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고3이 말해주는 폴란드 입시 영어 1편
9월은 폴란드에서 가장 날씨가 좋은 때이다.
일년의 반 이상이 겨울의 늪에 빠져버리는 긴긴 겨울의 나라가 이 곳 폴란드이다. 폴란드의 겨울이 견디기 힘든 것은 기온 때문만이 아니라, 낮의 길이가 심하게 짧아지기 때문이다. 8월 말부터 해가 짧아지기 시작하여 겨울의 한복판인 1월이 되면 3시만 넘어도 해가 져버리는 폴란드의 겨울은 그야말로 컴컴한 날들이 계속되기에 해가 기울어 지는 것이 피부로 느껴지는 9월만 되어도 모두가 여름이 가는 것을 아쉬워하게 된다.
9월의 막바지인 27일. 마지막 한 방울 남은 여름 공기가 겨울의 차갑고 음산한 기운에 밀리기라도 하는 것 같은 날이었다. 흐릿하고 찌뿌둥한 하늘에 비라도 쏟아지지 않는 것을 감사하며 폴란드에서 4번째로 큰 규모의 도시인 브로츠프와프Wroclaw 외곽에 위치한 쇼핑몰 오숑 건물로 향했다. 폴란드의 대학시험인 마투라Matura 시험을 치를 폴란드의 고 3학생 H 를 만나러 가기 위해서 였다.
3시경에 학교를 마치고 오는 길이라는 H와 간단히 저녁을 마치고 질문을 시작했다.
교재를 보니 MacMillan 출판사의 책이었다. 정해진 교과서나 교재는 없고 교사 재량대로 교재를 정해서 쓴다. 마투라 시험의 형식 그대로 시험을 연습해 볼 수 있도록 꾸며진 책이었다.
여기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마투라 영어 시험의 형식이다. 마투라는 폴란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의 최소 요건이며 동시에 대학교를 진학할 때 쓰이는 평가이다. 필수과목과 선택과목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필수과목은 폴란드어, 수학, 영어등의 외국어 이고 선택과목은 화학, 물리학, 천문학, 고대역사, 음악사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응시 과목은 진학하고자 하는 대학교에서 요구하는 내용에 따라 개인 마다 다르게 지원한다.
영어 시험을 중점적으로 살펴보면, 영어 시험은 두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기본형Standard 과 상급형Advanced 가 있는데, 기본형은 모든 학생이 치뤄야 하는 시험인 반면 상급형은 대학교에서 보다 높은 수준의 영어 수준을 요구할 경우 응시하는 선택형 시험이다.
모든 과목은 매년 5월에 과목마다 서로 다른 날짜에 치루어지는 것도 우리와 대조적인 부분이다.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모든 과목을 한꺼번에 쳐야 하는 수능과 달리 마투라는 시험치는 과목의 날짜가 흩어져서 제시되어 하루에 한 과목만 치게 된다. 그래서 폴란드의 고등학교는 4월까지 모든 수업을 마치고 5월에는 마투라 시험만을위한 시간으로 남겨놓는 것이 일반적이다.
언어 시험에서 어떻게 생산Produce을 안 할 수 있어?
이 곳의 영어 강사에게 우리나라 수능 영어 시험의 형식을 설명하자 돌아온 첫마디 였다. 폴란드의 마투라 영어시험과 과 우리의 수능 영어를 완벽하게 구별짓는 단 한마디를 꼽으라면 바로 '생산' 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5지 선다시험에 대부분은 지문을 읽고 해석하는 '리딩' 파트가 대부분이고 일부 듣기평가가 가미된 형식인 수능과 달리 마투라는 영어의 4가지 영역을 모두 측정한다. 제대로된 영어 시험이다.
마투라도 수능과 같이 5지선다 문제가 있다. 하지만 이는 전체 문제 형식 중 일부일 뿐이다. 120분 동안 이루어지는 마투라 시험에서는 리스닝은 물론 글쓰기와 말하기 시험까지 포함되어 있다. 언어의 4가지 영역 즉, 리스닝 리딩 스피킹 라이팅이 모두 포함되 있는 셈이다.
우리에게 생소한 쓰기 시험의 형식은 주어진 주제를 주고 찬반 의견을 250 단어 내외의 글로 표현하는 문제가 일반적이며, 주어진 지문은 폴란드어로 제시된다.
