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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윤 Apr 28. 2018

영어를 막상 쓸 때가 되면 기억이 안나요   

영어학습의 원칙 3: B 뇌에 탑재하기  

   브런치 위클리 매거진 <언제쯤 영어를 잘할 수 있나요> 연재 중, 언어 습득의 원칙 그 세 번째 내용입니다.



내가 뭘 배웠는지 도대체 기억이 안 나요

 

 "실컷 외웠는데, 기억이 안 난다."며 탓하게 되는 망각은 사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진 특성이다. 하지만 생영어 소리로 입력(1원칙)을 하고 떠올려서 말하며 훈련(2원칙) 한 내용이 적재적소에 내 입에서 나와야 비로소 학습의 의미가 있을진대 자꾸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사태는 우리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망각, 즉 기억에서 끄집어낼 수 없는 현상을 연구한 이는 독일의 심리학자 헤르만 에빙하우스가 대표적이다. 그는 평생에 걸쳐 자기 자신을 대상으로 기억에 대한 실험을 하여 선구자적인 업적을 남겼다. 무의미한 알파벳의 조합을 외운 후 떠올리기 recall는 방식으로 기억할 수 있는 양과 그 기억의 지속시간을 측정하여 나온 결과가 바로 ‘망각 곡선’으로 알려진 다음의 표이다.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사진출처: wikipedia)


           

  빨간색 선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망각은 배운 직후에 가장 빠르게 이루어진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오늘 아침에 외운 내용은 잘 때쯤이면 이미 33%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다. 이 말은 곧 배운 즉시 자주 반복할수록 적은 노력으로 더 많은 기억을 붙들어 둘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루고 이틀이고 시간이 흘러버리면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은 나만의 어려움이 아니다. 망각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현상이므로 우리는 이제  망각을 탓할 것이 아니라 이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벼락치기보다 가랑비식 반복

 

 에빙하우스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몰아놨다가 한꺼번에 공부하는 것보다 배운 직후에 조금씩 반복하는 쪽이 훨씬 효율이 좋은 방법이다. 우리가 중간고사 시험을 준비할 때 배운 지 한 달여 간이 지나서 다시 배운 내용을 들여다보면 기억에 거의 남아있지 않은 것은 우리가 인간이라는 증거일 뿐 머리가 나쁘다는 뜻이 될 수는 없다. 심리학자 에빙하우스를 비롯하여 사람이라면 누구나 망각하기 때문이다. 관건은 이 망각의 패턴을 이용하여 기억 끌어올리는 방법을 아는 것이다. 시험 전날 마냥 밤을 새우며 열심히 하는 것만이 최선은 아니다. 게으르고 똑똑하게 기억을 붙드는 방법은 학습 한 지 하루 이내에 자주 반복하는 것이다. 며칠이 흐른 뒤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몰아서 공부하는 것보다 단 몇 분이라도 배운 직후에 떠올려 반복하는 쪽이 적은 노력으로 애써 배운 내용을 기억에 잡아둘 수 있는 가성비 좋은 방법이다.



가성비가 좋은 학습은 벼락치기 보다 가랑비 반복이다 (사진출처: 구글)



학습하는 양이 많을수록 더욱 조금씩 자주 반복하는 가랑비 전략을 이용해야 한다. 특히 오랫동안 한 가지를 붙들고 있을 시간을 내기 힘든 성인일수록 가랑비 반복의 효과를 최대한 누려야 한다. 자주 짧게 반복한 것이 시간이 흐른 후에 긴 시간을 들여서 다시 들여다보는 것보다 시간 투자 대비 효과가 월등히 높다.      



반복은 계속되어야 한다

 

무려 16개 국어를 구사하는 통역사인 롬브 커토가 쓴 <언어 공부>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언어는 날마다 그리고 한주도 안 거르고 집중적인 노력을 해야만 쏟은 시간이 날아가 버리지 않는다.’ 이리 많은 언어를 통달한 사람이라면 손쉽게 언어를 배워버릴 묘안이 있을 법도 한데 그가 강조한 내용은 다름 아닌 날마다 지속적으로 노력하기였다. 


 심지어 모국어도 오랫동안 쓰지 않으면 적절한 단어가 기억나지 않는 분야, 즉 지속적인 반복이 필요한 것이 바로 언어이다. 심지어 현지에 10년 이상 거주하며 20년 이상 공부했던 언어라 할지라도 실력을 유지하려면 반복을 지속하는 것 밖에는 왕도가 없다는 고백은 언어를 배우는 이라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사실이다.


 특히 우리말과 외계어만큼이나 간극이 큰 영어를 배우는 영어를 배우는 한국인은 영어와 유사한 언어를 모국어로 쓰는 유럽인들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학습량을 소화해야 한다. 문장을 계산하는데 시간을 소요하느라 대화의 기회를 놓치게 되는 이유도 바로 한국어와 영어의 구조가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은 올바른 방향의 학습을 반복하는 것뿐이다. 교재보다 어떠한 명강사보다 중요한 것은 배운 내용을 소화하여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반복은 언어 학습의 3대 원칙에서 뺄 수 없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어떻게 반복할 것인가


 망각곡선을 언어 학습에 적용하여 반복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첫 번째는 새로운 내용을 익히기를 오전에 하는 것이다. 망각곡선에 의하면 배운 직후 9시간 동안 망각이 급속하게 진행된다. 학습 직후 9시간 동안 최대한 자주 반복시켜서 망각이 급경사로 떨어지지 않도록 끌어올려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종일 반복할 시간이 주어지는 오전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두 번째는 상상놀이를 활용하는 것이다. 다행히도 언어 학습은 반드시 책상에 앉아서 할 필요가 없다. 오늘 익힐 문장을 듣는 일, 떠올려 말하는 것은 이동 중에도 친구를 기다리는 약속 장소에서도 가능하다. 또 반드시 한두 시간을 통으로 떼어놓아 고시 공부하듯이 할 필요도 없다. 자주 듣고 자주 떠올려 반복하는 편이 오히려 2시간을 내리 앉아 공부하고 반복하지 않는 것보다 더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상상놀이를 제안한다.


