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써니윤 Mar 24. 2018

단기 어학연수라도 다녀와야 한다?

비행기표에 시간과 돈을 낭비하지 않으려면 

영어를 어느 수준 이상 구사하려면 현지로 어학연수를 다녀와야 하는 것은 아닐까?

현지에 가면 영어가 원어민 수준으로 급상승 하지 않을까? 


어학연수를 가지 않으면 영어실력에 큰 구멍이 있는 것 같다며 소심 해지는 분들을 위해 나의 폴란드 생활을 공유하고자 한다.  폴란드에 오기 전에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폴란드는 아직 공산주의 아니야?” 와 함께 “4년 폴란드에 살 다오면 폴란드어쯤은 능숙해지겠어.”였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의 현실은 부끄럽기 짝이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폴란드어는 10 단어 이상을 넘어가지 못한다. 폴란드어로 말을 거는 사람에게 나는 늘 “혹시 영어를 하세요?”라고 되묻거나 애처로운 눈으로 주변에 영어를 할 만한 사람을 급히 물색해야 하는 신세가 된다. 대학교를 입학해서 졸업하기까지의 시간과 맞먹는 4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폴란드에 살았건만 도대체 나의 폴란드어 실력은 왜 아직 왕초보와 다를 바가 없는 것일까?

 

어학연수 의미는?     


현지에 살았다고 믿기지 않을 만큼 형편없는 폴란드어 실력은 나의 하루 동안의 언어생활을 찬찬히 살펴보면 그 원인을 쉽게 알 수 있다. 내 입에서 나오는 폴란드어는 하루 종일을 쳐도 한 두 문장을 넘기는 법이 없다. 그것도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정도의 문장을 반복할 뿐,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폴란드어 단어로 조합해서 만들어 내는 경우는 아예 없다. 내가 종일 듣거나 말하는 언어는 대략 60%는 영어, 나머지 40%는 한국어이다. 하루 종일 주의 깊게 듣지도, 말하지도 않으며 하다못해 단어 하나도 익히지 않는 언어를 단지 현지에 산다는 이유로 잘하게 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 폴란드에 살면서 향상된 나의 폴란드어 실력은 오로지 진 도브리('안녕하세요' 라는 뜻의 폴란드어) 발음이 나아진 것 이외에는 눈 씻고 찾아볼 수가 없다.      


본디 어학연수의 의미는 모국어 대신 목표로 하는 언어의 사용을 극대화하는 데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극대화 할 것은 언어의 사.용. 이라는 점이다. 단순히 몸만 외국에 나와 있다는 사실과 현장에 뛰어들어 외국어를 하는 것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단순히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행위가 어학을 위한 연수가 될 수 없음은 분명하다. 언어활동은 날짜 단위가 아닌 그 언어를 실제 익히고 사용한 ‘시간’으로 계산되어야만 한다. 나는 4년 동안 폴란드에 살기는 했지만 4년 간 폴란드어를 배운 것이라 할 수는 없다. 실제 내가 4년이라는 시간동안 폴란드어를 쓴 시간을 스탑 워치로 재어 다 끌어모아 더해보아도 아마도 채 2시간도 되지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다국어를 구사하는 능력으로 유명한 베니 루이스도 스페인에 6개월이나 거주하면서도 스페인어를 익히지 못한 경험담을 공유하며 어학연수는 몸이 아닌 실제로 노출된 언어생활이어야 함을 강조했다. '외국인 거품expat bubble' 이라는 말이 있다. 외국에 살면서 자국인들만 만나서 자국어만을 쓰며 사는 일종의 온실 생활을 일컫는 용어이다. 이렇게 생활한 외국인은 자국에서 생활하는 것 같이 익숙하고 편하기는 하지만, 현지어를 익힐 기회는 거의 얻지 못한 채 외국 생활을 마감하게 된다. 


 미국행 비행기가 능사는 아니다

 

영어권 나라에 살면서도 영어를 쓰지 않고 생활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내가 4년 폴란드 생활 동안 폴란드어를 전혀 배우지 못한 것처럼 영미권에서 아무리 오래 거주해도 실제로 영어를 잘하는지 여부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이다. 미국행 비행기는 결코 영어실력을 약속해 주지 못한다. 


그렇다면 반대로 우리나라에 있으면서도 얼마든지 어학연수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어학연수의 의미가 듣고 말하고 어휘를 익히는 등의 언어활동을 하는 일체의 활동이라면 국내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영국에서 현재 방영되는 드라마를 인터넷을 통해 내 방에 앉아서 볼 수 있고 실시간 콘서트를 내 손 안에서 만날 수 있다. 심지어 말하는 인공지능 앱과도 영어로 간단한 대화 정도는 할 수 있다. 오늘날은 얼마든지 국내 어학연수 환경을 연출할 수 있는 역사 이래 최적의 시대라고 단언할 수 있다.      