영어 말하기 시험은 각 개인마다 서로 다른 날짜와 시간이 배분된다. 제시된 3개의 사진을 보고 질문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영어로 말하는 형식이 대표적이다. 정답이 요구되는 시험이 아닌 자기가 생각하는 바를 영어로 전달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다.
이쯤 되면 우리의 수능영어와 마투라 시험은 비슷한 점은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대조된다.
폴란드의 마투라 영어시험은 영국 캠브리지 출판사에서 만든 FCE, CAE 와 같은 캠브리지 영어시험과 상당 부분 닮아 있었다. 영어의 4가지 영역을 골고루 측정하는 것이나 쓰기, 말하기, 읽기, 듣기 영역의 시험에서 질문하는 형식이 캠브리지의 그 것과 거의 다르지 않았다. 마투라 시험은 단지 지문이 폴란드어로 주어진다는 차이점이 있을 뿐 기본적인 골격은 영국의 캠브리지와 대부분 같았다. 한 마디로 영어 능력을 측정하는 데 타당도가 높은 세계적인 시험 형식을 거의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이다.
캠브리지 시험이 그러하듯 폴란드 마투라 영어도 만점을 받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시험이다. 벼락치기로 시험스킬을 익혀서 고득점을 받는 것 또한 가능하지 않다. 워낙 방대한 양의 단어와 주제가 다루어지고 게다가 쓰기와 말하기까지 해야 하므로 차근히 실력을 쌓아가지 않고 요행으로 고득점을 한다는 것은 상상 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풍부한 단어 실력, 단어를 다양하게 배열하여 수준 높은 문장을 구사하는 문법, 자신의 의견을 설득력 있게 배열하는 문장력, 그리고 막힘없이 의견을 표현하는 유창성까지 고루 갖춰야 하는 시험이기에 실력에 따라 고득점은 있을지언정 만점은 있을 수 없다. 언어의 종류를 불문하고 언어 실력이 완벽하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 아니겠는가.
시험 자체가 어려운 만큼 고등학교 '졸업' 의 통과기준은 높지 않다. 전체의 30%만 넘으면 졸업이 인정된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입학을 하려면 특히 언어와 관련한 전공을 선택하려면 마투라 영어 시험은 폴란드 고등학생들에게도 부담이 되는 난이도 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쯤 되면 수능이 영어로 소통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인지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볼 문제이다. 수능의 고득점이 과연 의사소통을 위한 영어 능력을 보여주는 척도가 되는 지, 수능을 위해 우리가 그토록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부어가며 공부한 것이 우리가 영어를 말하고 써먹는데 얼마나 기여를 하고 있는지 말이다.
문법 혹은 단어는 쓰기 혹은 말하기 라는 맥락에서 써먹어야만 하므로('생산' 되어야만 하므로!) 수학공식 처럼 외우는 문법 혹은 앵무새처럼 우리말-영어 로만 일대일 대응해서 외우는 방법은 애초부터 필요치 않다. 오로지 글 혹은 말로 '생산' 하기 위한 온전히 써먹기 위한 단어와 문법이 존재할 뿐이다.
시험 준비가 공부의 전부는 아니지만, 기왕 한정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것이라면 진짜 내가 필요하고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익히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을까? 시험으로 이런 관점으로 수능 영어와 마투라 영어를 바라보니 내신영어, 수능영어도 모잘라 토익영어에 이어서 영어회화 학원을 다시 다녀야 하는 우리의 현실이 슬퍼졌다. 처음부터 의사소통이 모든 영어 공부의 목표가 된다면 내신영어가 수능영어와 다를 이유도 이 모든 영어 공부가 영어회화와 동떨어져서 존재할 이유가 없다.
언어 능력을 보다 제대로 측정하는 마투라 시험이 부러워졌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어려운 시험을 과연 학교 수업 만으로 효과적으로 준비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이상적인 평가 도구가 있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평가의 잣대만 대고 그 준비 과정이 사교육으로 떠넘겨진다면 그 것도 곱게 봐 넘길 것은 아니다. 마투라 시험이 난이도가 있는 만큼 폴란드에서도 우리나라처럼 사교육이 필수처럼 여겨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호기심이 들었다.
질문이 이어졌다.
- 다음 회에 이어집니다.
참고문헌:
http://www.polandeducation.info/Tests/Polish-Matura.html
http://britit.blog.polityka.pl/2017/03/13/top-5-tips-english-extended-matu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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