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H독서브런치127
1. 학부 경영학전공 국제경영론 수업에서 대기업 임원 출신이셨던 교수님의 '비즈니스 세계에선 'Sorry means money''라고 하셨던 말씀이 기억납니다. 또 백지연 아나운서의 <자기설득파워>에서는 "일처리 과정에서 만약 정말 당신의 잘못이 있다면 죄송하다는 애매한 말 대신 왜 그런 실수가 일어났는지 그래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상황부터 설명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서는 죄송하다고 말하지 말라"라는 글이 있어요. 또한 나의 '죄송합니다'가 나만의 사과가 아닌, 나를 포함한 집단 전체의 사과로 읽힐 수 있는 상황에서 섣부른 사과는 현명하지 못한 행동입니다. 또 상대방과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죄송합니다'는 나의 잘못을 인정하는 포괄적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여지가 있으므로 상당히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하는 말입니다.
2. '죄송합니다' 한 마디로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은 생각보다 많은 것 같습니다. 상대방의 방어기제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사건을 부드럽게 마무리지을 수 있는 마법같은, 가성비 좋은 단어인 것 같아요.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강 사장(김영철 분)은 자신의 부하 선우(이병헌 분)가 자신의 여자(신민아 분)에게 연모의 감정을 느낀 것에 모욕감을 느끼고 선우에게 사람을 보내 사과할 기회를 줍니다. "사과해라, 그럼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잘.못.했.음. 이 네 마디야. 네 마디만 하면 적어도 끔찍한 일은 피할 수 있다." 이에 선우는 "그.냥.가.라."고 답하고, 강사장과 선우 둘 사이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습니다. 밑도끝도 없이 사람을 보내 상황을 설명하지 않은 채 '잘못했음'을 인정하라는 말에 쉽사리 인정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끔찍한 일'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속는 셈치고 한 번쯤 자존심을 굽혔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봅니다.
1+2. 2018년 미국 스타벅스에서 주문을 하지 않은 채 친구를 기다리던 두 명의 흑인 남성이 불법침입으로 경찰에 수갑이 채워져 연행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스타벅스 CEO 케빈 존슨은 피해자를 직접 만나 금전적 보상 제공과 함께 사과하고 미국 전역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 전체를 하루 동안 닫은 후 교육을 시행하는 등 효과적이고 즉각적인 사과를 했습니다. (<사과한다면 스타벅스처럼, 에스콰이어코리아 18년 6월호> 참고) 그 이후 '전 세계 스타벅스에서 누구든지 음료를 주문하지 않고도 좌석에 앉아 있을 수 있고,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는 규칙도 생겼고요. 즉, 스타벅스는 사과를 해야 할 때를 명확히 인식하고 효과적으로 사과한 사례를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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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중요한 것은 사과해야 할 상황과 그러지 말아야 할 상황을 명확히 구분하고, 사과해야 할 상황에서는 스타벅스의 사례를 참고해보는 것이 어떨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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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