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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윤 Apr 07. 2018

재능이 없는 것 같은데 영어를 포기해야 할까요?

저도 재능의 함정에 빠졌었답니다

  폴란드인 마리아나는 자국어 이외에 네덜란드어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조금 할 줄 아는 정도가 아니라 동시통역이 가능할 정도로 자유자재로 소통을 할 수 있는 수준급이다. 이 정도면 어릴 때부터 해외 경험을 했거나 혹은 금수저 부모님 덕에 조기 외국어 교육을 받았는지 의심이 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시골에서 자라서 해외 경험은커녕 특별한 교육을 받은 적도 없다. 그렇다면 마리아나는 타고난 언어천재일까?   


일상적인 말하기는 재능이 아니라는 증거 

  

 놀랍게도 많은 연구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50% 이상이 두 개 이상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려 반 수 이상의 사람들이 이중 언어자라니 단일 언어를 사용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믿기지 않을 사실이다. 스위스나 벨기에, 혹은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에서는 두 개 이상의 언어가 국어로 지정되어 있고, 캐나다의 퀘벡, 스페인의 카탈루냐도 그러하다. 인도는 5개의 언어를 사용하는 지역도 있으며 중국도 북경어를 공통어로 하면서 각 지역어를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성원 전체가 이중 언어를 구사하는 나라가 있다면 언어능력은 특정 개인의 재능이라고 보기 어렵다. 게다가 변호사나 아나운서 수준 혹은 또래의 일반적인 언어능력을 훨씬 상회하는 능력이 아닌 일반적인 의사소통 정도라면 언어능력은 모든 인간에게 선물로 주어진 능력이다. MIT 의 언어학 교수인 노엄 촘스키도 동물과 달리 모든 인간은 언어 습득 장치(LAD:Language Aquisiton Device)를 타고난다고 주장했으니, 언어는 누구나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 배울 수 있는 인간의 보편적인 특징이라고 보는 편이 옳다. 




그렇다면 재능이란? 


   그러면 왜 누군가는 언어를 더 쉽고 빠르게 배우는 것처럼 보이는 걸까? 재능처럼 보이는 것도 실은 심층적인 연습의 결과라는 사실이 최근 연구의 흐름이다. 네덜란드 심리학자인 드 그루트는 는 선천적인 재능이 이라는 바탕이 있어야 일정 수준 이상으로 향상할 수 있다는 일반적인 통념을 반박한다. 그는 체스 달인들을 연구하면서 이들이 일반인에 비해서 체스판 위의 말의 위치를 일반 선수보다 4-5배 더 정확히 기억해 내는 능력이 있음을 발견했다. 이 부분만 보면 체스 달인은 타고난 감각이 이미 있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또 다른 실험을 진행했다. 체스게임의 패턴 대신 무작위로 말을 배열한 후 체스 달인들에게 다시 실험하였더니 체스 달인들의 결과는 평범한 선수에 비해서 뛰어나지 않았다. 심지어 평범한 체스 선수보다 못한 결과를 보인 달인도 있었다. 이들은 능력은 오로지 체스판 위에서만 발휘되었다. 뛰어난 체스 선수들은 결코 일반적인 기억력 따위는 갖추고 있지 않았고 오로지 훈련된 한정된 분야인 체스에서만 두각을 나타냈다. 체스 게임이라는 맥락이 사라지자 그들의 재능 또한 일순간 증발했다. 재능을 타고난 것처럼 보이는 체스 달인들의 실력은 연습을 통해 체스 패턴을 신속하게 인식하는 법을 훈련한 결과라는 것이다.


 <탤런트 코드>의 저자 대니얼 코일은 ‘재능이 운명처럼 보일지라도, 자주 동작을 반복하면 마침내 완전히 능숙해진다.’며 재능이 선천이 아닌 후천적인 노력의 결과임을 강조했다. 또한 <연습으로 완벽 해지기 Practice Perfect>를 쓴 레모브도 ‘재능은 바르게 훈련하는 습관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정의했다. 우리가 천재로 알고 있는 많은 대가들의 실상은 질적으로 다른 연습을 집요하게 반복한 이들이다. <마스터리의 법칙>을 쓴 로버트 그린도 모차르트는 5세부터 작곡을 한 천재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10년 이상의 연습 후에야 우리에게 알려진 음악이 창조되기 시작한 사실을 들며 신이 내린 천재는 타고난 천재는 존재하지 않음을 밝혔다. 


