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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윤 Mar 31. 2018

성인이 되어 영어를 배우는 것은 한계가 있다?

성인이라 가능한 것들도 있습니다

"이제까지 영어도 안 하고 뭐했나도 싶은데, 이 나이면 이미 늦은 거 아닐까?"


외국 생활을 10년이나 해도 자동으로 영어가 늘기는커녕 하고 싶은 말을 참는 능력만 는 것 같다며 마흔이 넘은 나이에 시작하는 것이 괜한 헛고생만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인은 아이들에 비해 영어를 배우기에 불리한 것일까? 아이들은 외국어를 수월하게 배워서 빠른 시간에 완벽한 수준에 도달한다는 통념과 반대로 성인라 외국어 학습에 유리하다는 설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왕초보에서 시작한 그녀


전직 폴란드 초등학교 영어 교사인 마고자타는 놀랍게도 20살이 넘어서야 영어를 시작했다. 학교에서도 영어를 전혀 접하지 못했고 아는 외국어라고는 러시아어가 전부였다. 폴란드가 공산주의 체제였을 때 중고등학교를 다녔던 터라 미디어서라도 영어를 접할 기회조차 없었다. 의자, 책상과 같이 완전히 초보 수준의 단어부터 암기해야 하는 그야말로 왕초보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쯤 되면 영어를 잘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이미 언어를 배우기에는 너무 늦어버린 것 같은 나이에 아예 맨땅에서 모든 걸 쌓아 올려야 하는 상황은 누가 봐도 그리 유리한 조건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녀에게 영어를 배운 과정을 들으면서 한 가지 특이했던 점은 2년 남짓한 길지 않은 기간 동안 아주 기초적인 단어와 함께 대학교 영어 전공 수업 수준의 어휘까지 한꺼번에 익혔다는 사실이다. 영어 교사라는 뚜렷한 목표를 향해서 2년 이상의 시간을 완전히 영어에만 투자했다. 심지어 친구들을 만나는 일도 최소화하며 하루 종일 영어를 듣고 어휘를 익히는 등의 일만 했다고 고백하는 그녀의 표정에는 당시 목표를 향해 집중해서 성취한 또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났다. 자기의 강점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 스스럼 없이 말하는 문화가 익숙한 서양 사람답지 않게 매우 겸손한 그녀임에도 자신의 영어실력을 단기간에 올린 것에 대해서만은 확신과 자신감이 있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완벽한 제로 상태에서 순수하게 본인의 노력만으로 단기간에 극적인 향상을 이뤘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피아제의 인지발달이론: 형식적 조작기인 만 12세는 지나야지만 추상적 사고를 담은 언어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출처: 구글

 

성인이라 가능하다:  성숙한 사고력


단 2년 만에 완전히 초보 상태에서 대학의 전공수업을 이해할 정도로 영어실력을 끌어 올리기란 아이들에게는 거의 불가능하다. 아이들은 그만큼의 인지적인 사고력이 준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어릴 때부터 영어를 배운 들 고급 어휘 안에 담긴 개념을 이해하는 것은 인지적인 발달이 이루어진 후에야 가능하다. 

 대표적인 발달 심리학자인 피아제의 이론에 따르면 형식적 조작기인 만 12세경은 이후에야 논리적인 관련성을 이해하고 추상적인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가능해지기에 사고력이 성숙하지 않은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에는 한계가 있다. 9살짜리 아이가 아무리 어휘력이 좋다 할지라도 촘스키의 언어학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을까?  반드시 사고가 성숙함이 선행되어야지만 그 내용을 담은 언어를 이해하고 말하고 혹은 쓰는 언어활동이 가능하다.


아이들은 추상적인 단어를 받아들일 만한 인지적인 준비가 되어있지 않기에 대학교 수준의 어휘를 받아들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인지적인 발달이 충분히 이루어진 성인은 짧은 시간 내에 깊은 수준의 내용과 어휘까지 익힐 능력을 이미 갖추고 있다. 성인은 구체적인 사물이 눈앞에 보여야 이해하는 아이들에 비해 논리적이고 추상적인 사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마고자타가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인 2년이라는 시간은 어떤 아이라도 그녀 정도의 수준으로 영어를 향상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아무리 원어민 인들 말을 뗀지 단 2년 남짓한 시간 동안 대학교 수업의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가능할 리가 없다. 성인은 추상적인 개념을 이해할 수 있는 성숙한 인지 능력 덕에 빠르게 보다 높은 수준의 언어 개념을 받아들일 수 있기에, 성인이 언어 학습에 있어서 강점을 가진 것은 분명하다.      



성인이라 더 뛰어나다: 규칙 적용력


그렇다면 적어도 어느 정도 사고가 성숙한 십 대는 성인보다 언어를 배우는 것에 월등하게 유리하지 않을까? 십 대에 비교해서도 성인이 언어학습에 유리한 점이 있음은 분명하다. 이스라엘의 하이파대학의 연구에 의하면 8세 집단, 12세 집단 그리고 성인 집단에게 문장 구조의 규칙을 알아내도록 했는데, 성인은 모든 문제에서 가장 뛰어난 성취를 보였다. 문장 안에서의 규칙이나 패턴을 알아낸 후 새로운 문장에 적용하여 창조해낼 능력이 가장 뛰어난 집단은 바로 성인이다. 즉, 아이는 수천 번의 노출을 통해 배우지만 성인은 그 안의 규칙을 익히는 것으로 언어 학습에 속도를 붙일 수 있다. 아이들이 반복하는 만큼의 시간과 노력보다 훨씬 적은 양의 지혜로운 학습으로 성인은 빠르게 외국어를 배울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셈이다.      