현지에서 쓰이는 영어를 제대로 배우기 위해서는 원어민들이 생활하는 나라에서 가서 배워야만 했었던 때도 있었다. 몇십 년 전 만해도 주말 TV 외화시리즈가 노란 머리 파란 눈의 외국인을 만날 수 있는 전부였고, 그나마도 대사는 모조리 더빙되어 있던 터라 영어로 하는 대화는 들을 수도 없었다. 외국인 친구와 주고받는 펜팔도 편지 하나를 받는데도 일주일 넘게 걸렸지만 영어로 누군가와 대화를 할 수 있는 귀한 기회였기에 그나마도 감지덕지였다. 영어권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어떤 말을 하는지 현지에 가봐야만 알 수 있던 때는 이제 흘러간 과거의 이야기이다. 지금은 어디에 있든지 실시간으로 연락을 할 수 있고, 각종 미디어를 통해 그들의 문화와 언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외국에서 제작된 비디오가 우리나라에 들어오기까지 몇 주고 몇 달이고 걸렸다는 사실도 지금은 믿기지 않을 옛말이다. 어학실력을 늘리기 위함이 목적이라면 굳이 해외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다양한 방법으로 언어에 노출되기가 가능하다.    


 

 


BTS의 랩몬스터의 영어 인터뷰를 보면 유학파로 착각할 정도이지만 순수하게 국내에서 영어를 늘린 대표적인 경우이다. 방탄소년단의 해외 인터뷰를 도맡다시피 하는 랩몬스터는 우리나라에서도 원어민의 자연스러운 영어를 익히고 또 실력을 늘려가기가 가능함을 눈으로 확인시켜준다.   

   

이유는 다른 데에 있다     


어학연수 탓을 할 수 없다면 아직 속 시원히 영어로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의 폴란드어 실력을 통해 보았듯이 언어 실력을 늘리려면 목표로 하는 외국어로 생활하는 '영어 사용시간 마일리지'를 올려야 한다. 항공 마일리지를 적립하듯 올바른 방법으로 노출하고 사용하는 영어 학습 마일리지를 차곡차곡 쌓는 것은 누구나 거 쳐야 하는 과정이다. 말하는 영어가 도대체 늘지를 않는다면 이유는 두 가지 중 하나이다. (1) 방법이 잘 못 되어 학습의 질이 낮아 효율성이 떨어지거나 혹은 (2) 아직 마일리지를 사용할 만큼 학습 양이 충분히 적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 선 장에서 밝혔듯이 한국인은 언어적인 차이와 문화적인 다름으로 인해 어느 나라 사람들보다도 영어 학습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럴수록 우리는 더욱 효과적인 방법으로 영어사용시간 마일리지를 효과적으로 적립해야 할 필요성이 간절해진다.         


언어는 외국 생활이 아닌 '노출 시간 마일리지'  적립을 통해 느는 것. (이미지 출처: 구글)

 

언어 실력을 향상하려면 질 좋은 방법으로 해당 언어에 노출되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중요한 점은 '영어사용 마일리지' 는 ‘년’ 단위가 아니라 순수하게 해당 언어를 듣고 말하며 익히는 데 사용된 ‘시간’이라는 것이다. 영어를 10년을 배웠다해도 실제로 영어에 제대로 투자한 시간의 질과 양은 사람마다 천차만별 다를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어학연수를 떠난 들 영어학원 있는 시간 이외에 여전히 자국인들과만 어울리며 외국인 거품에 머무른다면 우리나라에서 배우는 것보다 언어 학습면에서 나을 수가 없다. 

  

해외는 요술램프가 아닌 동기

     

해외 생활 기간과 영어실력 향상이 늘 비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대신 해외여행이나 외국생활은 영어 향상의 목적과 동기부여로 활용될 수 있다. 국내에서 영어를 충분히 늘려야 외국이라는 '물'을 만났을 때 마음껏 헤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중해 바다에서 즐기며 수영하기 위해서는 집 앞 수영장에서 수영을 우선 익혀야 하고, 알프스에서 스키를 즐기려면 가까운 스키장에서 적어도 초보 딱지는 떼야 세계 최고의 슬로프를 만끽할 수 있다.  

    

영어도 마찬가지이다. 외국에서 현지인과 만나고 평생 해보지 못한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이미 국내에서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 그곳까지 가서 영어학원만 오가며 국내에서도 할 수 있는 것으로만 삶을 채우는 자와 국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치로 준비한 후에 현지에서 접할 수 있는 자가 얻어가는 것은 질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는 해외에 가서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는 쪽 보다는 해외를 목적으로 국내에서 충분히 준비된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더 이상 끌려다니지 않는 한국인의 영어독립을 꿈꾸며 글을 씁니다. '카더라 통신' 대신 경험과 이론이 뒷받침된 내용으로 '알면 세월을 아껴주는 영어학습 방법' 을 공유합니다. 

한국인이 영어를 어려워하는 원인을 살펴본 후, 우리가 가진 영어에 대한 잘못된 믿음을 파헤쳐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성인이 되어 영어를 배우는 것은 한계가 있다>, <나는 영어에 소질이 없다> 에 이어 <영어독립 실천을 위한 4원칙> 이 연재됩니다. 

당신의 영어독립을 응원합니다. 


 영어독립연구소 네이버 카페: 

보다 많이 드리기 위한 공간이 마련되는 중입니다.  

http://cafe.naver.com/englishforkoreans







* <언제쯤 영어를 잘 할 수 있나요> 매거진 전체 목차 

https://brunch.co.kr/magazine/englishforkorea#articles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