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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윤 Apr 21. 2018

영어 회화를 늘리려면 회화책 부터 시작해야 하나요?

두 번째 원칙: E 

 (지난 주에 이어서 우리가 알아야 할 영어학습의 원칙 그 두 번째 글입니다. )


영어를 어떻게 늘려야 할지 모르는 막막한 마음에 결국 선택하게 되는 것이 바로 시중에 나와 있는 영어 회화책이다. 말하기를 가르쳐준다는 회화책, 과연 회화를 늘릴 수 있을까?


 "연습하면 늘어."라는 조언은 어느 정도 그 분야에서 성공을 경험한 이들에게는 매우 단순한 진리이지만, 무언가를 배우려고 시작하는 이들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조언이다. 연습의 의미가 너무도 광범위하고도 막연하기 때문이다. 영어를 늘리는 일도 예외가 아니다. 글을 보면 아는데 도대체 말문은 열리지 않아 답답해하며 원어민 선생님에게 호소했더니 “연습하면 돼.”라는 말이 돌아왔다며 울분을 터트리는 본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연습의 첫 단추: 바른 입력 


  각 분야의 대가들이 가진 훈련의 비결을 연구한 <완벽하게 연습하라 Practice Perfect>의 저자 레모브는 바른 연습의 첫 번째 조건으로 바르게 입력하라고 강조한다. 축구를 배우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축구 드리블의 대가의 움직임을 접하는 것이다. 축구를 책으로 배울 수는 없다. 제대로 늘리는 지름길 연습법의 첫 단추로 성공적으로 코딩 하기 즉 '배워야 할 내용과 직결되는 내용으로 입력하기'를 꼽았다. 축구하는 법을 배우려면 글이 아닌 축구를 하는 모습을 직접 관찰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영어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공부는 자고로 책으로 하는 것? 

 플롯 소리와 피아노의 음색을 글로 배워서 구별해 낼 수 있을까? 아무리 뛰어난 문인이 묘사한 글을 읽어도, 아무리 저명한 논문을 정독한다 해도 그 고유한 악기의 소리를 글을 통해 알 수는 없다. 우리가 악기의 소리를 구별하고 전화 목소리를 듣고 누구인지 알아챌 수 있는 이유는 그 음성을 그 악기의 소리를 들어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소리는 소리를 직접 듣는 것으로만 배울 수 있다.     

 

진짜로 안 들렸던 것이다 

  우리의 ‘안 들린다.’는 한탄은 푸념이 아닌 사실이다. 프랑스의 이비인후과 의사인 알프레드 토마티 박사는 과학적으로 증명해주었다. 각 언어의 소리마다 고유의 소리 주파수가 있어서 일정 나이가 지나면 모국어의 주파수만을 의미 있는 소리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이는 세상의 온갖 소리 중 모국어에 효율적으로 집중하기 위해 발달된 기제이지만 영어를 배우는 우리에게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한국인은 영어의 소리를 의미 있는 언어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영어가 더 이상 ‘소음’으로 분리수거되지 않고 내 귀에 걸러 이해할 수 있는 ‘언어’ 로 분류되기 위해서는 글이 아닌 소리를 최우선 순위에 두어야 한다.  




 

공부란 자고로 글로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우리가 영어 소리를 익숙하게 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나도 결국 말하기를 제대로 배우지 못했던 외국어의 실패 원인은 소리 없이 오로지 '책만' 팠다는 공통점이 있다. 글을 열심히 보다 보면 소리는 자연스럽게 언젠가 터득이 되리라고 믿었지만 이것은 완벽한 착각이었다. 특히 영어의 소리는 우리말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 오죽하면 milk는 ‘미역’으로 말해야 상대방이 알아듣는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있을까. 언어 학습은 반드시 소리에서 시작해야만 한다. 특히 영어와 소리의 스펙트럼 자체가 다른 한국어를 쓰는 우리는 영어를 ‘글자’ 필터링을 거치지 않은 ‘소리’로 배워야만 한다. 


 회화책 주제로 다시 돌아가 보자. 회화책은 아무리 ‘회화’ 라 해도 ‘책’ 즉, 글로 된 내용이다. 우리가 영어의 소리를 언어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영어 소리를 입력하는 의식적인 노력이 반복되어야만 한다. 첼로 소리를 글로 배울 수 없는 것처럼, 글로 배우면서 서로 다른 주파수의 언어를 귀에 익숙하게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영원히 유창하라 fluent forever>의 저자 와이너도 언어 습득의 방법과 원리를 소개하면서 소리로 배우기는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라고 강조한다.  


 입력할 영어의 조건 1: 소리가 먼저다

 

소리와 연애는 글로 배울 수 없다. 내 귀로 이해하고 내 입으로 말하는 영어를 배우려면 가장 우선순위를 둘 코딩 내용은 ‘소리’가 되고, 글은 소리를 확인하는 보조수단으로 쓰는 것이 옳다. 게다가 영어의 글은 소리를 뚜렷이 대표하기에는 구조적인 어려움이 있기에 더더욱 영어를 배우는 우리는 소리로 배워야만 한다.     


   


입력할 영어의 조건 2 : 실제 쓰이는 생영어 


집이 서울이에요? 가 영어로 뭘까요 

음.. Is your home in Seoul?   


Is your home in Seoul 은 문법적으로 보았을 때 문제가 전혀 없다. 틀릴 것이 없어 보이는 표현이다. 하지만 실제로 원어민은 이런 문장을 쓰지 않는다는 사실에 함정이 있다. 대신 이들은 Do you live in Seoul?이라고 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기에는 그들과 우리의 사고방식의 차이가 담겨있다.    

