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고3과의 인터뷰 2
폴란드가 갑다기 영어를 잘하게 된 이유
현지 고3과의 인터뷰 2편
(이전 포스팅과 이어지는 글 입니다)
응팔세대의 학교
당시 한 반에 60명이 가득 들어가는 교실은 흔한 풍경이었다. 80년대 후반만 해도 오전반 오후반으로까지 나눠가며 수업을 했기에, 어쩌다가 내가 오전반이었는지 오후반이었는지 잘 못 알기라도 할 때면 어린 걸음이 가던 길을 허탈하게 다시 돌아와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80년의 평범한 공립학교는 그랬다.
중학생이 되어 지금으로부터 몇 십년 후에는 20명 남짓한 인원으로 수업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들리기 시작했다. 우리나라가 마치 외국 드라마에서 보는 것 같은 단란하고 친밀한 분위기의 학교가 곧 실현될 것이라 기대되기 시작했다. 우리가 꿈꾸는 그런 학교가 현실로 되는 날이 곧 올 것 같았다.
그로부터 10여년 후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이번엔 학생이 아닌 교사란 이름으로 말이다. 기대했던 대로 교실의 아이들은 30명 남짓으로 줄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 이외의 교실의 풍경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다. 강의식 수업은 여전했고 눈빛이 살아있어야 할 아이들이 아예 엎드려 자는 경우도 눈에 띄었다. 상담실로 찾아온 아이들에게 그토록 무기력한 이유를 물어보면 '대체 내가 왜 학교를 다니는지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당황스러웠다. 교실 크기는 분명히 줄었다. 하지만 왜 변한 것이 없을까. 근 20년이 넘도록 대항민국 교육은 나아진 것이 정말 아무것도 없단 말인가.
폴란드가 영어를 잘하기 시작한 이유
폴란드에서 만난 고3 학생 H 에게 질문을 계속했다.
Q 고등학교 졸업시험인 Matura 영어시험을 학교에서 준비하는 것이 가능한가요?
A 여긴 과외를 하거나 학원을 가는 경우가 일반적이지 않아서요. 본인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가능해요. 자기가 단어 암기를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 같아요. 자기가 혼자 공부 해야 할 몫이지요.
의아한 부분은 두 가지 였다.
학교에서 그 어려운 마투라 영어 시험 내용을 커버할 정도로 잘 가르치는지 여부, 그리고 학생들이 과연 '스스로' 공부를 하는지 여부가 그 것이다. 매일 학원에서 내주는 숙제도 없이 말이다.
Q 학교 수업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말해주세요. 시험에 말하기와 쓰기까지 있는데 이 부분을 과연 학교에서 준비해주는 것이 가능한지 궁금해요.
A 우리반은 30명 쯤 되구요 이 반을 반으로 나누어 수준별로 수업을 해요. 영어는 15명 정도씩 수업을 하는 셈이지요. 그 안에서 선생님이 계속 말을 시키기 때문에 말할 기회는 늘 있어요. 저 처럼 말하는 것이 좀 부끄러운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너무 받을 까봐 덜시키기도 하셔요.
쓰기는 다른 과목에서도 워낙 자주 나오는 숙제라 영어에서도 그렇게 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아요. 숙제로 쓰기 과제를 해가면 선생님께서 코멘트를 해주시지요. 쓰기와 말하기를 꼭 해야하니 단어와 문법을 알아야 하지요. (여기서도 '생산'에 중점을 둔 이들 영어 수업의 특징을 볼 수 있다: 이전 포스팅 참조)
H 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어휘력를 높이는 것이 관건이라 그 것은 결국 내가 하는 부분이라고 말한다.
Q 학생들의 참여도는 어떤가요?
(영어는나랑 상관없는 외계어라며 아예 자는 한국의 고등학생들이 떠올랐다)
A 다른 것도 아니고 영어잖아요. 요즘 영어는 어디가든지 필요하다는 것을 다 알아요. 다들 영어가 자기가 앞으로 살아가는데 필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핸드폰을 보거나 좀 주의가 흐트러지는 때는 있어도 자는 경우는 없어요.
H 가 말하는 '영어가 필요하다.' 라고 말하는 의미는 비단 시험성적을 뜻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들은 영어를 세상에 나가서 의사소통을 할 도구로 이해하고 있었다.
우리와 폴란드 학생들 사이는 영어를 대하는 면에서 두가지 큰 차이가 있었다.
첫째는 내 미래를 위해 이 것이 꼭 필요하다는 학생 개인의 동기. 둘째는 그 것을 학교에서 배우며 준비해 나갈 수 있다는 학교에 대한 믿음이다.
H와 대화를 하며, 영어를 왜하는지 모르겠다며 학교에 오기 싫다는 학생들, 학교 공부는 어디다 써먹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우리나라 학생들을 떠올리니 참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한국을 떠올리며 잠시 말문을 닫은 나에게 이번엔 H 가 먼저 말을 하기 시작했다.
아참 여기는 중간고사 기말고사가 없어요.
중간고사가 아예 없다? 그럼 학교에서 평가를 안 한다는 말인가?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 다음 회에 이어집니다
써니윤의
영어독립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