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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H Feb 28. 2022

'두려움'은 안 좋은 감정일까? - 소설 위대한 개츠비

#PSH독서브런치146

사진 = 네이버 영화 <위대한 개츠비> 스틸컷. 왼쪽부터 개츠비, 데이지, 닉, 톰 뷰캐넌


※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내용을 다수 포함하고 있으니 읽기 전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1. 소설 <위대한 개츠비>에서 개츠비는 무수저 출신의 자수성가한 사업가입니다. 부모님 도움을 받지 않았고 개츠비라는 이름도 스스로 지었다는 점에서 'Self-made man(스스로가 스스로를 만든 사람, 자수성가한 사람)'이며 아메리칸 드림을 상징하는 인물이기도 하죠. 그리고 개츠비를 성공하게 만들었던 주요 동력 중 하나는 두려움이 아닐까 싶습니다. 소설 전체에서 개츠비를 지칭하는 단어로 'Nobody(아무것도 아닌 사람)'가 많이 쓰이며, 소설 마지막 부분에서 개츠비가 사랑했던 데이지의 남편(톰 뷰캐넌)이 개츠비를 Nobody로 칭하자 이성을 잃기도 하죠. 신흥 부자(New Money)인 개츠비는 온갖 노력을 통해 데이지와 톰 뷰캐넌과 같은 전통 귀족, 전통 부자(Old money)에 편입하고자 하지만 실패합니다. 대단한 성취를 이루지 않아도 계속 존경받고 부를 유지할 수 있는 Old Money와 달리 New Money는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야 하고 언제든 'Nobody'로 전락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불안한 인생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츠비는 Old Money인 데이지와 결혼함으로써 그 불안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것이고 데이지가 유부녀라는 사실은 두려움에 사로잡힌 개츠비에겐 고려 사항이 아니었던 듯합니다. 무리한 시도를 하던 개츠비는 결과적으로 소설 마지막 부분에서 Nobody로 전락하고 맙니다.


2. 알랭 드 보통은 <불안>에서 현재와 같은 능력주의 사회에서는 "훌륭하고, 똑똑하고, 유능한데도 왜 여전히 가난한가 하는 문제는 새로운 능력주의 시대에 성공을 거두지 못한 사람들이 답을 해야 하는(자기 자신과 남들에게) 더 모질고 괴로운 문제가 되었다"고 진단하며 "능력주의 체제에서는 가난이라는 고통에 수치라는 모욕까지 더해진다"고 말합니다. 심리학자 로이 F. 바우마이스터는 <소모되는 남자>에서 큰 조직은 '존중의 결핍'을 통해 구성원들이 노력하게 만든다고 말합니다. "관건은 존중이다. ... 사회집단들은 종종 전략적으로, 아니 거의 의도적으로 존중의 결핍을 사용"하며, "존중의 결핍은 그들에게 남성임을 스스로 입증하고 다른 이들의 존중을 얻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상기시킴으로써 많은 집단들에서 비일비재한 각종 모욕을 당하지 않도록 노력하게 한다"고 말합니다. 즉, 두려움은 개츠비가 엄청난 부를 축적하게 만들었던 것처럼 각 개인에 내재된 능력과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이끌어낼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1+2.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은 지속적으로 많이 분비될 경우 신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지만, 적절히 분비될 경우 스트레스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효과적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저장된 에너지의 폭발적인 사용, 면역 유지, 집중력 증가 등의 긍정적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두려움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즉, 두려움 자체가 좋고 나쁘다기보다는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여부가 결정되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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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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