 우리는 흔히 재능이 적은 노력으로 많이 성취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선천적인 재능 덕이라고 오해받는 탁월한 성과의 실체는 질 좋은 효과적인 심층 연습을 반복한 결과물이다. 코일은 재능이란 특정 영역을 원래 잘하도록 만들어진 컴퓨터 칩이 아니라, 강박적으로 심층 연습에 몰두할 수 있는 능력임을 강조하면서 모든 능력은 똑같은 메커니즘을 사용한다고 못 박았다. 밑바닥에서 올려다보면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우월해 보이는 그들도 처음 시작은 우리와 다를 바가 없었으나 연습과정을 통해 달인의 수준에 이르렀음을 밝히고 있다.      



 전체의 과반수 이상의 사람들이 이중 언어자라는 사실은 의사소통 수준의 언어능력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능력임을 말해준다. 또한 어떤 분야이든 대가는 선천적인 재능보다 끈질기게 효과적인 연습을 반복하여 이룬 이라는 점을 볼 때, 우리가 재능을 탓하며 주저앉을 수는 없음은 자명하다. 단지 한국인은 단일 언어문화에다 우리말이 언어적 문화적으로 영어와 워낙 간극이 크기에 시간이 조금 더 걸릴 뿐이다. 영어로 소통하기는 충분히 오를 수 있는 산이다.  


믿음의 차이가 '재능 신화'를 만든다 

 재능이 없어서 영어가 도저히 안 늘 것 같다는 생각은 자기 충족적 예언의 악순환의 시작일 뿐 사실이 아니다. 나는 능력이 없다는 믿음은 무의식적으로 노력의 강도를 낮춘다. 적당히 때우는 정도의 행동은 다시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낳고, 이에 힘이 빠지고 나면 다시 ‘난 역시 안 돼’라는 믿음에 힘을 싣게 된다. 




 부끄럽지만 나도 언어에 재능이 있는 줄 착각한 적이 있었다. 모르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야심만만하게 불어, 중국어, 영어까지 외국어 삼종을 한꺼번에 수강신청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방학 내내 불어 문법 특강 수업까지 등록해가며 착실히 공부했건만 여전히 수업시간에는 질문이 나에게 떨어지지나 않을까 조마조마해야 하는 신세였고,  시작한 지 1년이 지나도록 간단한 문장도 내 입에서 내뱉지 못하고 쩔쩔맸다. 중국어는 몇 날 밤을 새 가며 공부했음에도 어마어마한 단어 암기량에 질려서 몇 달만에 결국 중도 포기하고 말았다. 내가 스스로 재능이 있다고 생각한 것은 완벽한 오해였다. 


 나를 움직인 힘은 결코 재능이 아니었다. 타고난 재능으로 영어를 늘렸다면 나는 영어 이외에 다른 외국어에도 쉽게 능통해져야 마땅하다. 돌이켜 보면 내가 영어를 대하는 방법과 흑역사의 불어, 중국어, 그리고 폴란드어를 접했던 방식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이 둘 간의 차이를 이론적 근거와 함께 살펴보며 언어 학습의 원리를 살펴보고자 한다. 




더 이상 끌려다니지 않는 '한국인의 영어 독립'을 꿈꾸며 글을 씁니다. 한국인에게 영어가 어렵게 다가왔던 이유와 영어에 얽힌 흔한 오해를 풀어보았습니다.  서론이 길었던 이유는 그만큼 생각이 지배하는 힘이 크기 때문입니다. 다음 주에는 <영어 독립 실현을 위한 4원칙 1편> 이 실립니다. 


그간의 여정을 함께 해 주시며 응원해 주신 한분 한분께 깊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댓글로 말씀 나눠주신 분들, 구독해 주신 분, 어떤 흔적이든 남겨주신 분들께는 더욱더 감사드려요. 온라인 상의 공간에서 오로지 사명감으로만 하는 일인지라 사람인 저도 외로울 때도 있었지만,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신 분께서 정말 큰 힘을 주셨답니다. 


그분들께 보답하는 마음으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제 언어 학습의 흑역사를 담아 언어 학습의 원리를 풀어가려고 합니다. 저의 시행착오를 보시고 꽃길로만 가시라는 마음을 담아 적습니다. 


늘 감사드리며 진심 담아 응원합니다. 



* 위클리 매거진 <언제쯤 영어를 잘할 수 있나요> 전체 목차 

https://brunch.co.kr/magazine/englishforkorea




 소한 좋은 습관, 소질의 힘을 믿습니다 

   매일 영어를 말하면 만나는 설레는 일, 위스픽잉글리시 

http://wespeakenglis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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