성인이라 더 쉽다: 동기 WHY &방법 HOW 의 자가 장착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아이캔 스피크> 에는 일흔이 넘은 나옥분 할머니가 영어를 배우기 위해 고군분투하시는 내용이다. 영화의 말미에는 나여사님께서 결국 미국 연방하원의회 공개 청문회에서 영어로 증언을 하시게 되는데, 고령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이 것이 가능하게 한 것은 타고난 재능도 족집게 과외 선생님도 아니다. 그분의 영어를 가능하게 한 것은 바로 강력한 동기이다. 나 여사님은 자신과 친구가 겪은 위안부 피해 사실을 증언하고자 하는 뚜렷한 동기가 강력한 추진체가 되었던 것이다.    


성인 학습자는 스스로에게 구체적인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는 막강한 장점이 있다. 어린 학습자는 자발적 동기보다는 부모나 교사에 의해 학습이 주도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과 대조적이다. 성인은 영어를 배우는 이유를 스스로 세우고 그 방법을 자유로이 선택하여 적용할 수 있다. 언어 학습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동기 WHY 와 방법 HOW이라는 사실을 볼 때 성인의 동기와 방법 선택의 자발성은 매우 큰 강점을 갖는다.


  

영화 <아이캔스피크>의 한 장면: 나옥분 할머니께서 청문회에서 우리말과 영어로 증언하시는 부분 (출처: 네이버)



그래도 어렵다? 


(영어 질문을 듣고)

내가 이해한 게 맞나??? 아 이 말을 할까 말까. 그럼 문장을 만들려면 주어 놓고 동사를 그 뒤고 놓고...  아 시제도 있었지. 이게 과거니까 ed를 붙이고..... 됐다 이제 한 번 애기해 볼까?

아.. 말하려던 주제가 이미 지나갔네. 말아야지 뭐. ㅠ ㅠ



영어를 말하기까지 온갖 생각을 하다가 결국 기회를 놓쳐 버리는 것은 우리들만의 고민이 아니다.  조지타운 대학교 마이클 얼면 교수는 외국인이 단어를 조합할 때는 원어민 보다 훨씬 더 넓은 범위의 뇌를 사용한다고 전했다. 구조가 완전히 다른 외국어로 문장을 만들 때는 그만큼 많은 에너지가 소요되고 이 과정에서 내가 의도한 말을 입으로 말하기 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은 외국어를 배우는 이들에게는 지극히 당연히 거치는 단계이다. 특히 언어적 구조와 문화적 배경이 판이하게 다른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이 것이 성인이면 영어를 할 수 없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마이클 얼먼 교수는 성인도 충분한 연습으로 원어민과 같이 뇌의 극히 적인 부분인 브로드만 영역 44만을 사용하는 수준에 이르는 것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성인의 특징은 언어학습에서 활용할 중요한 단서일 뿐 걸림돌은 아니다. 우리에게 남은 것은 어떻게 연습하느냐이다.




'더 이상 끌려가지 않는 한국인의 영어 독립'을 꿈꾸며 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카더라' 통신의 막연한 정보보다는 이론과 경험으로 뒷받침되는 '알면 세월을 아끼는 정보'를 공유합니다. 당신의 영어독립을 응원합니다. 다음주 토요일에는 <나는 언어에 소질이 없다?> 편에 이어 <영어독립 실현을 위한 원칙> 이 연재됩니다. 

      


* 참고문헌:

EBS 다큐프라임 <언어발달의 수수께끼>

B. Lewis(2014). Fluent in 3 Months. Collins     

Catherine de Lange. 'Age No Excuses for Failing to Learn a New Language', New Scientist, July 22, 2011.

https://sites.google.com/site/motivationataglanceischool/self-fulfilling-prophecy



써니윤의

영어독립연구소: 더 이상 끌려다니지 않는 한국인의 독립 운동 커뮤니티 

http://cafe.naver.com/englishforkoreans


 

현재까지 연재된 브런치 매거진 <언제쯤 영어를 잘 할 수 있나요> 


01유독 한국인에게 영어가 어려운 이유

02 대한민국 영어학원이 말해주지 않는 진실 

03 10년째 안트이는 말문에는 이유가 있다 

04 폴란드는 영어와 담을 쌓고 살던 나라이다

05 '무엇' 이 아닌 '어떻게' 에 답이 있다

06 코끼리 다리의 줄을 끊어버리세요

07 최소한 단기 어학연수라도 다녀와야 한다 



* <언제쯤 영어를 잘 할 수 있나요> 바로가기  매주 토요일에 연재됩니다. 

https://brunch.co.kr/magazine/englishforkorea



 소한 좋은 습관, 소질의 힘을 믿습니다 

   매일 영어를 말하면 만나는 설레는 일, 위스픽잉글리시 

http://wespeakenglis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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