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H독서브런치083 [종교가 계속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에서 인간은 누구나 설명이 필요한 인생의 순간을 마주하게 마련이고, 종교적 설명은 그 순간을 납득하게 해준다는 측면에서 첨단 과학의 시대에도 종교는 사라지기 힘들지 않을까 하고 쓴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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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종교는 "자칫하면 항상 작고 무작위적이고 사적인 순간으로만 남을 수 있는 일에 규모와 일관성과 사회적인 힘을" 줄 수 있으며, "우리에게 특별한 날들을 부여하며, 우리는 그날들의 위장망 아래에서 각자의 위험한 감정을 처리할 수 있다. 종교는 낭독할 대사와 부를 노래를 우리에게 제공하고, 그 도중에 우리 영혼의 불안한 영역 너머로 우리를 데려가" 줄 수 있다는 것이죠.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 알랭 드 보통, 청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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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측면은 이미 일어난 일 즉 과거 사건에 대한 설명과 감정적 위안이라는 측면에서 종교가 계속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의 '과거 지향적 측면'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번에는 '미래 지향적 측면'에서 생각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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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이것이 해결 가능한 문제인지 그렇지 않은 문제인지 조차 불확실할 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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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 "누군가 이 문제를 해결했다는 사실" 자체가 그 문제 해결의 매우 큰 힌트가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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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최근 한국형 우주 발사체 누리호의 발사가 있었고 최종적으로 실패하긴 했지만, 한국 우주 발사체 기술에서 큰 진전이 있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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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도 우주 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한국 연구진들에게 "우주 발사체 기술을 보유한 6개 나라가 있다"는 사실은 어쩌면 그들에게 "이게 결국 성공할 수 있는 거긴 하구나"는 희망과 확신을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큰 동기부여와 힘이 되지 않았을까요?
(그런 측면에서 레퍼런스 없이 최초의 우주 발사체 기술을 개발한 연구진들은 더 대단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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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과거의 성공 사례, 해결 사례가 없는 상황에서는 종교적 믿음이 그 자리를 채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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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으로 확인된 성공 사례가 없는 상황에서 개인의 주관적 종교적 체험으로 '이 문제는 결국 해결될 것이다'는 믿음을 굳게 가질 수 있을 것이고 이는 '누군가 이 문제를 해결했다는 사실'과 동등한 역할을 할 수도 있겠다 싶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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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실제로 누군가 그 믿음을 바탕으로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해낸다면 그 사람의 종교에 대한 믿음은 더욱 강화될 것이고, 주변 사람들은 그를 보며 본인의 신앙심을 가다듬을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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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을 바탕으로 한 성공은 누구나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믿음을 바탕으로 성공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믿음이 부족했다"거나 "끈기가 부족했다" 등과 같은 설명이 붙을 수 있기 때문에 "믿음을 바탕으로 한 성공"은 계속해서 변호될 수 있는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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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은 제가 믿음의 효과와 그로 인한 종교가 사라지지 않을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해보고자 한 것이며, 종교의 진리성을 부정한 것은 아니니 종교를 가진 분들에게 불편한 글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