 상상놀이란 오늘 배운 표현을 써먹을 수 있는 상황을 상상하며 배운 문장을 떠올리는 것을 말한다. ‘마음 조각하기’ 로 알려져 있는 이 기법은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가 썼던 방법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출발대에서 느끼는 감정, 총소리가 들리는 그 순간, 물에 몸이 들어갈 때의 감각 등등 경기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일을 생생하게 상상했고, 결국 그는 베이징 올림픽 역사상 단일 종목 개인 최다 금메달을 따냈다.



상상놀이는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어학연수 효과를 누리며 반복하는 방법이다. 수영선수 마이클 펠프스 처럼 말이다. (그림출처: 구글)




 두뇌 재활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이안 로버트슨에 따르면 뇌는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다. 오감으로 느끼며 어떤 일을 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뇌의 화학적 조성이 바뀌고, 충분한 연습이 동반되면 새로운 패턴이 만들어져 운동이나 언어를 숙달할 수 있다.  우리도 펠프스가 썼던 방법, 즉 상상놀이를 언어 학습에 활용할 수 있다. 내가 꿈꾸는 그곳에서 내가 익힌 영어 문장을 자연스럽게 말하는 장면을 생생하게 상상하며 내 입으로 떠올려 말하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상상놀이는 일종의 어학연수 효과를 겸비한 반복의 방법이다. 실제 내가 그 문장을 활용할 상황을 상상하며 배운 영어를 훗날 꺼내어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펠프스가 경기장에서의 일거수 일투족을 상상하며 훈련 했듯이 말이다.      



이렇게 적용했어요


매일 아침 6시에 이동중에 영어방송을 듣고 소리로 외울 문장을 정해 하루종일 입으로 소리내어 떠올리며 반복했어요. 책을 들고다닐 필요가 없기에 이동 중에도 심지어 친구와의 대화중에도 이럴때 써먹으면 되겠다고 시시 때때로 머릿속으로 또 입으로 반복했지요. 상상놀이도 유용했어요. 영화속에서 본 뉴욕 맨하탄의 배경을 떠올리며 친구와 대화하며 길을 걷는 장면을 상상했어요. 주고 받는 대화 내용을 상상하다보니 배운 문장을 더욱 잘 기억해서 써먹고 싶고 더 많은 표현을 배우고 싶은 동기도 상승했어요.


반면 불어는 수업시간은 정말 열심히 집중해서 들었지만, 책을 덮는 순간 다시는 돌아보지도 생각하지도 않았어요. 단 시험 치기 전날만 벼락치기로 들여다 봤을 뿐 시험이 지나면 다시 수업에서만 만나는 언어로 되돌아갔지요. 결국 집중 코스 수업이 끝나서도 불어로 문장 하나 기억해서 말하기 어려운 수준에 머물러 있었죠. 느는 게 보이질 않으니 재미를 붙이기도 어려웠던 건 당연했지요.






  


참고문헌     

* 로버트 마우어 지음, 장원철 옮김(2004, 2014). 아주 작은 반복의 힘. 스몰 빅라이프.

* 롬브 커토 지음, 신견식 옮김(1995, 2017). 언어 공부. 바다출판사.

* wikipedia

Hermann Ebbinghaus

https://en.wikipedia.org/wiki/Hermann_Ebbinghaus    




더 이상 끌려다니지 않는 한국인의 영어 독립을 꿈꾼 매주 토요일  <언제쯤 영어를 잘할 수 있을까요>의 12주 간의 여정을 마칩니다  함께 그 길을 걸어주신 구독자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특히 댓글로 소통해주신 한분 한분들께서 힘을 실어주신 덕에 짧지 않은 여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답니다. 이 글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불어넣어주신 사랑하는 폴란드 교민 분들께도 무한 감사드립니다. 멋진 기회를 주신 브런치 관계자 분들께도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브런치 위클리 매거진은 저에게 잊지 못할 경험이었답니다.

한국인을 위한 영어 독립운동은 오늘이 마지막이 아닌 또 다른 시작입니다. 말씀드린 언어 습득의 원칙과 방법을 이미 실행하시며 꿈을 이뤄가시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이 분들을 보며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의미와 보람을 느끼며 소통과 도움을 이어갑니다.

저의 브런치와 영독 소 카페에서 만남과 나눔은 이어집니다. 영어 독립의 꿈을 이루실 당신을 응원합니다.


방향성을 가지고 하나씩 풀어가는 내용이라, 본 내용만 보시기 보다는 매거진 전체 내용과 카페 칼럼을 보시면 이해에 도움이 되실 거에요.



토요 매거진 <언제쯤 영어를 잘 할 수 있나요>

https://brunch.co.kr/magazine/englishforkorea


영독소: 영어독립연구소 카페에서 더 많이 나눕니다.

http://cafe.naver.com/englishforkore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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