  

언어는 단지 말이 아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실험을 보자. 다음의 그림을 보고 가장 먼저 무엇이 보이는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보통 이렇게 답을 했다.  

    

“어항 속 장식용 돌 여러 개와 풀이 보인다.”     


하지만 놀랍게도 같은 그림을 본 영어권 사람들의 관점을 우리와 좀 달랐다. “     


“열대어와 혼자 떨어져 있는 게가 있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체 상황과 배경을 중심으로 인식하고 영어권 사람들은 물고기라는 개체의 특징을 부각하여서 설명하는 경향이 있다. 

같은 그림을 보고 서로 다른 묘사를 하는 문화권 간의 관점의 차이를 볼 수 있다.  <출처: EBS 다큐멘터리: 한국인과 영어> 




 문화권에 따라 사고방식이 다르다는 또 다른 증거가 있다. ‘이 사람의 사진을 찍으세요.’라는 요청에 미국인들은 인물 얼굴을 가까이 당겨서 찍는 반면 일본인들은 주변 배경을 포함한 전신사진을 촬영했다. 


<출처: E. Meyer(2014)The Culture Map>





 배경과 상황을 중시하는 접근 방식을 장 의존적 사고, 이와 반대로 개체적인 특징을 강조하는 관점을 장독립 적 사고라고 한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대표적인 장 의존적 사고 문화이고 영어 문화권의 나라는 장독립 적 사고가 일반적이다. 이처럼 장 의존적 사고 문화인 우리나라와 일본과 장독립적인 영어권 사람들은 세상을 보는 관점 자체가 다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러한 사고방식의 차이가 언어생활에도 직접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우리와 영어권 사람들이 자기 소개하는 내용을 분석해 보면, 사고방식의 차이가 어떻게 언어에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인: 제 이름은 칼스 버니입니다. 호주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는 대학 2학년 학생입니다. 

한국인: 이름은 양성영이고요. 우리 집은 부모님, 동생 한 명 부모님은 교사시고요.   

                                                                                                                        <자료출처: EBS 한국인과 영어> 

   

영어권 사람은 자기 자신, 즉 개체의 특징을 중심으로 설명하는 반면, 한국인은 자신이 속한 집단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설명하려는 경향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른 관점은 다른 언어 표현 방식을 부른다.  ‘당신의 집은 서울입니까? Is your home in Seoul?’ 은 '당신의  your home'이라는 상황을 중시하는 사고를 뿌리에 두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개체 위주의 장독립적인 방식으로는 집이 아닌 당신you 가 중심이 되는 문장이 나온다.  여기서 강조하는 것은 단순히 문법에 끼워 맞추어 겨우 말만 만드는 영어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특히나 문화적 차이와 사고방식이 다른 한국인은 문화적 차이를 담은 ‘그들이 쓰는 생영어’로 배워야만 한다. 문화를 배제하고 겨우 말만 만든 문장으로는 초보 단계를 넘어가기 어렵다. 


 우리는 이제 글보다는 소리로, 끼워 맞춘 문장보다는 실제로 쓰이는 말로 '써먹는 영어'를 입력해야 한다.  문화의 우열 문제가 아니다.  온전히 소통하는 언어를 배우기 위해서이다. 이제부터 우리가 입력해야 할 영어의 조건은 '실제 쓰이는 생영어 소리를 귀로 익히기' 이다. 책 속에서만 존재하는 갇혀있는 영어는 이제부터 작별할 때이다.      



이렇게 적용했어요  

영어의 소리를 찾아서 

처음에는 글로 열심히 공부했지요. 하지만 우연히 외국인의 영어 소리를 듣고 나서는 충격에 빠졌지요. 같은 단어, 똑같은 문장인데도 소리가 완벽하게 달랐기 때문이에요. 왜 내 영어와 그들의 영어는 다르지? 의 관건은 '소리' 였어요. 

 

 그때부터 소리에 집착하기 시작했습니다. 라디오 영어방송을 매일 테이프에 녹음해서 하루 종일 귀로 듣고 그중 몇 문장을 내가 소리 내어 말하기를 반복했어요. 내 목소리를 녹음해서 원어민 소리와 비교해 보기도 했지요. 내 소리를 그들 소리처럼 만드는 것이 목표였어요. 팝송도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멜로디 덕에 기억하고 종일 흥얼거리기 쉬웠기 때문이지요. 나중에 알게 된 내용이지만 마치 말하는 소리와 흡사하도록 가사에 맞는 음의 높낮이와 리듬을 붙여 만드는 노래도 많아요. 


             

* 참고문헌 

자료 출처: EBS 다큐멘터리 한국인과 영어 <두 언어의 심리적 차이> 

D.Lemov, E.Woolway &K.Yezzi(2012). Practice Perfect. Jossey-Bass

E. Meyer(2014). The Culture Map. Public Affairs. 

R. Roberts & R. Kreuz(2015). Becoming Fluent. MIT Press

중앙일보

http://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5780593&memberNo=11880830&vType=VERTICAL          





더 이상 끌려다니지 않는 한국인의 영어독립을 꿈꾸며 글을 씁니다. 경험과 이론으로 탄탄히 뒷받침 된 알면 세월을 아껴주는 방법을 공유합니다. 한국인에게 영어를 어려운 이유를 진단하고 영어에 대해 우리가 흔히 했던 오해를 푸는 과정을 나눴습니다. 현재는 영어를 배우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3대 원칙에 대한 내용을 연재중입니다. 



* 브런치 위클리 매거진 <언제쯤 영어를 잘 할 수 있나요>

https://brunch.co.kr/magazine/englishforkorea



* <영어독립연구소 카페> 에서 무료로 더 많이 드립니다. 

http://cafe.naver.com/englishforkore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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