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H독서브런치114
대학 영어학 전공 과정 중 영어구문론(Syntax) 시간에 중의성(ambiguity)에 대해 공부했던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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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하기에 따라 서로 다른 두 가지 이상의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경우를 분석하고 이를 회피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주로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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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기말고사에서 비중 있는 문제로 나오기도 했던 중의성 해결 문제는 그때까지만 해도 '시험 변별력을 위한 문제'로만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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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실생활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지만 '틀리기 쉬우니까 낸 문제', '변별하기 위해 낸 문제' 정도로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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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회 생활을 하다보니, '애매하게 말하는 것의 위험성' 즉 중의적인 표현은 생각보다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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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업무 담당자간 커뮤니케이션이 반드시 필요하고, 커뮤니케이션 상황에서 가장 위험한 것 중 하나는 '각자 다르게 이해하는 상황'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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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심각하게는 중의적 표현을 상대방이 본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자의적으로 해석할 경우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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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중의성 해결'은 시험 문제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제 생활에서도 아주 중요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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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중의성 해결은 '이런 표현은 누군가에게 이렇게도 읽힐 수 있지 않을까?'라는 검증 과정을 반복할 때 해결의 실마리가 있는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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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것은 다양한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연습이 도움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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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철학이란 쉬운 것을 어렵게 말하는 담론이 아니라 가능하면 모든 선입견에서 해방되어 모든 문제나 현상들을 있는 그대로 보고, 모든 문제들을 논리적으로 정연하게 풀며, 모든 사유를 가능하면 가능한 만큼 열린 마음으로 투명하게 해보려는 마음의 태도이며 탐구자세이다." (박이문 인문학 읽기: 당신에겐 철학이 있습니까?, 박이문, 미다스북스)라는 점을 생각할 때 철학 공부도 도움이 될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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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때에 따라 중의성, 애매함을 잘 설계하였을 때는 '일이 잘못되었을 때 빠져나갈 구멍'이 될 수 있고, 웃음의 근원이 될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무조건 해결해야 할 대상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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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중의성과 애매함을 잘 알고 이를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듯한 태도 즉, 상황에 따라 중의성을 해결하고 때로는 중의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태도를 지향하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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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