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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H Jul 05. 2022

명백한 운명, 누리호 그리고 종교적 믿음

#PSH독서브런치188

사진 = 뉴스1


1. 미국 민주당 기관지 『데모크러틱 리뷰(Democratic Review)』 편집자 존 오설리번(John L. O'Sullivan)은 1845년 미국의 텍사스 합병을 앞두고 "해마다 늘어나는 수백만 인구의 자유로운 발전을 위하여 신께서 우리에게 할당해주신 대륙으로 뻗어나가는 것은 우리의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이다"라고 썼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명백한 운명은 19세기 중엽 미국의 팽창주의를 상징하는 표현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하죠. (이민용, 2010) 그리고 권지은(2017) 교수는 이러한 정신이 20세기에 이르러 "명백한 운명은 미국 자유민주주의 혹은 자유무역 시장 확보와 같은 ‘미국적 정신’을 내세워 자국의 정치·경제·군사적 이득을 꾀했"으며, "미국정신의 확산과 유지가 곧 국가의 숭고한 임무라는 믿음에 정초한 20세기의 명백한 운명은 냉전 시대를 통해 극대화되었다"고 말했습니다. 나무위키에서는 명백한 운명을 "미국인은 신세계에 기독교(프로테스탄티즘)와 민주정을 전파하기 위해 하늘이 내려 준 사명을 띠며, 따라서 미국은 적극적으로 세력을 확장해야 한다"는 믿음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미국인이 실제로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사명을 지니고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현재 최강대국이 될 수 있었던 데에 이러한 믿음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강한 믿음은 강한 신념과 강한 행동력을 갖게 하고 이는 큰 성공을 거두는 데 도움이 되니까요.


2. 얼마 전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되었습니다. 이로써 한국은 인공위성과 로켓의 설계, 제작, 발사 등 전 과정을 100% 자국 기술로 할 수 있게 된 세계 7번째 나라가 됐죠. 그리고 어쩌면 고난도 우주 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한국 연구진들에게 '우주 발사체 기술을 보유한 6개 나라가 있다'는 사실은 '이게 결국 성공할 수 있는 거긴 하구나'는 희망과 확신을 주지 않았을까요? (그런 측면에서 레퍼런스 없이 최초의 우주 발사체 기술을 개발한 연구진들은 더 대단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해서 한국 연구진들의 노력과 성과의 가치가 훼손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과거의 성공 사례, 해결 사례가 없는 상황에서는 종교적 믿음이 그 자리를 채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객관적으로 확인된 성공 사례가 없는 상황에서 개인의 주관적 종교적 체험으로 '이 문제는 결국 해결될 것이다'는 믿음을 굳게 가질 수 있을 것이고 이는 '누군가 이 문제를 해결했다는 사실'과 동등한 역할을 할 수도 있겠다 싶었거든요.


1+2. 미국인이 세계 최강대국이 되는 데 도움이 되었을 '명백한 운명'이라는 믿음, 한국형발사체 누리호를 성공시키는 데 도움이 되었을 '우주에 발사체를 내보낸' 과거의 사례 그리고 난관을 맞닥뜨렸을 때 그 난관을 헤쳐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이 문제는 결국 해결될 것이다'라는 종교적 신념과 믿음은 결국 같은 교훈을 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즉, 결국 긍정적 미래가 올 것이라 가정하고 행동하는 것이 성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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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 미래가 결국 올 것이라 가정하고 행동하는 것이 언제나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늘 '내가 틀릴 수 있다'고 가정하고 상대방의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태도 또한 현명한 삶의 방식이에요. 이에 대해서는 추후 글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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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 논문

이민용. "텍사스 합병에 대한 샘 휴스턴의 태도와 "명백한 운명," 1836~1845." 국내석사학위논문 서울대학교 대학원, 2010. 서울

권지은 ( Jieun Kwon ). "『더 로드』와 9/11, 그리고 20세기 명백한 운명의 종언." 미국소설 24.3 (2017): 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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