오빠가 어려서부터 공부를 잘해서 우리나라에서 알아주는 대학의 경영학과를 나왔더란다. 본인은 상대적으로 공부에 관심도 없을뿐더러 잘 못해서 일찌감치 대학은 포기하고 미용기술을 배워서 미용실에서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당연히 부모님의 오빠에 대한 기대는 커서 어딜 가든 아들에 대한 자랑(정확히는 명문대학 자랑)을 하기 바빴다고 한다. 본인도 그게 특별히 서운하지도 않고 당연하다고 여기고 묵묵히 미용일을 배웠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오빠가 그 좋다는 국내 최고 대학의 경영학과를 나왔는데 취업이 되지 않더란다. 일 년, 이년, 삼 년... 시간이 흐르고 오빠가 졸업한 지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여전히 오빠는 백수로 지낸다는 걱정 어린 푸념이었다. 명문대 졸업생이라는 자존심 때문에 오빠는 계속 대기업이나 공공기업의 취업만을 고집했고,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이나 조직에서 해야 하는 일을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했다.


부모님은 면전에 대고 잔소리를 하면 아들의 자존심이 상할까 봐 말도 못 하고 나이만 먹는 아들을 생각하면서 눈치를 보며 늘 걱정이란다. 오히려 지금은 비록 대학은 가지 않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자기 할 일을 찾아서 돈도 벌고 열심히 미용실을 하고 있는 자신을 더 자랑스러워한다고. 어렸을 때 오빠가 훨씬 공부를 잘했기 때문에 이렇게 커서 서로의 입장이 바뀔 줄을 상상도 못 했다고. 이제는 나이가 너무 많이 들어서 좋은 직장에 취업할 가능성은 점점 희미해지는데 여전히 부모님께 용돈을 받아서 생활하면서 이런저런 자격증 공부만 목적 없이 하고 있는 오빠의 모습이 너무 답답하다는 것이었다.


이제는 오빠도 스스로 돈도 벌고 눈높이를 좀 낮추더라도 어디든 취업을 해서 자기 앞가림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엄마아빠도 더 이상 오빠의 뒷바라지를 해 주지 말고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 두는 게 맞지 않냐고 하면서 본인의 복잡한 심경을 단골손님인 내게 터 놓은 것이다.






"일단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가라. 그리고 대학 가면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너무 많이 고민하지 말고 공부부터 해. 대학 가서 더 고민해 보면 되지."

"대학 가면 더 이상 간섭하지 않을게. 그러니 지금은 공부에 집중해."


한국의 많은 부모들은 '자녀가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까지 만을 목표로 하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자신이 가진 돈과 에너지를 자녀가 태어나서 좋은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형편껏 혹은 그 이상으로 자신을 희생하고 헌신한다. 그것이 자녀를 위해 부모로서 해 줄 수 있는 최선이라 믿으며. 부모의 고생을 아는 속 깊은 자녀들 역시 그 기대에 저버리지 않기 위해 성실하게 공부를 하고 치열한 입시를 거쳐 대학에 간다.


일단 대학에 입학을 하면 부모들은 '이제 내가 할 만큼 다했다.' 혹은 '이제 20살이나 되는 성인이 되었으니 네 앞길 정도는 네가 알아서 해라'라는 생각에 대학입학 전까지 쏟았던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자녀들 역시 지난 초, 중, 고 12년간 대학입시를 위해 열심히 공부했기에 이제는 한숨을 돌려도 된다고 생각해서 긴장의 끈이 풀리는 경우가 많다. 인생의 가장 중요한 목표의 끝을 '대학입시'에 놓았을 때 그러하다.


문제는 우리의 자녀양육의 초점이 '대학입시'가 되어서는 안 되며, 그 이후의 성인으로서의 ’독립'에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수능을 잘 치르고 좋은 대학을 입학하기 위해서 우리가 초, 중, 고등학교에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성인이 되어 사회의 구성원이 되었을 때 스스로 자립하고 살아갈 수 있는 경제적, 지적, 정신적, 신체적 능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 부모로서의 양육의 첫 번째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관점으로 지금의 자녀를 바라보면, 내가 무엇을 더하고 빼야 할지가 조금은 보인다. 당장 잘 치러야 할 학교 시험뿐 아니라, 아이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필요한 지적/사회적/신체적 능력들은 무엇이 있을지를 고민하게 될 것이다. 학업성취도와는 별도로 사회의 독립된 인간으로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능력 중에 부족한 부분이 무엇이 있을지(예: 건강을 위한 운동 습관, 돈을 관리하는 경제관념, 타인과의 효과적인 관계 능력 등)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부모인 나는 옆에서 우리의 아이들이 스스로의 삶을 살 수 있을 때까지만 돕는 역할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우리의 사랑스러운 자녀가 더욱 건강하고 성숙한 삶을 위해서도 부모는 그 역할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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